방송연예

일요일저녁 예능의 레시피

바람을가르다 2009. 6. 14. 21:19


<12>의 강호동이 자주 입에 달고 뱉는 <예능 정석의 레시피>.
오늘도 여지없이 그의 입에서 터진 말,

"카메라를 이용하라."

농담반 진담반으로 거론하는 강샅바의 레시피.
예능은 이렇게 굴러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예능의 지침서가 있을까
?

레시피는 있으되, 개정판이 수두룩할 것이다.
레시피는 트렌드를 쫓고, 트렌드는 변하기 마련이니까.

예능을 읽고 쫓는 눈은 있지만, 살아 움직이는 예능의 한계는 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평일과 달리, 일요일 저녁만큼은

강호동의 말처럼 레시피에 의해 움직이는 거 같다.

현재의 트렌드가 녹아있는 레시피.


<무한도전>의 붐을 타고, 소위 리얼버라이어티가 대세를 이루는 현 시점.

일요일 저녁을 양분하고 있는 <1 2> <패밀리가 떴다>.

그 안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일밤>.

사실 <일밤>경규 <몰래카메라>에 이은 <우리 결혼했어요>로 작년까지만 해도

꽤 선방하면서 방송 3사가 지분을 골고루 나눠 먹고 있었다.

그러나, <우결>이 급격히 몰락하면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폐지프로를 양산한다.



 

여기서 한가지 캐치할 점은,

근래 몇 년간 일요일 저녁을 이끌어왔던 프로들의 형태다.

단순히 프로그램의 메인MC가 누구고, 서브들이 누구냐의 문제가 아니다.

강호동유재석도 폐지를 거듭하다 만난 코너가 <12> <패떴>이니까.

 

일요일 저녁, 성공한 코너들은 색깔이 흡사하다.

 

첫번째, 연예인의 짙고 두꺼운 화장을 지운다.


연예인을 포장하는 것이 아닌
, 한 커플 벗겨낸 모습.

그들의 일반적이고, 일상적의 모습, 행동, 생각 등의 노출.

캐릭터를 통한 리얼과 非리얼간의 호환.

<몰래카메라>가 그랬고, <우결>, <12>, <패떴>, <골미다> 그러하다.

시청자는 카메라 뒤에 숨겨진 그들의 솔직한 리액션을 보고 싶어했고,

결혼에 대한 생각과 고민, 여행과 MT를 통한 추억과 향수에 반응하는 그들에 동조한다.

<X>스타일의 <기승사>나 <스쿨림픽> , 연예인들간의 게임과 놀이가 아닌

일반인들이 함께 고민하고 즐길 수 있는 선상위에 코너들이 자리잡고, 사랑받는다.

 

두번째, 컨셉이 단순하다.


<1
2> 여행, <패떴> MT, <골미다> 맞선, <불후의 명곡> 추억의 노래 식이다.

프로그램 종영했음에도 여전히 컨셉을 알 수 없는 <대망>, 거품에 빠진 <퀴즈프린스>.

<간다투어>처럼 멤버를 모아 놓고 여행만 간다고 히트하는 것도 아니다.

컨셉이란 것은 제작팀이 아무리 이것이라고 생각하고 강조해도,

받아들이는 시청자가 모호하게 느껴지면컨셉이 아니다.

쉽게 다이렉트로 던져줘야 한다.
 

죽기 전에 해야할 101가지, <남자의 자격>도 마찬가지다.

쓸데없이 죽기전에라는 말이 사족처럼 붙어있다.

그들이 하는 미션에서 죽기전에라는 말이 호환되는가?

그냥 살면서 매번 부딪히는 일들이다. 안 죽어도 해야되고 생각하는 일들.

소재는 줄고, 찾기도 어렵고, 뻔한 건 와 닿지가 않는다.

금기를 깨는 일들을 소재로 삼고, 그들이 겪으면서 보여주면 모를까.

자격이란 타이틀도 버거운데, “죽기전에가 붙으니 제작진도 풀기 어렵고.

바라보는 시청자의 호응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냥 중년버라이어티 정도면 되는 것을.


아저씨 멤버들이 도전이든, 여행이든, 연애든, 세대차이를 보여주든 
뿌리가 되는 컨셉이 나약한데, 곁가지만 늘어놓으면, 시청자의 몰입에 부담이 된다.  
지난 주의 꽃중년, 눈물, 이번 주의 내친구.
좋은 멤버들을 데리고, 컨셉을 버린 채 다시 한번 갈지자행보를 보인다.
제작진은 남자가 죽기전에 '친구를 제대로 알자'식으로 끼워 맞춰 놓는다.
이게 컨셉이라며 시청자에게 강요하는 식이다.
시청자가 시청하는 동안 컨셉을 되새김질 하면 곤란하다.
프로그램에 컨셉이 있는 지 없는 지도 모르고 시청에 몰입하는 것, 그게 컨셉의 본질이다.

 

컨셉과 타이틀은 간판이다.

간판이 너무 복잡하고 화려할 필요도 없다.

화려한 간판에 실속이 없으면, 시청자에게 배신감만 줄 뿐이다.


셋째, 패턴의 단순화.


<
패떴>의 패턴이 같다는 시청자의 불만이 있는 거 같다.

동시에 <12>의 복불복시스템에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함께 시청하는 가족은 나뿐 아니라, 부모님, 동생,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다.

보는 시각도 입맛도 다르듯, 시청자 층은 다양하다.

예능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달리는 <12> <패떴>이다.

시청자들은 <12> <패떴>에 익숙해져 있고, 안정과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패턴의 변화는 익숙한 것에 신선함을 줄 수도 있지만, 낯설음을 가져올 수도 있다.

 

사실 <골미다>의 맞선, <불후의 명곡>, <몰래카메라> 등에도 패턴이 있다.

오히려 패턴을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프로들이 폐지를 반복할 뿐이다.

패턴이 정해지고, 틀이 빨리 잡힌 프로가 롱런하게 되있다.
틀이 잡히면 이것저것 할 때보다 완성도가 높아지고, 틀안에서 변화를 주기에 용이하다.



확실한 컨셉이 정해지고,
패턴이 단순화되면 시청자의 접근성이 높아진다.

그들이 뭘 보여줄지 예상가능하다는 것은 시청을 통한 동참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뭐 할려고 저러는 거야?” 뭘 하겠구나.”의 차이다.

시청자가 쫓아가는 것과, 시청자가 함께 움직이는 느낌의 차이다.

패턴이 정해지면 식상할 진 모르나, 그만큼 프로그램에 참여도를 높인다.


온가족이 TV를 시청하는 일요일저녁은 단순하고 익숙하게 접근하는 것이 맞다.

시청을 통해 할 얘기가 많은 프로가 좋은 것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소통거리를 던져줄 수 있는 프로그램.

통쾌한 반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도 그래, 나도 그랬었지, 보고싶고, 하고싶고, 가고 싶게 만드는 것.

TV속에 출연한 연예인들은 그 순간 시청자의 선상에 놓인 나침반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출연진이 즐거워야 한다.

녹화하는 그들이 즐거워야, 바라보는 시청자가 즐겁다. 

예능프로에서 짜증내고, 배려않고, 막말하는 모습은 결코 사랑받을 수 없다.
캐릭터의 차원이 아니다. 이것은 기본중에 기본이다.
유재석이 가장 잘 하는 기본기.

단 1%의 시청률이라도 이 기본기에서 갈린다.
그리고 그 작은 1%가 모여서 20%도 되고 30%도 되는 것이다.  

혹자는 그냥 예능을 즐기라고 반박할 지 모른다.
즐기고 싶은데, 시청률이 담보되지 않으면 코너가 폐지되지 않는가.

광고로 먹고 사는 예능국은 시청률에 목을 매지, 시청자를 배려하지 않는다.

지금 나열한 것들이 일요일 저녁예능의 레시피라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기본은 되지 않을까 돌아본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제작진은 웃음과 감동을 얘기하기 전에,
레시피를 가졌다(?)는 강호동을 찾아가, 소통하는 방법의 레시피부터 찾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