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가수 임종환 사망, 비가와서 더 안타까운 이유

바람을가르다 2010. 5. 24. 13:10







지난 해 모 음악사이트에서, 네티즌을 상대로 <비오는 날 듣고 싶은 노래는?>이라는 설문조사가 있었다. 1위가 '비오는 날의 수채화'였다. 결과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다소 놀랐던 것은 권인하-김현식-강인원이 아닌, 리메이크 한 'SG워너비'의 비오는 날의 수채화였기 때문이었다. 2위는 럼블피쉬 ‘비와 당신’, 3위가 에픽하이-윤하의 ‘우산’였으니,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실 10년전, 5년전 만해도, 비오는 날 선호하는 노래 부동의 1위는 故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이었다. 비오는 날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비처럼 음악처럼'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며 4위에 오르긴 했으나, 이승철이 리메이크한 곡이었다는 사실도 조금은 아쉬웠다.

물론 누가 부르는 것보단, 듣는 이가 받을 느낌이 더 중요하기에, 리메이크라고 해서 나쁠 건 없다. 다만 '비처럼 음악처럼'과 같은 경우는, 우리 곁을 떠난 고인을 잠시라도 생각하고 추억할 수 있게, 비오는 날 만큼은 그의 목소리를 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임종환의 사망소식, 비가 와서 더 안타깝다

언젠가 비오는 날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방송되는 음악 2위가 故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이라는 방송을 들은 적이 있다. 순간 '왜 사랑했지만 이지?' 라는 생각이 짧게 스치고, 이내 DJ의 설명을 통해 알게 됐다. 첫소절 가사가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어....' 그렇다. 제목에 꼭 비가 없더라도, 가사속에 비가 숨어 있는 경우가 대중가요속에는 참 많다.

제목엔 없되 가사속에 비가 흐르는 곡중에, 개인적으로 자화상의 '나의고백'을 가장 좋아한다. 권진원 'Happy Birthday to you', 김장훈 '나와같다면', 빛과소금 '사랑했던 이유만으로' 등도 비가 내리면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곡들이다. 그리고 같은 사연을 가진 곡 '그냥 걸었어'를 불렀던 가수 임종환이 어제 직장암으로 운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처음엔 그냥 걸었어
비도오고 해서
오랫만에 빗속을 걸으니
옛생각도 나데
울적해 노래도 불렀어
저절로 눈물이 흐르데
너도 내모습을 보았다면
바보라고 했을거야




94년도 임종환의 히트곡 '그냥 걸었어'. 이 노래가 94년도에 나왔다는 사실에 시간이 참 빠르게 흘렀구나 싶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당시, '걸었어'가 '걷다'인 줄 알았다. 그러나 전화를 걸었다에 '걸다'임을 친구에게 전해 듣고, 꽤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서야 알았지만, 노래속에 피처링을 했던 여자가, 그의 아내가 됐다고 한다. 

'그냥 걸었어'로 추억이 돼버린 가수 임종환의 비보를 접하니 마음이 착잡하다. 올해로 45세에 불과한 나이에, 안타깝게도 생을 마감했으니 말이다. 아마도 비까지 내리는 오늘만큼은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도, SG워너비의 '비오는날의 수채화'도 아닌, 임종환의 '그냥 걸었어'가 가장 많이 라디오 전파를 타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비가 오는 날 가장 행복했을 사람 임종환. 그가 비가 오는 날 우리 곁을 떠났다. 비록 그는 떠났지만, 그가 부른 노래는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같은 숨을 쉴 것이다. 좋은 음악 남겨줘서 고맙다는 말을 끝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