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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자격, 김봉창은 문제아였을까?

바람을가르다 2010. 5. 24. 08:42






미레도레의 기적을 선사했던 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 할마에 김태원. 그의 지휘아래, 아마추어 초짜 이경규를 비롯해, 여섯명의 멤버들이 악기를 잡았고, 밴드가 결성됐다. 그리고 <남자의자격>에서만 들을 수 있는, 김태원 작사작곡 '사랑해서 사랑해서'가 부활 콘서트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다. 그들이 보여 준 4분의 열정, 관객과 시청자가 느끼는 4분의 감동. 이것이 살아있는 리얼이다!


밴드의 문제아 김봉창?

밴드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어디일까. 정답은 없다. '가장'이란 말이 틀렸기 때문이다. 모든 포지션이 중요하다. 보컬을 맡은 김봉창 김성민도 중요하고, 드러머 이윤석도 중요하다. 그리고 C코드와 퍼포먼스만으로 끝까지 질주하는 세컨드기타 이경규도, 이들 못지않은 중요한 밴드의 한 축이다.



그러나 불협화음이 자주 발생하는 아마추어 밴드에서는, 리드해줄 수 있는 포지션이 필요하다. 집중력을 살려 줄 포지션. 그것은 메인 보컬 김성민이다. 아마추어일수록 여러 악기를 쫓을 수가 없다. 가장 쉽게 귀에 들어오는 것을 위주로 쫓는다. 바로 밴드의 보컬이다. 본능적으로 보컬의 목소리와 노래를 최우선으로, 자신의 악기와 매치시켜 진행하기 쉽기 때문이다.

연습과정에서 보컬 김성민은, 여러차례 틀리는 실수를 범한다. 덕분에 중도에 밴드 전체가 쉽게 뭉게지고 만다. 특히, 그가 가사를 틀리자 밴드는 우왕좌왕하고 끝을 알 수 없는 연주를 반복했다. 보컬인 그의 실력이 받쳐 주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연습을 제대로 해 오지 않은 것이 컸다. 보컬만 제대로 준비되었다면, 차라리 김성민이 아닌 윤형빈이었다면, <남자의자격>밴드는 보다 빠르게 완성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그러나 김성민의 반복된 실수와 모자람은, 남격밴드를 끊임없이 연습하게 만드는 원천이었다. 아마추어에게 가장 필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연습이다. 같은 곡을 꾸준히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것이 지루할 순 있겠지만, 그 과정에선 자신도 모르게 익숙하게 베이고, 어느 순간 기술의 완성이 된다. 밴드의 문제아 김성민으로 인해, 남격밴드는 강해지고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또 다른 포인트는, 바로 실수를 반복하는 김성민을 따뜻하게 독려하는 멤버들이었다. 그를 비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밴드 전체를 컨트롤하는 할마에 김태원이다. 핵심만을 꼬집는 할마에의 비판은 필요하다. 그러나 다른 멤버들마저 할마에를 흉내내는 순간, 밴드에는 불신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남격밴드는 서로를 믿고 격려하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특히 맏형 이경규는 신뢰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등공신이었다. 그는 C코드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잃어버린 4분? 아름다운 4분!

5월 직장인밴드 경연대회 참가를 앞두고, 부활콘서트의 오프닝무대에 선 남격밴드에 악재가 겹친다. 이윤석은 전날 도배시험을 보다 다친 손가락으로 인해, 드럼채를 잡는 게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베이스 이정진은 영화촬영으로 늦게 도착했다. 여기에 보컬 김성민의 목소리가 잠겨, 고음불가 상황에 놓였다. 그들은 시청자에게 불편한 요소로 다가온다. 고생한 다른 멤버들을 위기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자의 짜증을 누른 것도, 역시 이경규를 비롯한 멤버들이다. 악재를 부른 그들에게 불만을 쏟기보단, 걱정하고 긴장하는 김성민과 이윤석을 위해 웃음과 여유를 불어넣는다.
 
<남자의자격>에 동료애가, 무대에서 빛나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음악보다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믿음과 배려다. 좋은 음악은 결국 좋은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정동하의 말처럼, 아마추어인 그들에게 필요한 건 최고가 아닌, 최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4분의 기적은 시작됐다.



무대에 올라 첫선을 보인 남격밴드의 '사랑해서 사랑해서'. 호응해주는 관객이 있어서 일까. 그들의 음악도, 열정도 남다르게 다가온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감동적인 4분이다. 즐기는 모습, 최선을 다하는 얼굴이 있다. 그제서야 할마에 김태원의 얼굴에도 웃음이 돈다. 바로 밴드와 무관한 삶을 살았던 그들이, '음악'으로 힘을 얻고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무대를 내려온 뒤에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설레여 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그들이 아름다운 이유다. 

그들이 부르고 연주한 '사랑해서 사랑해서' 안에 <남자의 자격>이 있다.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모습. 김국진은 너무 몰입했던 자신들을 향해, '우리 인생에서 잃어버린 4분' 이라 말했다. 그러나 그들이 잃어버린 4분은, 시청자의 기억속에 남을 아름다운 4분이 되었다. 뜨거운 열정이 빛난 4분, 지금처럼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남자의자격>으로 나아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