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취향, 남녀가 바뀐 베드신?
모든 갈등과 화해가 이뤄진 <개인의 취향> 마지막회. 정식으로 프로포즈 한 전진호(이민호)와 그 마음을 받아드린 박개인(손예진)이, 처음 사랑을 시작했던 상고재에서 다정하게 앉아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총 16회동안 벌어진 일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16회는 지나칠 정도로 순조롭고 정확했다. 물론 전개나 이음새는 부정확했지만, 캐릭터만큼은 정확했다. 마지막을 어떻게 끝내야 할 지를 아는 듯이, 자신의 캐릭터를 인지하고 바쁘게 움직였다. 다만 과정이 급하게 흐르다보니,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뼈아팠다. 한 2회만 더 남았더라도 매끄럽게 마지막을 장식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캐릭터는 마지막회 공식에 충실했다
16회와 15회는 결과만 달랐을 뿐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급했고, 장면마다 설명조의 대사가 너무 많았다. 개인이 옷을 덮어준 사람이 진호라는 사실을 설명하고, 박철한교수(강신일)는 진호의 담예술원 컨셉이 사과였다는 사실을, 시청자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전진호에게 퇴짜를 맞은 충격도 있었겠지만, 박개인의 말한마디에 개과천선한 악녀 인희(왕지혜)를 보면, 마지막회가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갔는 지 알 수 있다. 개인이 인희와 함께 우정을 쌓았던 과거의 에피소드가 이전에 한 번만이라도 나왔었다면, 그들의 급화해를 이해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박개인의 말은 어느새 진리가 되어 있었고, 진호모(박해미)도 그녀의 한마디에 개인교의 신자가 되었다.
그나마 마지막회에 가장 돋보였던 캐릭터는 최관장(류승룡)이었다. 그 만이 유일하게 중심을 잃지 않았고, 설득력이 있었다. 주인공 진호와 개인마저 스스로의 감정을 확신하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마지막회와 관계없이 초지일관 자신의 캐릭터를 수호해 낸 최관장. 역시 미친존재감다웠다.
남녀의 역할이 바뀐 베드신?
가장 주목했던 건 진호와 개인의 베드신이었다. 호박커플이 과연 이별의 아픔을 뒤엎고, 어떻게 재회를 이어갈까.
진호는 개인을 사랑하지만 이별 한 그녀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다. 그녀와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힘겨워 한다. 잠든 그녀에게 옷을 덮어주고 조용히 사라지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 그런 그가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최관장의 별장을 찾았다. 별장... 슬슬 밀려오는 베드신의 그림자. 진호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았다. 이민호의 비쥬얼은 빗속에서 더욱 빛이 난다. 덕분에 감기에 걸린 듯, 온몸에 열이 오르고 입술은 메말랐다.
그의 말라버린 입술을 적시기 위해 나타난 인희를, 과감하게 발로 찬 진호. 그리고 역시 주인공은 언제나 한발 늦게 나타나는 법. 차안에서 죽기 일보 직전의 모습을 한, 진호를 위해 개인이 등장한다. 안전하게 그를 침대까지 옮긴 그녀. 오해와 갈등을 풀어 줄 속성코스 베드신을 위한 밥상은 차려졌다. 근데 이상하다?
일반적인 드라마는 여자주인공이 아파서 침대에 누워 있고, 남자가 바라보며 걱정을 한다. 그러나 '개취'는 달랐다. 진호가 누워 있었고, 개인이 그를 걱정한다. 진호는 다소곳한 말투로 "가요...", 힘들게 찾아 온 그녀에게 돌아가라며 등을 보인다. 반면 의연하게 대처하는 개인. 뭔가 남녀주인공의 역할이 바뀐 것 같다. 애틋하고 애절한 상황인데, 웃음이 터지고 만다.
진호도 시청자의 마음을 눈치 챈 걸까? 진짜 가려는 개인의 손목을 재빠르게 붙잡는다. 로맨틱의 팁 1순위 백허그까지 작렬하며, 이번엔 "가지 마요." 개인은 눈물을 흘리며, 앞으로는 진호를 무조건 믿겠다고 한다. 그제서야 늘상 봐오던 드라마들과 같은 위치로 돌아간다. 상투적이지만 남녀역할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베드신의 기적 - 손예진은 만병통치약?
진호와 개인은 별장에서 잊지 못할 하룻밤을 보낸다. 진짜 여자가 된 듯한 개인. 다음날 아침, 같은 침대에서 눈을 뜬 두 사람. 베드신의 여운을 이어가며 또 한번 뒹굴어주는 센스. 재밌는 건 진호(이민호)의 얼굴색이 전날에 비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사실이다. 입술은 촉촉하게 젖어있고 눈은 초롱초롱 빛난다. (어제 비맞고 아팠던 사람 맞아?) 베드신의 기적이다.
개인(손예진)이 진호에게 약이었나 보다. 하기사 진호 스스로도 해열제로 해결되지 않는 마음의 병이라고 토로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죽고 못사는 사람과 다시 연애를, 사랑을 시작할 수 있으니, 당연히 얼굴이 좋아질 수 밖에 없겠지만. 아무튼 그 다음부턴 탄탄대로다. 진호는 담예술원 프로젝트를 따내고, 풍선에 반지를 달아 개인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결혼식장면은 안 나왔지만, 상고재에서 함께 한 두사람의 엔딩이, 맑게 개인 결혼생활을 암시한다.
아쉽다면 한없이 아쉽다. 그것이 비단 종영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배우들이 좋았기에, 더 좋은 장면을 끌어낼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크다. 그러나 5%의 시청률로 저주받았던 MBC수목극에, <개인의취향>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징크스를 깨준 점은 높이 사야한다. 그동안 수목에 즐거움을 선사해 준, 이민호와 손예진을 비롯한 배우들이, 더 좋은 작품에서 더 발전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