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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취향, '이민호-손예진'을 욕보인 제작진!

바람을가르다 2010. 5. 20. 09:00







19일 방송된 <개인의 취향> 15회를 보고나서, 안타깝다는 마음이 앞선다. 연장여부를 놓고 시간을 질질 끌다가, 결국 드라마의 전개는 늦춰졌고, 단 2회를 남기고 '연장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동안 저마다의 캐릭터에 쏟아 부은 얘기는 많고, 풀어야 할 얘기도 그만큼 남아있었다. 2회만에 교통정리하기엔 버거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러한 악조건을 감안하더라도, 최선의 마무리를 찾아야 할 몫은 제작진에게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물론 '개취' 15회속에도 인상깊은 장면들은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조급증이 곳곳에 드러나고 만다. 롤러코스터 전개를 예상못한 건 아님에도, 무능력한 제작진 덕분에, 주인공 이민호와 손예진의 연기투혼이 빛바랠 정도다. 남은 2회 분량에 맞추려고 애쓴 건 알겠지만, 시청자가 전진호(이민호)와 박개인(손예진)의 감정선마저 따라잡는 시간을 안배 못한 건 아쉬웠다.  

 


'이민호-손예진'을 욕보인 제작진!

개인의 아버지 박철한교수(강신일)의 등장으로 시작된 15회. 어머니의 죽음이 떠올라 이미 패닉상태에 빠진 개인. 굳이 카메라를 흔들어 대며,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할 필요가 있었을까. 굳이 개취의 시청자가 아니라도, 그녀가 혼란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 만큼, 떨고 있는 손예진의 출중한 눈물연기가 모든 걸 인증한다. 그러나 연출이 배우보다 튀고 싶었나보다.

산만함을 끌어낸 카메라워킹의 악수에 그치지 않고, OST 2AM의 '바보처럼'으로 연타를 날린다. '전진호-박개인-박철한'의 삼자대면. 무겁고 급박한 분위기에, 뜬금없이 왜 '바보처럼'을 띄우는 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뿐, 15회 OST는 소음으로 밖에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매장면마다 주구장창 틀어대서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일등공신이 된다.



15회는 말도 참 많았다. 무슨 설명을 그렇게 많이 하는지. 배우들의 감정으로 표현해야 할 장면들을, 죄다 설명하고 있다. 15회에 나온 대사의 2/3를 줄여도. 시청자가 이해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대사들의 나열. 그리고 무한 반복.

상고재를 둘러싼 진호에 대한 오해와 갈등이, 박철한교수의 입을 통해 적나라하게 파헤쳐진다. 그것도 개인과 진호, 그리고 최관장(류승룡)과 인희(왕지혜)가 지켜보는 앞에서 말이다. 박철한교수가 정리했으면, 그 다음은 개인과 진호에게 맡겨야 했다. 두 사람이 오해하고 갈등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안배해야 옳았다. 없는 시간 쪼개야 할 판국에, 같은 말을 인희(왕지혜)가 창렬(김지석)에게 하고, 창렬이 개인이 또 하는 불필요함.

인희-창렬 씬은 아예 들어내던지, 창렬이 놀란 표정을 짓기만해도 설명이 가능하지만, 시청자가 아는 얘기를 인희가 리메이크한다. 창렬이 개인을 찾아가 인희에게 들었다해도 상관없었다. 상준(정성화)-영선(조은지)도 마찬가지다. 모든 게 다 상준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개인에게도 얘기하고 진호에게도 한다. 개인과 진호가 헤어질 이유가 없다고 친절하게 설명하니, 막상 개인과 진호가 풀어야 할 오해없이 만남의 광장에서 재회한 형국처럼 비춰진다. 진호가 개인을 거부하고 차갑게 대하는 장면들에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안타까움은 반감시킨다.



주변인물들의 불필요한 장면과 대사를 반만 줄이고, 주인공 전진호와 박개인의 감정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면, 아무리 2회라는 분량이 촉박해도 큰 무리없이 커버할 수 있었다. 좋은 그림엔 여백의 미가 있듯이, 갈등과 오해에도 최소한의 여백은 주어야 했다. 그뿐인가? 이민호와 손예진의 명품 눈물연기를 시청자에게 바겐세일해서 내놓는다. 두 사람이 아파하는 장면조차 쉴 틈이 없다. 장면에 녹아들만한 하면 편집이 뚝뚝 잘라먹는다. 감정선을 따라잡을 몇 초의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개인의취향> 끌어 온 실질적인 공신은 대본도 연출도 아닌, 이민호와 손예진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였다. 최소한의 대사와 감정표현으로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그들을, 수다쟁이로 만들고, 정작 연출이 필요한 상황엔 가위질로 시청자의 감정선을 끊어 놓은 15회. 폭풍전개가 아니라 폭풍만 지나간 느낌이다. 밤낮을 세워가며 고생한 배우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부디 15회의 실망감이 마지막회로 이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