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조작할 수 없는 한 가지!
3박4일에 걸친 전국일주, 해피선데이 <1박2일> 코리안루트의 마지막편이 16일 방송됐다. 여행 3일차엔 3개조로 나뉘어 자유여행계획을 발표한 프리젠테이션 결과로, '은지원-김종민'은 용돈 60만원을, '김C-MC몽-이수근'은 15만원, 그리고 꼴지를 했던 '강호동-이승기'은 한푼도 받지 못한 채 무전여행을 하게 된다.
볼거리와 재미가 풍성했던 3색 여행
은지원과 김종민은 화개장터를 지나, 이몽룡과 춘향이의 고향 남원을 찾았고 템플스테이도 체험했다. 성격과 취향이 다른 두 사람은 삐걱거리는 모습도 노출했지만, 가진 돈이 두둑해서 인지 여행길도 한결 여유롭다. <1박2일>의 최대 난관인 먹고 자는 문제가 해결되니. 춘향이가 실존했던 인물인지를 놓고 내기를 걸 정도였다.
'김C-이수근-MC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5만원에 불과했지만. 누릴 수 있는 재미와 맛을 모두 경험한다. 보성 녹차밭을 찾아, 즉석에서 만든 중독성 강한 후크송 '녹차송'을 부르며, 관광객들과 함께 한편의 CF를 찍는 성과도 냈고, 장흥 재래시장에서는 1일2일 공식송 '무조건'을 불러 시민들에게 흥도 선사했다. 이어 해수찜은 노곤했던 피로를 말끔히 씻어 낸다.
반면 강호동-이승기의 '강한심장'팀은, 전쟁같은 여행을 치루고 있었다. 연인들의 데이트코스이자 생태계의 지존 순천만을 찾아, 아름다운 자연을 안방까지 전달한 두 사람은, 눈으로 자연을 포식했을 뿐 주린 배를 채울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황사바람까지 불러와 어디든 자리를 잡고 텐트를 쳐야 했다.
조작을 권유하는 무서운 인심?
무작정 차를 모고 찾아간 마을. 전남 곡성 죽곡면 하한리에 도착한 강호동과 이승기. 두사람은 이장님댁을 방문한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두사람을 본, 이장님 부부는 놀라움 반, 반가움 반으로 두사람을 맞아 주신다.
유재석과 함께 국민MC로 불리는 강호동을 높이 사는 것은, 단순히 진행을 잘 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그가 일반인들에게 대하는 태도도 좋지만, 특히 일반인들이 강호동을 편하게 대한다는 사실이다. 연예인이면서도 연예인같지 않은 친숙함과 편안함을 풍기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의 거침없는 리액션을 끌어내는 강호동의 존재감이 <1박2일>과 궁합이 참 잘 맞는다.
이장님은 강호동과 이승기를 위해,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촬영보다 시급하다. 역시 시골 마을의 인심은 후덕하다. 그와중에 터지는 이장님의 리얼 멘트는 웃음까지 선사한다. PD의 영역까지 침범(?)하며 조작을 강요한다.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강호동과 이승기의 배를 채워주고,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 이장님의 맹활약은 '훈훈하다'라는 느낌으로 브라운관을 지배한다.
이번 코리안루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복불복으로 큰 웃음을 선사했던 최참판댁도 아니고, 자연 경관이 끝내주던 순천만도 아니다. 바로 작지만 정이 넘쳐 인심은 몇배로 컸던 마을. 바로 곡성의 하한리. 우연이 빚은 최고의 만남이고 장소였다. 또한 어머니가 손수짓고 차려주신 식사는, 그들 뿐 아니라 시청자에게 위대한 밥상이 되었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
이승기의 멘트처럼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비록 삼일동안 길바닥에서 잠을 청해야 했지만, 그들의 고생을 보람으로 맞바꿔 준 만남이 있었기에, 충분히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강호동과 이승기가 떠날 때 배웅하시는 이장님 부부의 모습. '서운하다'라는 말을 연신 뱉으시는 이장님의 말과 표정속에 '1박2일'이 왜 국민예능인지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경북 영양의 '집으로'편도 살짝 오버랩된다. 붙이기는 쉽지만, 떼기는 어려운 역시 정인가 보다. 카메라가 돌지 않았을 때에도, 강호동과 이승기가 이장님부부에게 참 잘했었나 보다 싶다.
여행에 있어 돈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1박2일>멤버들에게 돈은, 자유여행의 과정에서나 결과적인 면에서 크게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무전여행을 했던 강호동과 이승기는, 돈보다도 값지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시골 마을의 '정(情)', 인심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다른 멤버들도 여행에서 만난 시민들속에 따뜻한 교감을 나누었지만, '강호동-이승기'를 맞이해 준 이장님 부부의 정은 깊이가 다르게 다가온다.
리얼예능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게 바로 조작이다, 그러나 만약 예능에 조작과 설정이 있다해도. <1박2일>은 절대 조작할 수 없는 한가지를 보여 준다. 바로 사람의 마음, 정이다. 그것은 절대 카메라를 속일 수 없다. 맏형 강호동이 이장님께 약속한대로, 다른 멤버들과 함께 감이 익는 올 가을엔 꼭 하한리를 다시 찾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