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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의 박지성, 리빌딩을 즐겨라

바람을가르다 2009. 6. 13. 13:30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마드리드로 전격 이적함으로써,

거액의 이적자금을 챙긴 맨유의 본격적인 리빌딩이 시작되고 있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호날두의 이적이 박지성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박지성에겐 위기이자, 기회?

 

공격적인 윙어인 호날두와 수비적인 윙어인 박지성의 비대칭은

오히려 절묘한 시너지효과를 내며 맨유 전술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이것은 수비력이 취약한 반면, 득점력이 뛰어난 호날두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골보다는 상대팀의 맥을 끊는 이름없는 영웅박지성의 가치를 빛나게 해주었다.

말 그대로, 올 시즌은 호날두와 박지성에겐 윈윈이었다.

 

반대로, 지나칠 정도의 호날두 개인플레이와 골에 대한 욕심은

크게는 팀플레이를 다운시키고, 작게는 박지성을 어두운 그림자로 내몰 수 밖에 없다.

호날두에게 팀의 공격이 집중되면서, 박지성열심히 뛴다는 상투적인 평가가 뒤따른다.

열심히 뛰는데, 결과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경기 네,다섯차례의 슛기회를 갖는 호날두와 한 차례정도 찬스가 오는 박지성.

간헐적으로 오는 패스와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박지성에게 골결정력 문제를 제기한다. 

사실, 기회가 많은 호날두가 확률적으로 득점을 더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호날두의 킬러본능이 박지성보다 뛰어난 것도 부인할 수 없으나,

같은 윙어이면서도 호날두로 인해 박지성의 득점력이 줄어드는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박지성이 누구인가?

2002, 2006년 월드컵에서 포르투갈과 프랑스를 상대로 비수를 꽂은 장본인이다.

여전히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꾸준한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인트호벤에서는 어땠는가?

맨유로 이적하기 전 네덜란드리그에서 윙어로서 충분한 킬러자질을 보여주었다.

마무리는 호날두보다 둔탁할 지 모르나, 위치선정만큼은 호날두에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골문 근처에서의 좋은 위치선정 감각은 골에 대한 찬스와 득점 확률을 높여준다.

비어있는 박지성의 발끝에 패스가 오지 않는 경우를 수차례 보지 않았던가.

 

이제 호날두는 없다.

같은 포지션의 붙박이 주전이 빠진다는 것은 

양발을 쓰며 왼쪽, 오른쪽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박지성에겐 분명 기회다.

물론 맨유의 구매리스트에 오른 리베리, 벤제마, 발렌시아 등과

기존의 맨유의 나니, 토시치 등 여전히 앞으로도 경쟁해야 할 상대들은 존재한다.

박지성 본인도 말했듯이, 맨유라는 빅클럽에서 경쟁은 결코 피할 수 없다.

즐기는 거 외에는.

 

역사라는 거울 속에 답이 있다.

 

박지성이 맨유에 입성한 첫 해를 돌이켜 보자.

당시, 에버튼 전에 맨유의 유니폼을 입고 첫 선발출장한 박지성을 기억하면

굉장히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공격에 가담했었다.  

현재의 수비적인 모습과 달리, 보다 공격적인 면이 맨유 초년생 시절에 있다.

농익은 긱스와 설익은 호날두사이에서 주전경쟁을 펼치며,

절친 반 니스텔루이 도움으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수월한 적응력을 보인다.

이후 풀럼전 어시스트 세방으로 맨유라는 팀원속에 서서히 녹아들기 시작한다.

 

그 때, 호날두는 갓 스무살로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개인플레이를 즐겼다.

반 니스텔루이와 마찰도 개인적 성향이 강한 호날두의 기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반 니스텔루이가 떠나고, 호날두도 팀원들을 이용하는 플레이가 늘어났다.

열 골 남짓하던 득점력이 시즌이 바뀔 때 마다 스무 골, 서른 골로 업그레드되었다.

맞물려, 박지성은 호날두의 설거지를 담당하며, 초기에 보인 이빨을 슬그머니 감춘다.

호날두가 한걸음 전진하면 박지성이 한 걸음 물러서야 전술의 균형이 유지되는.

결국 축구는 팀스포츠며, 팀플레이가 생명이라는 것이다.


팀플레이를 통해 존재가치를 입증하는 박지성에겐

파트너가 반니스텔루이 건, 호날두 건, 루니, 리베리라 한들 플레이 스타일이

크게 바뀌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보다 더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원들의 신뢰를 얻어내고 유지하는 것.

그것이 맨유에서 박지성의 플레이를 보다 과감하고 능동적으로 발전시킬 거라 생각한다.

자신감이 자산이 될 때, 현재보다 많은 찬스와 공격포인트도 기대할 수 있다.

 

박지성에게 맨유의 리빌딩이 주는 개인 과제.

 

여름이적시장에서 박지성이 맨유에 입성하고, 그 해 겨울 에브라와 비디치가 합류한다.
현재 세계에서 손꼽히는 윙백 에브라는 박지성의 베스트가 프렌드가 되었다.

그라운드에서 모습은 어떤가?

그들이 나란히 왼쪽을 책임질 때,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발끝에서 공으로 이어진다.

비단 축구가 아니라, 신뢰라는 건 모든 일에 기초가 된다.

팀이건 조직이건 보이지 않는 신뢰가 바탕이 되야, 컨트롤이 되고 편안함과 안정속에서

준비와 대처하는 본능이 갖춰진다.

 

이 친구가 나에게 패스를 할까, 하지 않을까?’

믿음이 결여 되면, 이런 잡념이 들게 되고 그 땐 이미 반응이 늦는다.

기회가 오면 놓치고, 기회가 있을 땐 패스가 오지 않는다.

 

박지성의 파트너이자 경쟁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최고 윙어중에 한 명인 프랭크 리베리, 신성 벤제마나 발렌시아가 거론되는 시점에서.

치열한 경쟁에 앞서 새로운 동료를 맞이하는 박지성의 개인 숙제가 있다면,

그라운드 안에서는 주고받는 패스로, 밖에서든 이해하는 친구로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그것은 단 1%라도 박지성의 플레이에 긍정의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팀을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팀에서는 아시아 선수 박지성의 효과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

실력적으로도 가격대비 이상을 보여주는 알토란 같은 선수이며,

퍼거슨이 제일 싫어하는 돌출행동이나 사생활문제가 박지성에겐 없었다.

감독의 의사를 존중할 줄 알며, 타 선수의 모범이 되는 선수를 내칠 감독이 있을까.

  

박지성은 당대 최고라는 선수들과 경쟁속에 게임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

우린 박지성을 통해, 새로운 선수를 만나게 되고 대리만족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적시장을 통한 또 하나의 볼거리는 맨유의 리빌딩이며,

경쟁을 얘기하기 전에 박지성의 좋은 동료이자 친구들을 기대해 본다.

에브라나 테베즈, 비디치, 캐릭 등 뒤늦게 이적한 선수들속에 맨유선배 박지성을 돌아보면,

누가 오던지 간에, 적어도 박지성 개인에겐 호날두 이상의 효과를 불러 올 거라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