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 ‘식상’ 과 ‘상식’ 사이>
<이경규, ‘식상’ 과 ‘상식’ 사이>
버라이어티의 1세대이자, 예능계의 대부가 위험하다?
이경규는 웃음의 코드가 뭔지 아는 사람이다.
그는 110V에서도 220V에서도 살아남은 예능계에 전설이다.
그와 동시대를 풍미했던 예능인들은 코드를 맞추지 못하고 은퇴와 쇠락의 길을
걸었던 반면, 이경규만은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았으며 그 판에 맞게 진화해 왔다.
그러나, 어느 덧 오십줄에 들어 선 그.
2008년이 강호동의 해였다면 그를 예능계로 이끌어 준 터줏대감 이경규의 몰락은
가시화 된 시기였다. 사제지간이라 볼 수 있는 이 둘의 행보가 마치 쌍곡선을 그리게
된 모습에서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는 프로세계의 단면이었다.
이경규는 변화를 두려워하는가?
이경규 본인은 자신의 문제점을 식상함에서 찾았다. 너무 포괄적인 자가진단이다.
강호동, 유재석도 십년이 넘는다. 그들도 식상하다. 그러나 식상하지 않게끔 노력한다.
식상함이란 모든 연예인이 가질 수밖에 없는 불치병이다.
본인만 나이를 먹고, 본인만 TV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식상함을 식상하지 않게 변화하는 트레이닝의 몫이 모든 연예인에게 있는 것이다.
끊임없는 자기 변화와 프로그램에 녹아들 수 있는 프로정신만이 거친 연예계에 살아남는
비결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기본을 자꾸 놓치고 있었다.
그리고 2009년...
재기와 몰락의 갈림길에 선 2009년
스타트가 상쾌하다. 이경규는 힘차게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김국진을 등에 업고 말이다. 이것은 좋은 선택이며 그의 혜안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의 경우, 자극과 선정이 난무하는 예능계에 신선한 활력소가
되고 있다. 가족애를 담아, 따뜻함과 시청률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프로다.
일찍이 <전파견문록>에 호흡을 맞춰봤던 이경규와 김국진은
<스타주니어주니쇼 붕어빵>을 통해 그들의 장기와 노하우를 십분 발휘하고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어 줄 수 있는 눈을 그들은 이미 갖추고 있었다.
각자 자신들의 파트를 무리없이 소화하며, 매끄러운 진행능력이 돋보인다.
김국진은 아이들의 가감없는 발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부드러움을 선사하며,
이경규는 아이들에겐 커다란 버팀목으로, 부모들의 반란을 잠재우는 카리스마가 있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부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여과없이 들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화면상으로 보이지 않을 진 몰라도 사실 이경규의 몫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마치 강호동의 카리스마를 믿고, <무릎팍도사>의 제작진이 게스트에 대한
사전조사를 통해 거침없는 질문을 선정할 수 있는 배경과 유사하다.
MC가 강호동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다른 누구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
아이들에겐 이경규가 있기 때문에, 거침없이 부모의 실상을 쏟아낼 수 있는 것이다.
부모들의 반론이 사전 봉쇄되고, 아이들의 시각이 중심이 된다.
이쯤에서 올해의 이경규 프로를 진단해 보자.
과연 이경규의 진행이 문제인가? 프로그램의 특성이 이경규를 식상하게 만드는가?
이경규는 현재 공중파 세프로와 케이블 두프로를 진행하고 있다.
필자는 공중파만 언급하기로 한다.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은 언급했으니 다른 두 프로를 들여다보자.
<퀴즈육감대결>의 경우, 시청률은 어느 정도 선방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포맷 자체가 이경규의 진행스타일을 식상하게 만든다.
이경규를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만들며, 서두르게 만든다.
진행자는 게스트가 문제를 풀 때, 그저 써포트만 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써포트만으로는 프로그램이 굉장히 루즈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정답이 너무 쉽기 때문이다.
누가 과감하게 오답을 적은 사람을 찾아내려 하겠는가?
쓰리고의 의미가 전혀 없다. 그러니 이경규가 옆에서 공격을 주문하게 만든다.
프로의 긴장감을 살리기 위해서다.
초창기 게스트 6명이 나오던 시기를 되짚어 보면 문제의 난이도가 상당히 있었다.
당시 출연하는 연예인들에게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자신의 상식수준이 여과없이 드러나 민망하고 출연을 꺼리게 만드는 것도 있었으리라.
당시에 비해 현재는 문제 수준이 하향평준화되었고. 2인 1조로 파트너가 공존한다.
파트너 중 최소 한 사람은 거의 답을 알고 있으며, 고로 장난 친 사람을 찾아야 한다.
쓸데없는 질문으로 시간을 떼우는 게스트들을 보라. 솔직히 질문거리도 없다.
정답은 왠만하면 다 알고 있으니 말이다.
예전엔 상식이 주가 되었다면, 현재는 육감이 주가 된 프로로 포맷이 변경된 것이다.
전에는 난이도가 조금만 높아도 과감하게 공격을 할 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의미가 없다.
최근 도입된 것이 쓰리고를 성공하면 음식을 주더라.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좀 더 게스트가 공격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프로가 바뀌어야 긴장감이 산다.
공격하는 사람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야, 질문의 질도 올라가고 육감이 발휘되는 것이다.
이경규가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공격자가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의 포맷에서 이경규마저 공격을 부추기지 않으면 프로는 두시간 녹화할 것을
네시간 다섯시간 해도 끝이 나질 않는다.
보는 시청자도 프로에 참여한 게스트들도 지루해 진다. 이경규야 오죽하겠는가?
더 큰 문제는 녹화가 길어지면 편집이 되질 않는다.
프로그램 내내 문제만 보여지다가 한시간이 지나가고 마는 꼴이 된다.
퀴즈는 짧고 굵게 긴장감을 유도해야 한다. 그걸 못해주니 진행자가 공격을 부추긴다.
물론 최근 들어 이경규도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경규가 바라는 건 게스트들이 알아서 좀 더 적극적으로 공격과 수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정게스트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그들이 분위기를 잡아가야 한다.
과연 이경규의 진행이 문제일까?
이경규를 식상한 진행으로 몰아간 프로그램 탓은 아닌가?
이 프로그램은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
일단 게스트들을 좀 더 다양화시키고. 정답과 오답에 대한 룰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경규가 아닌 다른 진행자였다면, 이 프로그램은 이미 사장 되었을 것이다.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일밤의 상징 이경규가 해피선데이로 이적을 감행했다.
필자 역시 놀랐지만, 이것이 이경규가 예능계를 읽는 눈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왜 그가 레전드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존재감이 떨어지는 자신에게 다시한번 포커스를 가져오는 계기를 스스로 만든 것이다.
만약 해선에서 성공한다면 그의 몸값은 다시 치솟게 될 것이다.
해선과 일밤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일밤>에 대한 배신인가? <일밤>이 이경규를 버린 것인가? 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이경규는 이적을 계기로 식상을 깬 것이다.
이경규가 일밤에 대한 애착과 시민들이 일밤의 이경규를 떠올리는 상식을 깬 것이다.
현재 MBC 사장인 전 엄기영 앵커가 KBS 뉴스를 진행하겠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밤> = <이경규> 라는 공식은 두 가지 이율배반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이경규는 영원한 일밤맨으로 남을 수 있었다.
내년이면 <이경규가 간다>를 통해 남아공에 갈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일밤으로 복귀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타방송사 경쟁프로에 입성했다.
이것만으로도 이경규는 이슈가 되고, 그의 선택에 관심도가 집중된다.
일밤에서 이경규란 상징적인 무게감은, 동시에 일밤은 이경규라는 식상함을 준다.
물론, 이경규에겐 득보다 실이 많은 선택이다.
위험이 따르는 도박같은 선택이 될 수 있으므로,
그러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세간에 이어진 이경규의 몰락설과
본인이 진단한 식상함을 깨기 위한 과감한 승부수이며 멋진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밤 역시, 이경규라는 코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서로 윈윈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경규에겐 더 절박함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안주와 변화를 향한 시도는 다른 것이다.
<남자의 자격>, 과연 성공할 것인가?
첫방을 본 필자는 해피선데이 첫 입성작으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아직 첫방이며, 앞으로 한달정도 지나야 프로의 성패를 가늠케 될 것이라고 본다.
일단, 멤버를 보자.
기존의 규라인의 색깔을 확실히 빼주었다.
이윤석을 제외한다면 규라인으로 볼 수 없는 멤버이다.
물론 같은 소속사인 김국진, 윤형빈이 합류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예능 아마추어인 이외수, 이정진, 김성민, 김태원, 윤형빈을 데리고
프로를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선택한 것이다.
상대프로를 보라.
일밤의 <대망>의 경우 예능에서 날고 기는 잔뼈 굵은 스페셜리스트가 뭉쳤다.
그러나 에이스의 조합이 얼마나 다루기 힘들고, 모래알같이 흩어지기 쉬운가?
프로그램은 또 얼마나 허무하고 조잡한가?
반면, <패밀리가 떳다>는 유재석, 윤종신, 이효리를 필두로 프로와 아마추어의 적절한
조합이 오히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경규의 히트 상품 규라인은 어느덧 이경규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이경규는 왜 라인만 챙기는가? 라는 비난도 꾸준히 이어지던 시점이다.
규라인은 식상해진 이경규를 더욱 식상하게 만들었다.
이경규 프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게스트의 반이 규라인이거나 규라인으로 보이는 단골들.
마치 카드 돌려막는 식으로 출연을 하니, 시청자들도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당연히 채널은 얼마 못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물론 이경규만이 라인을 챙기는 것은 아니다.
유재석도 강호동도 자신의 라인을 프로에 동참시키는 걸 종종 본다.
그러나 합류 비율이 이경규와 비교해 현저히 떨어진다.
라인에 대한 이경규의 반박이 나올 수 있다.
평소에 자주 어울리고 친한 사람들과 방송을 해야 허물이 없고 자연스러우며
서로 상대를 아는 만큼 장단점을 캐취하고 시너지를 내며 프로에 녹아들 수 있다고.
그러나, 한 프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처음에 어색함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서로에게 녹아드는 단계를 거쳐야 에피소드가
늘어나는 것이지, 완성품을 내놓고 다시 분해해서 조립하겠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미 시청자들은 완성품을 보았는데, 다시 그걸 조립단계에서부터 볼 필요가 있을까?
그런 면에서, <남자의 자격>의 멤버구성은 그의 변화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예능 초짜들을 프로에 녹아들게 하기 위해서, 이경규의 자질이 필요한 시점이다.
캐릭터를 잡아주는 도우미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
물론 본인의 캐릭터도 식상함을 주는 범위에서 변화를 구해선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첫방은 나름 성공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첫방에서 문제점은 없었는가?
안타깝게도 이경규의 급함이 여지없이 보여졌다는 사실이다.
시작은 좋았다. 철저한 수비토크로 분위기를 끌어 올렸으며.
자신의 통해 다른 멤버들의 캐릭터가 조금씩 잡혀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반면, 후반부에 이경규는 참질 못한다.
이경규는 프로인데다, 프로그램을 읽는 눈이 다른 이들에 비해 두세수 높다.
자신의 머릿속에 구상한 그림이 나올지 않을 때는 기다려 주지 않고 지적한다.
김태원이 와이프와 재회하는 장면을 들여다보자.
이경규가 김태원에게 아내를 “업으라고!” 강요섞인 외침은 분위기를 깨고도 남았다.
아무리 사전에 업기로 계획이 되었다하더라도 돌발상황은 분위기를 오히려 업시킨다.
한창 분위기가 오르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다.
그냥 차안에서 다른 멤버들과 “저기선 업어야 되는데...”라고 아쉬움을 남겼으면 어떨까?
김태원은 예능의 끝둥이다.
예능의 흐름보다 자신의 감에 의존하고 방송을 한다.
그래서 김태원이 신선한 캐릭터가 아닌가? 여느 방송인처럼 정형화되지 않고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으며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그 점을 살려줘야 되질 않는가?
처음부터 완벽한 그림이 나오는 게 오히려 작위적으로 비춰지진 않을까?
첫회가 완벽하면 횟수를 거듭할수록 힘이 부치고 할 얘기가 줄어든다.
이경규가 조심해야 할 것이 이런 것들이다.
자신이 뭔가 기획하고 해결하고 정리하려는 습관이다.
이경규도 이외수를 제외한 일곱명의 멤버중에 그저 한 사람일 뿐이다.
이경규는 단지 슛 들어가기 전과 들어간 후에도 보이지 않는 조율을 해야 된다.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조율 말이다. 보이지 않는 조율.
슛이 들어가면 이경규는 다른 멤버와 동일한 기준에서 상황을 풀어가야 한다.
이경규가 리더가 될 필요도 없고. 오히려 나이 먹은 티밖에 더 나는가?
강호동과 유재석이 잘 하는 게 이런 것이다.
자신의 캐릭터를. 나이를. 성격을. 다른 멤버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접근한다.
상대가 나이가 어리고 많고를 떠나서, 그저 자신과 같은 한 명의 멤버로 대하고 다가가는 게 탁월하다.
절대 무리수를 두지 않고, 돌발상황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인다.
상대가 아마추어일수록 기다려주는 여유와 인내가 강호동, 유재석에겐 있다.
어느 멤버가 최소한 B는 해줄 수 있는 상황에서 방송에서 나갈 수 없는,
편집이 예상되는 C나 D의 리액션이 나왔을 때 그들은 멤버의 기를 죽이지 않는다.
다음을 기다린다. 그가 B가 나올 때까지. 재수좋으면 A가 걸려들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강호동과 유재석의 녹화시간이 긴 것이다.
녹화가 긴 만큼 좀 더 자연스럽고 양질의 분량을 뽑아내는 것이다.
이경규처럼 왜 그들이라고 끊고 자르고를 못하겠는가? 그들도 십년 넘은 베테랑인데.
다년간 최고의 주가를 달려 온 방송 귀신들인데 말이다.
그들은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지 않는다. 프로를 길게 보는 것이다.
같이 가는 멤버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천천히 곶감을 빼먹는 거다.
이경규에겐 그들과 같은 인내심이 부족하다.
이경규는 미리 그림을 그려두고, 거기에 퍼즐을 맞추려고 한다.
퍼즐이란 건 이렇게도 굴려보고 저렇게도 굴려봐야 한다.
본인이 아닌 다른 이들도 굴려보고, 그래서 다양한 퍼즐모양을 거쳐 완성해야 한다.
자신이 놓치고 있는 게 분명 있다. 생각보다 많다.
솔직히 삼십대, 사십대의 이경규와 오십줄에 접어 든 이경규는 분명 다르다.
그는 대중의 코드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그걸 인정해야 된다.
악착같이 잡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자신이 커버할 수 없는 부분은 다른 멤버들에게 양보해야 한다.
이경규의 약점을 젊은 윤형빈과 이정진이 커버해야하는 부분이 많다.
그들에게 더 기회를 주어야 하고 그들과 더 호흡해야 한다.
물론 김국진의 적절한 리딩과 맞물려야 함은 사족이 될 것이고.
이런 게 이경규의 식상을 깨는 상식이 아닐까?
단순히 방송사만 옮기다고 해서?
그저 규라인이 아닌 멤버로 교체한다고 해서?
성질, 버럭을 안 부린다고 해서?
아니다. 인내심이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인정이다.
그리고 아직도 예능을 주도할 수 있다고 믿는 자신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한다.
이제 이경규도 멤버들을 믿어야하고, 피디와 작가의 역량을 믿어야 한다.
예전처럼 자신의 프로그램 전체를 커버하기엔
그의 나이가 말해주고, 그가 여러가지 벌려놓은 개인사업들이 너무 많지 않은가?
신경써야 할 곳이 한두가지 아닐텐데 말이다.
그러다보면 어느 하나에 집중할 수 없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며 짜증이 나기 쉽다.
자기가 생각한 리액션이 멤버들에게 나오지 않을 땐 불만섞인 표정이 나오기 마련이다.
프로그램이 길어지는 걸 참지 못하고, 결국 제풀에 꺽이고 만다.
이경규는 프로그램 초반은 90에서 시작하지만, 후반부엔 50으로 떨어져 있다.
유재석, 강호동이 초반부터 마무리까지 시종일관 90을 유지하는 것과 사뭇 비교가 된다.
프로그램 녹화는 이경규보다 그들이 훨씬 길게 하는 데도 말이다.
이경규에게 참을 인(忍) 만 갖춰진다면, 다른 재활프로그램은 없어도 될 것이다.
좀 더 편해지라고 말해주고 싶다.
좀 더 방송을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케이블 프로는 그만 정리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경규의 팬으로서 그를 브라운관에서 오랫동안 보고 싶다.
그가 나와 같은 매니아들이 아닌 좀 더 폭넓은 사랑을 받는 진행자로 거듭나길 바란다.
예전의 몰래카메라, 양심냉장고, 대단한 도전만큼 사랑받는 MC로 돌아오길 바란다.
그게 2009년이 되었으면 한다.
내년에 월드컵 응원을 가려면 건강도 유지해야 되질 않겠는가?
너무 많은 일을 하기보다, 좋아하는 일을 즐기는 게 우선이 되길 바란다.
끝으로 이경규가 여성출연진속에 파묻혀서 방송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솔직히 일밤에서 <우리 결혼했어요>보다 가상의 이 시대의 가족상을 보았으면 했다.
가상속에 이경규가 딸부자집 가장같은 역할로
여자들속에 파묻혀 고민하는 이 시대의 가장의 모습을 잘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그의 마초적인 본능이 무너지는 모습을 통한 웃음을 보았으면 한다.
아빠에게 무관심한 딸도, 아빠편이 되어주는 딸도 있을 수 있겠고.
바가지 긁는 아내와 사위편이 되어주는 장모도 있을 수 있겠고.
왠지 초라하고 무능력하고 그러면서 친구들 만나면 허세부리는 중년 남자의 역할을
이경규가 정말 잘 소화해 낼 거 같다.
아무튼 여성출연진과 잘 섞이지 못하는 이경규에게 이런 여자 넘치는 프로그램도
그의 식상함을 깨주는 또 다른 아이템이 아닐까?
상식적으로 생각하건데, 식상함을 깨는 방법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바로 본인이 변하면 된다.
본인이 달라지는 시점에서부터 반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