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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버스데이, 눈물이 필요했을까?

바람을가르다 2010. 5. 11. 09:47






출산장려, 가족버라이어티 <해피버스데이>가 정규 편성된 후, 11일 첫방송을 탔다. MC에는 기존 이경규와 이수근에,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낸 김지호와 김성은 그리고 소녀시대 제시카가 합류해 조화를 이뤘다. 현재 딸을 키우는 김지호, 예비엄마 김성은,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제시카의 조합은, ' Before & After'의 느낌을 주어 프로그램 컨셉과 잘 부합된다.

녹화는 산부인과 병동내에서 진행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다림'의 현장에 투입된 MC들은, 출산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안방까지 전달하며 공감을 추구한다. 산모가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때마다 축하메세지와 함께 육아용품을 선물한다. 또한 새식구를 맞이 한 아빠, 엄마의 소감을 들어보는 시간도 갖는다.

그러나 출산과정만으로 한 시간을 보낼 수 없다. 빈 시간을 메꾸기 위해 연예인게스트가 등장한다. 첫방송엔 박명수와 이승연이 초대됐다. 두 사람은 현재 각각 두살 남짓한 딸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결혼 그리고 육아에 관련된 이야기를 MC들과 나눴다. 토크의 주제가 가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니, 기존 토크쇼와 달리 막말과 폭로대신, 훈훈한 에피소드로 채워졌다.



해피버스데이, 왜 눈물을 강요할까?

게스트로 출연한 박명수와 이승연은 <해피버스데이>를 성공적으로 이끈 공신이었다. 박명수는 재치있는 언변으로 시종일관 분위기를 업시킨다. 22개월 된 딸 민서의 사진을 공개했고 육아에 대한 경험을 통해 자식 사랑을 표현했다. 또한 반대가 심했던 아내와의 결혼스토리로 시작해서, 현재 남편이자 아빠 '박명수'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신선했다. 김승우의 <승승장구>에서 나와야 할 에피소드가 <해피버스데이>에 쏟아졌다.

특히 박명수를 더욱 칭찬해줘야 할 점은, 메인MC 이경규를 끊임없이 건드려줬다는 사실이다. 남성보단 여성출연자가 많은 방송이 아직은 낯설은 듯, 쑥스러움이 베어 있던 메인MC 이경규를, 프로그램내에 끌어들이고 녹아들게끔 어시스트 한 건 박명수였다. 사실상 이수근의 몫을 박명수가 반이상 해낸 것. 선배 이경규를 생각할 줄 아는, 박명수의 깊은 속내가 묻어난다.
  
이승연은 딸아이뿐 아니라, 몸짱 남편을 공개해 더욱 놀라웠다. 비록 비디오촬영이었으나, 아내 이승연을 위해 기꺼이 촬영해 동함했다는 사실만으로, 시청자에게 좋은 남편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남편의 기운을 얻어서인지, 한결 방송에 여유를 품은 이승연은 능수능란한 말솜씨로 토크의 이음새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고리 역할마저 수행한다. MC 김지호도 무척 훌륭했으나, 토크쇼를 진행한 바 있는 이승연은 여전히 감이 좋았다.



물론 이경규와 이수근, 그리고 김지호-김성은-제시카로 이어진 MC들의 궁합도 첫방송치곤 꽤 좋았다. 앞으로의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게스트임에도 불구하고 박명수와 이승연의 써포트가 워낙 좋아, 중간중간 어색할 수 있는 부분들이 지워지고, 자연스럽고 편안한 토크와 느낌을 선사하는 데 플러스가 된 것도 사실이다.

단지 아쉬웠던 건, 우체부의 등장과 함께 소개된 두통의 편지였다. 한통은 김지호의 친정엄마. 다른 한통은 이승연의 시어머니가 자필로 적어 보낸 것.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속에 숨쉬는 재미와 웃음속에, 갑작스럽게 감동모드로 분위기 전환을 꾀한다. 편지를 읽는 김지호와 이승연도 눈물을 쏟았고, 듣고 있던 김성은과 제시카도 울었다.

'엄마', '어머니' 눈물나는 단어다. 근데 지켜보기에 다소 어색했다. 편지를 낭독하는 당사자야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겠지만, 제작진이 감동을 자아내기 위해 지나친 욕심을 부린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감동이란 건 타임을 따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도출될 때 시청자도 더욱 공감할 수 있다. 그 옛날 이경규의 '양심냉장고'에서, 정지선을 처음으로 지켰던 사람이 장애인부부였을 때, '짠'하게 전해오듯이 말이다. 감동은 기다리다 보면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예능에서 감동을 주는 게 어제 오늘도 아니다. 다만 억지스럽게 잡으려고 드는 예능프로그램이 너무 많은 것 같다. <해피버스데이>의 경우, 생명의 위대한 탄생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이 보장됐다고 보는데 아니었나.

첫방송이었기 때문이었을까. 같은 편지가 앞으로도 계속 배달된다면 '글쎄다' 싶다. 시청자에게 이 부분은 '감동 타이밍!'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프로그램이 되진 말았으면 한다. 그냥 사는 얘기,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속에, 편지가 없고 눈물은 없더라도, 알게 모르게 감동은 쌓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