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이수근 노출쇼, 재미와 가학의 줄타기?
9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은, 한마디로 눈물나게 웃긴 대폭소 연속이었다. 가장 '1박2일'스러웠다고 할 만큼 복불복의 날 것 같은 재미를 잘 살렸다. 여기에 일곱 명을 3조로 나눠, 여행상품 개발에 나선 '1박2일표' 프리젠테이션은 신선했을 뿐 아니라, 배꼽잡는 웃음을 덤으로 선사한다. 동시에 코리안루트속에 테마가 있는 여행을 추구한 의미있는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1박2일>의 재미속에는 늘 폭탄이 숨어 있다. 100% 순수한 웃음폭탄으로 터질 때도 있지만, 때때로 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다큐가 아닌 예능임에도 불구하고, 복불복의 결과를 놓고, 언짢게 보는 시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벌칙인 추운 날 찬물에 옷을 벗고 입수하는 과정 등은, 보는 이에 따라 가학으로 비춰질 수도 있기에, 독한 웃음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좀 더 순화시킬 필요는 있다. 9일 방송 분에서는, 이승기와 이수근이 나란히 찬물 반신욕에 열바가지 물세례를 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승기의 공중부양도 재밌었지만, 이수근의 노출쇼에 이은 해변의 난동은 폭소의 모든 것을 재현한다. 다만 아쉬운 건, 바로 MC몽의 오버센스였다.
1박2일 이수근 노출쇼, 재미와 가학의 줄타기?
UFO사건은 제작진의 지혜로 'UFO가 아니다.'로 갈무리됐다. 그러나 결과의 피해는 고스란히 멤버들에게 돌아갔다. 용돈은 반으로 줄었고, 그만큼 삼겹살의 양도 줄었기 때문이다. 멤버들의 굶주린 배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 결국 나PD는 삼겹살을 배불 리 먹게 해주는 대신, 찬물에 등목을 할 멤버 세명을 추려낼 것을 제안한다. '일단 먹고보자.'는 멤버들로 인해, 협상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공짜로 배를 채웠으니, 여섯명중 세명을 추려내는 일만 남은 것. 스릴 만점의 '바가지돌리기'로 이수근과 이승기가 벌칙의 희생양이 된다. 이승기에게 10차례 선사한 물세례는 양반수준이었지만, 충분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같은 물세례를 열번 더 시청자에게 보여줘야 한다. 어찌보면 지루할 수 있다. 센스만점 이수근은 이승기와 달라야 함을 안다.
일단 상의부터 벗고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그를 향해 옷벗기를 좋아하는 '노출증 개그맨'이라는 수식어가 멤버들의 입을 통해 터져 나오고, 슬슬 웃음에 강도가 세지기 한다. 이어 부잣집 도련님을 연출한 이수근의 상황극과 대야위에서 곡예를 펼치는 몸개그를 지켜보면 배꼽이 빠질 정도다. 천상 개그맨 이수근의 원맨쇼.
이어 물세례가 끝이 나고, 이수근을 들어서 땅바닥에 내려놓는 멤버들의 재치도 돋보였다. 수건으로 덮어주는 센스에 또 한번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추노 이다해의 노출이후, 모자이크가 대세이긴 한가보다. 팬티차림의 이수근을 적절하게 가려 준 모자이크 또한 움직이는 폭소탄이었다.
그러나 찬물 바가지를 연신 이수근에게 퍼붓던 MC몽의 행동은 우려스러웠다.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비춰졌다. 웃음을 위해 다양한(?) 바가지세례를 꾀했다해도, 당하는 이수근의 입장을 생각하는 시청자도 계산에 넣었어야 했다. 웃음을 염두한 MC몽의 과한 의욕이 '가학'이라는 단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버했던 MC몽, 구세주 강호동-이수근?
MC몽의 오버를 구해 준 사람은 '1박2일'의 맏형 강호동이었다. 만약 이수근 혼자 MC몽의 물세례를 감당해야 했다면 웃음은 절반으로 줄고, MC몽은 시청자에게 미운 털을 살 뻔 했다. 그러나 이 때 이수근의 재치있는 반격이 터져 나왔다. 그가 맏형 강호동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추위에 벌벌 떠는 이수근의 몸을 닦아 주려, 수건을 들고 다가온 강호동에게, 이수근은 물세례를 안겼다. 벌칙멤버중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친 강호동에게, 복수아닌 복수를 해버린 것. 이어 MC몽이 또 한번 강호동에게 같은 굴욕을 선사한다. 동생들에게 당한 강호동이 있었기에, 자칫 불편할 수 있었던 이수근의 벌칙은 희미해진다.
확실히 물이 오른 이수근은 상황에 대한 감이 좋고, 적절하게 받아주는 강호동이 빛난다. 이는 지난 혹한기캠프에서 벌어졌던, 이수근의 '몰래카메라'때와 다르다. 당시 이수근은 멤버들에게 속아 한겨울에 혼자 찬물에 반신욕을 해야 했다. 웃음은 주었으나 방송이후 가학 논란이 일었다. 예능이 아무리 웃음을 뽑기 위해서지만, 한 사람의 희생자를 만들어 낸 과정과 결과가 보는 이에 따라 달갑지만은 않았던 것.
그러나 이번은 복불복이란 정당한 과정을 거쳐 이수근과 이승기를 축출했다. 단지 물세례를 가했던 MC몽의 방법에, 이승기와 이수근은 달랐다는 점이, 유쾌한 웃음을 주는 데 방해를 줄 수 있었다. 이승기에게 얌전했다면, 이수근에겐 거칠었다. 만약 상황을 반전시킨 이수근의 반격이 없었고, 강호동이 물을 먹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웃음에 가이드라인을 친다는 게 상당한 어렵고 애매하다. 어쩔 때는 너무 재밌어도 욕을 먹고, 별 거 아닌 것에도 논란이 불거지곤 한다. 그만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에, 웃음을 주는 과정에도 줄타기가 이어진다. 그래서 강약을 조절하는 예능감 못지않게, 상황에 대한 판단력과 멤버들의 호흡이 중요하다.
<1박2일>이 꾸준한 인기로 롱런하는 이유중에 하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피드백에 있다. 그만큼 시청자를 읽어 내는 멤버들의 감이 뛰어나다. 순간순간 빠르게 돌아가는 필름속에서, 멤버중 누군가의 행동이 과하거나 부족하다 싶을 때엔, 다른 멤버들이 재빠르게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그것도 삐걱대거나 티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말이다.
바로 <1박2일>이 '1박2일'동안 완성된 것이 아닌, 4년이 넘는 시간속에 쌓아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진화를 거듭한다는 방증이다. 다만 MC몽의 빚었던 것처럼, 웃음에 대한 과한 의욕은,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삐끗하게 만들 수도 있음을 상기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