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개인의취향, 반토막난 미친존재감 류승룡?

바람을가르다 2010. 5. 8. 12:11






전진호(이민호)가 최관장(류승룡)에게 박개인(손예진)을 사랑한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이어 자신은 게이가 아니었다며, 그동안 속여서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최관장으로선 진호를 향한 짝사랑에 금이 간 동시에, 배신감이 느껴지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그는 위스키 몇 모금에, 그가 받은 상처를 털어낸다.

최관장은 진호에게 담예술관 프로젝트 심사에 불이익을 줄 일은 없을 거라며, 좋은 친구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최관장은 쿨했다. 그리고 개인을 따로 불러 식사를 청하며, 짝사랑 선배에게 귀여운 고문을 가했다.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좋은 친구이자 파트너가 되어 주겠다는, 넓은 아량을 보여 준 최관장. 



반토막난 미친존재감 최관장(류승룡)?

진호가 게이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사랑을 얻은 개인이 행복해졌다. 반대로 사랑에서 멀어진 최관장과 창렬(김지석)에겐 불행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개인을 붙잡을 여지가 남은 창렬과 달리, 러브라인에서 하차한 최관장에겐 뼈아픈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진도커플(전진호-최도진)은 호박커플(진호-개인)에 비해 비중은 작았지만, 묘한 대립각을 세우며 극의 재미를 풍성하게 해주었던 게 사실이다. 특히나 최관장의 경우, 완벽한 게이연기를 통해 '미친존재감'으로 부각되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었다. 진호를 향한 짝사랑의 몸짓, 표현이 최관장을 통해 구현될 때마다, 웃음도 터졌지만 쓸쓸한 눈빛에서 아픔도 느껴졌다. 그러나 이제 그의 짝사랑은 끝나 버렸고, 더이상 최관장(류승룡)의 사랑연기를 볼 수 없게 됐다.

진호가 최관장에게 게이가 아니라고 고백한 순간, 그리고 최관장이 진호에게 친구로 남자고 했을 때, 문득 <추노>의 천지호(성동일)가 대길(장혁)을 구한 뒤 죽음을 당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동시에 황철웅(이종혁)에게 칼을 맞고, 몇 회에 걸쳐 생사가 오갔던 최장군(한정수)과 왕손이(김지석)도 생각났다. 미친존재감 최관장은 진호의 고백으로 인해, 캐릭터가 반토막이 난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진호가 최관장에게 자신이 게이가 아니라고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시기가 너무 이른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직 4회가 남았고, 조금은 더 끌고 가도 좋은 진도커플이었다. 개인에 대한 넘치는 사랑이 진호의 단호한 고백을 이끌었지만, 고백이 좀 더 미뤄진다고 해도 진호의 매력은 줄지 않는다. 또한 극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더욱 말이다. 결국 개인의 트라우마로 포인트가 맞춰지면서, 최관장은 희생양이 된 듯한 인상마저 주었다. 
 
앞으로 <개인의취향> 최관장은 <추노>의 왕손이처럼 절름발이로 완주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면,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랑에 빠져 진호앞에서 쑥스러워 하던 게이 최관장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단순히 진호와 개인의 쿨한 도우미를 넘어, 여전히 매력있는 캐릭터로 시청자에게 각인될 수 있게, 그를 위한 에피소드에 더욱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