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개인의취향, 손발 오글거리는 재미?

바람을가르다 2010. 5. 6. 08:35





전진호(이민호)와 박개인(손예진)의 '게임오버' 키스가 화제가 된, <개인의취향> 10회의 마무리는 깔끔했다. 문제는 달콤한 키스 후에 이어질 11회의 초반을, 어떻게 매끄럽게 연결할 지에 달렸었다.

진호는 개인뿐 아니라, 창렬(김지석)과 인희(왕지혜)가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은 게이가 아니었다고 밝힌다. 이에 순간 당황했던 개인은, 진호의 말이 진심임을 알아채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순조로운 진행 같으면서도, 진호가 게이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 짧은 순간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개인이 다소 어색했다.

개인이란 캐릭터에 비추어 볼 때, 놀라고 당혹스런 반응이 조금은 더 길어지고 아주 잠깐 동안이라도 혼자서 머릿속을 정리하는 시간이, 그녀에겐 필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호가 게이가 아니라고 말하자, '그래, 당신(진호)은 게이일 리가 없어.'라고 단정하고는, 눈물부터 쏟는 건 아쉬웠다. 또한 그동안 왜 진호가 가짜게이 행세를 했는 지, 구체적으로 묻지 않았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건어물녀에서 여우가 된 박개인(손예진)

그러나 키스 후에, 본인의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진호를 두고, 개인이 질질 끌 이유는 없다. 그녀는 진호를 이미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게이라고 믿었던 시간, 순간에도 말이다. 개인이 억지로 진호를 밀어내는 것은 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하루정도 심통을 부리고 풀리는 게 맞다. 

진호의 '여자만들기 프로젝트'의 효과가 개인에게 묻어 나오기 시작했다. 건어물녀 개인은, 어느새 여우가 되어 있었다. 진호를 용서 못할 것 같은 태도로, 애간장을 슬슬 태우기 시작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태훈(임슬옹)과 혜미(최은서)가 상고재에 들이닥쳤다. 그리고 꽁해진 개인의 마음을 한꺼번에 풀어주는 꿀진호의 한마디.

"나한테 저 여자(박개인)말고, 아무도 여자로 안 보여!"

아마도 남자가 사랑을 시작하고 픈 여자에게 들려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더군다나 다른 여자가 매달리는 상황에서 말이다.  손여우가 된 박개인은, 진호의 말을 듣고 방으로 들어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손발 오그라드는 재미?

오해도 화도 풀린 두 사람. 본격적으로 러브러브모드에 들어간 진호와 개인. 이어지는 애정행각을 지켜보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다. 로맨틱코미디의 묘미(?)이기도 한 손발오글모드는, 적당하게 쏴줄 때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특히나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진호와 개인의 경우, 그동안 시청자의 애간장을 태운 죄값을 치뤄야 한다. 좀 더 닭살스러워도 용서가 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관장(류승룡)까지 손발오글모드에 합류한다. 그는 개인에게, 진호와 어색하지 않게 잘 좀 연결시켜 달라는 부탁을 하며, 제주행 비행기표를 건넨다. 아이처럼 설레고 있는 최관장의 얼굴을 보면, 닭의 기운이 뻗쳐 있다. 진호와 개인의 스킨쉽보다, 최관장의 말한마디가 더 닭살스럽고 재밌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제 11회. 앞으로 5회가 남아있다. 이대로 순탄하게 닭살로 극을 먹여 살릴 순 없다. 적절한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한다. 이에 절대밉상 인희가 손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집요한 '박개인 남자친구 빼앗기 프로젝트'는 가동됐고, 혜미를 커피숍으로 데려가 동지로 만든 뒤, 작전개시에 들어간다. 덕분에 '선덕여왕' 비담 김남길이 카메오로 잡히는 경사도 맞는다.




사랑과 훼방은 윈윈이다?

혜미를 통해 창렬과 개인의 관계를 알아버린 진호모(박해미)가 상고재를 찾았고, 때마침 개인과 함께 있던 원수같은 창렬부(안석환)를 만나게 된다. 개인이 진호모에게 찍히는 순간이다. 수많은 드라마가 사랑하는 '어머니의 반대'가 개취에도 강림했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 않고, 개인에 대한 무한사랑을 설파하는 진호.  

특히 제주도에서 개인에게 백허그를 작렬하며 했던 진호의 한마디.

"당신하고 헤어지는 일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요."

'사랑한다'는 말, 100번 보다 더 로맨틱하고 신뢰가는 멘트. 이것은 진호모의 반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멘트란 사실이다. '부모의 반대' 컨셉은 식상하지만, 그것은 사랑을 더 강하고 조밀하게 만들고, 더 닭살스럽게 하는 윤활유가 된다. 뻔한 조미료도 때로는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뻔한 조미료는 남용하면 곤란하다. 창렬이 몸을 던져 개인을 구한 교통사고 장면은 악수였다, 드라마의 소재가 바닥난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개인이) 행복하면 됐다.'며, 쿨하게 개인을 보내 준 멋있던 창렬만 살렸어도 충분했다. 허나 창렬을 더 멋지게 구현하기 위해, 여자주인공만 노리는 눈삔 자동차가 등장한다. 김국진의 유행어, '오마이 갓!'이 생각날 정도다.

개인의 취향 11회, 로맨틱가이 진호와 여우가 된 개인은, '로코의 법칙'에 충실하게 본격적인 손발오글모드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이들 사이를 갈라 놓기 위한 훼방꾼들의 행보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여기에 실연의 아픔을 소화해야 할 최관장은, 어떤 제스처를 취할 지 무척 궁금증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