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승승장구, 지독했던 박명수죽이기?

바람을가르다 2010. 5. 5. 10:30





김승우가 <승승장구>를 시작할 때, 했던 말이 있다. 게스트를 최대한 배려하며, 폭로위주의 자극적인 토크쇼와 차별을 두겠다. 동시간대 <강심장>을 겨냥한 듯한 발언이었다. 그의 약속은 어느 정도 지켜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인기 상종가의 게스트를 섭외하고도 시청률이 한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자, <승승장구>도 결국 기존 토크쇼의 트렌드를 쫓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승승장구>를 탓할 수는 없다. 남들이 빨강일 때, 너만 초록이 되라고 강요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에 임하는 진행자의 태도는, 게스트의 인기나 위치에 관계없이 한결같은 느낌을 줘야 한다. 프로그램을 위해 출연을 허락한,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4일 방송된 '박명수'편을 보고, 김승우와 <승승장구> 제작진에게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승승장구, 지독했던 박명수 청문회?

자칭 1.5인자 박명수가 토크쇼의 단독 게스트로 등장했다. 그동안 출연했던 장혁, 비, 소녀시대 등을 거론하며, 시작부터 시청률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하는 메인MC 김승우와 패널들. 더군다나 강호동-이승기의 '강심장'엔 월드스타 비를 포함, 약 20여명의 개성을 가진 게스트가 출연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시청률은 '강심장'과 10%이상 차이가 난 완패였다.

게스트로서 무게감이 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명수가 처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무한도전>의 멤버 하하와 길이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 만약 '몰래온 손님'이 하하와 길이 아닌 유재석이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지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건, 게스트 박명수를 위한 자리였다는 사실이다.

시청률에 관계없이, 게스트가 1인자든, 1.5인자든 간에, 진행하는 메인MC와 제작진은 게스트를 배려해야 한다. 그러나 시종일관 박명수를 무시하고, 그의 치부들을 폭로하여 재미를 찾고자했던 김승우와 제작진. 또한 박명수를 불러놓고, 질문의 반이상을 유재석과 엮고 마는 집요함에, 불편함 이상의 짜증을 동반시킨다.



물론 지금의 박명수가 있기까지 절친 유재석의 힘이 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박명수 본인조차 유재석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말할 정도다. 박명수에게 있어, 유재석은 뗄 수도 없지만, 억지로 떼어 내고 싶지도 않은 존재다. 그리고 현재 <무한도전>과 <해피투게더>에서 톰과 제리로, 여전히 좋은 호흡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유재석과 박명수의 사이를 작정하고 갈라 놓겠다는 심보아닌 심보가, 질문들을 통해 무한 반복됐다는 점이다. '유재석의 기생충'이란 악플러의 댓글이 박명수의 입을 통해 나왔으면, 적당히 마무리하고, 인간 박명수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그러나 끊임없이 박명수와 유재석을 비교하고, 유재석이 없으면 '박명수는 거품이다.'식으로 물고 늘어진다.

이것도 모자라 박명수의 응원군 하하와 길을 데려다가 '박명수죽이기'에 열중한다. <강심장>의 폭로가 자진납세라면, <승승장구>는 남의 입을 빌린 폭로를 지향한다. 더 자극적이고 졸렬한 방식이다. 이미 김승우와 제작진에겐 초심따윈 없었다.

유재석이 없는 상황에서, 그를 박명수라는 요리에 끊임없이 조미료로 사용하는 것도 부족했는지, '김승우의 시선'이란 질문은 박명수를 난도질한다.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마치 청문회하듯이 박명수를 돈벌레 취급하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박명수는 완전 무결해야 하는 사람인가. 김승우 본인에게 같은 질문을 해주고 싶을 정도다.   

급기야 메인MC 김승우의 입에서, '유재석이 섭외가 안 되서, 박명수를 대타로 초대한 것이다.'라는 결정타가 터져 나온다. 당황한 박명수를 제외한 모두가 웃었다. 메인MC가 할 수 있는 최악의 저질멘트로 웃음을 자아내다니 씁쓸했다. 



만약 <승승장구>와 MC김승우가 다른 게스트에게도 이러한 태도를 취했다면, 프로그램 컨셉이려니 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유독 박명수에겐 수준이하의 질문과 폭로가 거침없이 쏟아졌다는 사실이다. 제작진에 의한 편집조차 되지 않았다. 마치 비나 소녀시대와 박명수는 급이 다르니까, 막 대해도 되는 사람인 양 다뤘다는 게 보일 정도다.

한편으론 인기나 지위를 막론하고, 늘 같은 태도로 대하고 배려하는 유재석이 왜 최고의 진행자로 꼽히는 지,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시청률이 바닥을 찍은 이유는, 게스트 박명수를 탓하기 전에, '승승장구' 제작진과 메인MC 김승우, 패널 장우영 등에 먼저 물어야 옳다. 주인에게 기본 자질이 안 보일 땐, 손님이 인기가 있던 없던 간에 간판은 얼마 못 가 내리게 되있다.

아무리 토크쇼가 예능 성격을 띈다지만, <승승장구> '박명수'편은 죄목을 따져가는 청문회를 보는 듯 했다. 그를 망가뜨려서 웃음을 뽑고자 혈안이 된 진행자. 게스트가 만약 그들이 바랬던 유재석이어도 그랬을까. 그리고 박명수를 위해 출연했다기보단, 자신의 예능감을 뽐내기 급급했던 하하와 길에게도 실망스럽다. <승승장구>가 승승장구하려면, 최소한 게스트를 가려 가면서 대하는 태도부터 고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