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UFO조작사건-연루된 제작진?
지난 2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 코리안루트 2탄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조용했다. 한달간의 결방끝에 만나서인 지, 반가움도 컸지만 왠지 모를 낯설음도 느껴진 게 사실이다. '한달'이란 두글자로 설명할 만큼,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공백보다 낯설었던 건, 강호동을 비롯한 일곱명의 멤버들에게 느껴지는 에너지랄까. 방전된 듯한 모습. 조금은 지쳐 보였고, 더 재밌고 따뜻한 장면을 뽑기 위한, 그들의 고민과 압박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저녁식사를 위해 불을 지피고, 김C가 부른 뜨거운 감자의 '고백'에 맞춰 멤버들이 장구를 치고 노래를 부를 때, 참 편해 보였다. 어쩌면 요란스러움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1박2일' 멤버들과 가장 안 어울릴 것 같지만, 함께하는 여행의 참맛은 사실 그러한 분위기에 있는 것이고, 그 느낌을 안방까지 잘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비록 MC몽의 활약으로 텐트 미션을 성공한 덕에, '저녁식사 복볼복'은 물 건너 갔고 웃음의 반이상을 잃었지만, 훈훈함으로 채워 넣는 것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했다.
1박2일, 제작진이 연루된 UFO조작사건?
실행에 옮기지 못한 '저녁식사복불복'과 이수근이 말한 "첫날인데 왜 이렇게 길어?"가 묘하게 맞물린다. 그렇다. 훈훈했지만 '1박2일'은 예능이고, 선수들은 숨차도록 뛰어야 하는 데 몸만 계속 푼 격이다. 이에 제작진은 '낙오자' 만들기에 나섰다. 비운의 주인공은, 게임에서 진 새신랑 은지원. 그러나 일련의 과정속에 긴장감은 떨어졌고, 그것은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은지원의 표정속에도 있었다.
그리고 1:6으로 나눠진 채 코리안루트는 계속됐다. 모든 게 자연스럽고 순조롭다. 그러나 김C의 노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잔잔하게 멜로디가 필요할 때가 있고, "이게 아닌데, 내 맘은 이게 아닌데~"와 같이 후렴구엔 시원하게 터트려야 줘야 할 때가 있다. 이쯤되면 제작진이나 멤버들이나 본능적으로 직감했을 거라 생각한다. 대박 '웃음'에 대한 압박.
제작진이 꺼낸 '웃음'의 카드는 삼겹살을 사기 위한 용돈 미션. 그리고 멤버들에게 건넨 메뉴속에 있었다. 가장 비현실적인 메뉴 'UFO'찍기에 10억을 건 제작진. 나영석 PD는 왜 말도 안 되는 미션 'UFO'찍기에 10억을 걸었을까.
바로 멤버들이 'UFO'찍기로 재미를 선사해주길 바랬을 것이다. 눈치가 빠르고 억지를 잘 부리는 캐릭터 강호동이라면, 'UFO'로 뭔가 만들어낼 것이란 사실을, 제작진도 알지만 시청자도 예감하고 있다.
역시나 삼겹살에 굶주린 강호동은, 배불리 먹을 만큼의 용돈을 구하지 못하자, 멤버들을 선동해 'UFO'사진 조작에 나선다. 이에 김C가 병뚜껑을 날려서 UFO로 둔갑시키자는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들의 조작은 평이했던 코리안루트를 지나, 빅 웃음의 길로 핸들을 꺽는데 성공한다.
강호동이 나PD를 붙잡고, MC몽과 김종민이 카메라맨을 유인한다. 이 때, 이승기가 병뚜껑을 날리고, 맨인블랙이 된 김C가 사진을 찍는다. 바람잡이 이수근이 외친다. "어 저기 봐, 갔다, 갔다!" 그리고 김C가 찍은 사진엔, 병뚜껑대신 UFO로 우길 만한 점 두 개가 선명하게 보이고, 흐릿한 두개를 포함 총 네개. '1박2일' 감정가 40억?
멤버들이 원하는 삼겹살을 두고, 나PD와 협상을 벌이는 강호동. 황당하지만 검토해 보겠다는 나PD의 다소 진지한 답변이 웃음을 극대화시킨다. 여기에 절묘한 타이밍? 자칭 외계인전문가 은지원의 전화가 걸려 온다. 은지원은 나PD에게 사진을 태우라고 말한다. 또 한번 나PD의 예능감이 폭발한다.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을 찾아내서, 기억을 지워 버릴 거라고?"
뭔가 대단한 대화가 오갈 법한 분위기를 조성하고는, 은지원의 말이 그대로 무표정한 나PD의 입과 자막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순간 대박 웃음은 완성됐다. 은지원의 입이 아닌, 나PD의 입을 통했기 때문에 웃음이 배가된 것.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나PD에게 딱 어울렸다. 그의 무표정한 발연기(?)는 대종상감이었다.
억지가 난무하고, 어설픈 조작이 현실이 됐다. 그런데 빵 터지고 만다. 조작의 과정을 알기 때문에 웃음에 불편함이 없다. 제작진은 웃음이 필요한 적당한 타이밍에, 'UFO'란 미끼를 멤버들에게 던졌고, 그냥 넘어갈 리 없는 멤버들은 숙련된 솜씨로 먹기 좋게 요리했다. 'UFO'조작사건에는, 사실상 제작진이 연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특히나 나PD의 리액션은 정말 볼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