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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의 정석, '김국진' 감동의 롤러코스터!

바람을가르다 2010. 5. 3. 07:55





가끔 대학교 후배들을 만나지만, 그들에게 딱히 해줄 말이 없다. 이미 성인이 된 그들에겐, 나름의 생활방식과 인생설계가 잡혀 있을 테니까. 그럼에도 해줄 수 있는 한마디를 찾으라면, '즐겨라' 정도일까.

2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에서, 이윤석의 강연 도중, 한 새내기 여학생이 '놀아도 되냐?'고 묻는 장면. 이윤석은 놀아도 된다고 했다. 물론 1학년이니까 놀아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4년 후딱 간다. 사견이나 놀기보단 즐기는 방법을 터득했으면 한다. '놀다'와 '즐기다'는 다르니까. 한 예로, 공부는 놀면서 하긴 힘들지만, 즐기면서 할 수는 있으니까.

비단 학업 뿐 아니라, 연애도, 여행도, 동아리나 학과활동, 아르바이트 등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의 대학생활을 돌이켜, 가장 아쉬웠던 대목이 '놀다'와 '즐기다'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즐기는 방법을 알았더라면, 그 소중한 시간 그리고 기억속에 '후회'의 부피는 지금보다 더 줄지 않았을까. 그리고 난 졸업을 한 지금도, 여전히 즐기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렇듯 <남자의자격> '청춘에게 고함' 편은,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선배와 후배, 친구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캠퍼스란 따스한 울타리를 벗어나, 인생이란 광장으로 이끌었던 김국진의 '롤러코스터'는, 최고의 재미와 감동으로 나의 가슴속을 숨가쁘게 달려 주었다.



이윤석, 2% 아쉬웠다?    

이경규를 비롯한 <남자의 자격>팀이, 강연을 일주일 앞두고 모여서, 했던 말이 있다. 그들의 강연이, 단 한사람이라도, 인생설계에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은 쉽지 않다. 30분 동안 흔들 수 있을 지 몰라도, 30일, 30년동안 누군가의 기억에 저장되는 타인의 메세지는 드물다. 강연의 형식을 빌린다면 더욱 말이다.

첫번째로 나선 이윤석. 그의 애드벌룬 발언도 좋았고, 목표를 크게 가져야 근처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에도 심하게 공감했다. 때때로 웃음을 유발하는 재치도 선사했다. 다만 누구나 인지하는 보편성을 띤 스토리텔링에, 이윤석의 포장술이 빛난 정도에 그치고 만다. 

이윤석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말은, 정작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진 못했다. 자신을 '3.2인자'로 놓는 구체적인 모델까지 제시했지만, 객석에서 조는 학생들도 보였다. 그리고 그에게 건넨 남학생의 질문, "키가 몇이세요?"

여기에 포인트가 있다. '이윤석'이란 드라마를 토대로, 그가 말하고 픈 주제가 드러났다면 흡입력이 달랐을 것이다. 그들이 궁금한 건 '이윤석'을 통한 애드벌룬이다. 이윤석이 없는 애드벌룬은 책속에도, 수업중에도, 인터넷에도 있기 때문이다. 내용은 좋았지만, 교수님 느낌이 난 게 아쉬웠다고 할까.



강연의 정석, '김국진' 감동의 롤러코스터!

이윤석과 반대방향에서 출발한 김국진. 그는 딱딱한 논문보단 부드러운 수필이 쉽게 와 닿고 오래 남는다는 진리를 깨우친다. 단순히 김국진이 한 시대를 주름잡던 최고였기 때문이 아니다. 그도 강연에 앞서 잔뜩 긴장하고 있었고, 조리있는 말솜씨는 오히려 이윤석이 나았을 정도다. 그러나 그는 세상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김국진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그냥 롤러코스터가 아닌, '김국진'이란 롤러코스터다.

김국진은 사람을 끄는 힘을 가졌다. 시작부터 관객의 시선을 본인에게 집중시키는데, 가벼운 몸짓하나면 충분했다. 그리고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이어졌다. 신인시절 감자꼴 4인방(김국진, 김용만, 김수용, 박수홍)의 맏형이자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김국진. 그들을 둘러싼 방송사간의 갈등. 희극인실의 반발. 그리고 김국진과 김용만은 돌연 미국유학을 선택했고, 그들은 연예인 '영구제명'이라는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2년뒤에 돌아와, <테마게임>, <창찬합시다>, <일밤>등으로 유례없는 전성기를 구가했던 김국진. 당시 김국진의 영향력은, 현재 국민MC 유재석과 강호동을 능가했었다. 대한민국 방송계를 이끈 4인에 'KBS사장, MBC사장, SBS사장, 김국진'은 빈말이 아니었고, 광복50년 최고연예인에 선정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2위가 조용필이라면 그야말로 게임오버인 셈.



그런 그가 다시 내리막길을 달렸다. 일전에 <무릎팍도사>에서도 밝혔던 바 있듯이, 방송을 접은 뒤 실패의 연속이었다. 사업, 골프, 이혼 등. 그리고 5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숨가쁘게 추락하는 자신과 만나야 했음을 상기할 때엔, 그의 주름진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빠르게 추락할수록 다시금 힘차게 올라서는 동력으로 바뀔 수 있음을. 마치 롤러코스터와 같이 말이다.

김국진이 5년간의 공백을 깨고 재기에 성공한 데에는, 무엇보다 본인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지해 준 어머니가 있었다. 그리고 본인 입으로 치마 말하지 못한, 그의 끼와 재능이 거들었다고 생각한다.

김국진은 그렇게 30분 중에 25분을 자신의 인생스토리에 할애했다. 그리고 마지막 5분을 말한다. '아기가 태어나서 걷기위해 2000번을 넘어진다고.' 그리고 넘어짐과 일어섬의 반복은, 삶이 계속되는 한 부딪히는 현실임을. 그러나 오르막과 내리막을 달리는 롤러코스터에는 '안전바'가 있다. 사람에게도 알게 모르게 자신을 지켜 주는 안전바가 있으니, 실패를 두려워 말고 자신있게 도전하라고 말한다.



그가 말한 '안전바'란 경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루하루, 1분 1초의 순간마다 온몸을 통해 축척된 모든 것. 그것이 필요에 따라 '용기'가 될 수도 있고, '의지'나 '사랑'이 될 수도 있는.

김국진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해라'라고 가르치기 보단, '김국진'과 같은 삶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의 인생속에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귀한 가르침이 있었다. 살면서 경계해야 할 것은 실패가 아니라 포기라는 것. 그리고 이를 받치는 긍정적인 사고.

인생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하는 사람은 많지만, 롤러코스터에 '자신'을 대입시켜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김국진'의 롤러코스터는 스릴에 재미도 있었고, 눈물도 있었다. 다시 한번 타고 싶을 정도의 감동.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느껴 왔다.  강호동에게 <예능의 정석>이 있다면, <강연의 정석>은 김국진이 쥐고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