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취향, 따봉키스-원초적본능?
호박키스, Game Over (게임 오버)?
<개인의 취향> 10회의 엔딩을 장식한 '전진호(이민호)-박개인(손예진)'의 키스로, 안방을 후끈(?) 달아오르게 한 목요일 밤,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대답은 간단하다. 옛애인 창렬(김지석)에 대한 복수를 위해, 진호에게 여자가 되는 트레이닝을 받아왔던 건어물녀 박개인. 그녀는 진호의 어시스트속에 텅빈 골문 창렬앞에 서 있었다. 이제 가볍게 차 넣으면 골이 된다. 그것도 결승골이 될 수 있는 찬스를 맞은 것. 그러나 개인의 다리는 풀려 버렸다. 골문을 지키던 키퍼는 창렬이 아닌 인희(왕지혜)였기 때문이다.
뮤지컬 공연장에 개인의 전담 러브코치 진호를 대동하고 나타난 인희를 보자, 개인은 급격히 흔들렸다. 만일 라이벌이었던 아사다 마오가 브라이언 오셔코치와 함께, 은반 위 김연아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면 비슷한 심정이 아니었을까? 김연아의 장단점은 물론, 눈빛, 제스처만으로도 그녀의 몸상태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사람.
개인은 진호라는 파트너가 있을 때 두려움이 없었다. 무대위에서 긴장감이 줄어든다. 행여 개인이 실수를 하더라도, 위로하고 화이팅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사람, 진호가 늘 옆을 지켜줬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을 떠났다. 상고재를 떠났고, 더 이상 친구이길 거부했다. 상처받은 개인을 더 아프게 한 것은, 바로 그녀를 배신했던 인희의 곁에 진호가 서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여기엔 근본적으로 자신을 게이라고 속인 채, 담예술관 프로젝트를 따내려 '비즈니스'란 의도를 숨기고 상고재를 찾아 온 진호에게 있다. 그러나 시작은 불순했지만, 과정은 순수했다. 그리고 개인을 누구보다 아끼기 때문에, 그녀가 받을 상처를, 미리부터 걱정하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진호였다. 또한 그가 게이가 아니란 사실을 미끼로, 개인의 곁을 떠나라는 창렬의 입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말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개인은, 눈에 보이는 것에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그리고 육감이 느끼는 것은 자신이 몰랐던 혹은 외면했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결국 그녀가 바라보고 있었던 자리가 어디인 지.
옛사랑 창렬에 대한 복수따윈 처음부터 의미가 없었다는 걸 깨달은, 개인의 '나의 고백'이 뒤따랐고, 그녀의 눈이 진호에게 향할 쯤 다가온 남자의 한마디 '게임오버'. 그리고 개인의 입술에 벼락같이 떨어진 진호의 꿀입술. (사실 덮쳤다는 말이 어울린다) 희미했지만 붙잡고 싶었던, 두 사람의 원초적 본능, 사랑. 따봉키스.
개인의취향, 따봉키스는 원초적본능의 얼음송곳?
사실 '개취'를 보면서, 개인이 '창렬에게 복수하고 싶었다'는 설정따윈, 보이지 않았다. 엔딩에서 개인의 고백이 떨어지기까지 말이다. '맞어, 복수란 설정이 있었지?'라고, 그제서야 깨달을 정도로. 그만큼 복수라는 설정은 공감가지 않았다. 단지 개인이 건어물녀에서 매력녀로 변해가는 과정에, 가짜게이이자 동거남 진호가 도우미역할을 하며, 티격태격하다 우정과 사랑을 한계단씩 밟아 온 자취만이 남아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억누르던 본능이 폭발한 순간, 키스로 이어졌다. 이것은 사랑의 완성일까? 그렇다면 앞으로 무슨 에피소드로 6회를 채워 나갈 것인가. 그것이 더 궁금해졌다. 그리고 영화 <원초적본능>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마이클 더글라스와의 베드신 도중에 샤론스톤 집었던 날카로운 얼음 송곳.
진호와 개인의 키스는, 사랑의 완성이 아닌 시작이다. 시작은 반이라지만, 그 반을 채우는 건 무언가 엉기지 못한 허술함이다. 아직 진호는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개인에게 밝히지 못했다. 동시에 상고재를 찾아 온 목적도. 그리고 여전히 진호를 짝사랑하는 최관장(류승룡)이 있다. 여기에 포기를 모르는 훼방꾼 인희와 창렬.
진호와 개인의 따봉키스는, 너무 이르지 않았나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본능에 충실했던 키스는 '얼음송곳' 같은 것이다. 사랑이 순탄하면 위스키의 독한 맛을 달달하게 만드는, 딱딱한 얼음을 깨주는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되고, 사랑이 상처를 줄 땐 지금보다 두 세배 날카롭게 가슴을 후벼파는 날카로움만 남는다. 원초적 본능이 부른 키스는, 아직은 헐거운 진호와 개인의 사랑을 조밀하게 완성시켜 가는 시작이란 점에서, <개인의취향>에 또 다른 기대감을 부여한다. 게임오버가 아닌, 진짜 사랑 게임은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