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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취향, 폭풍전개-사랑한다고 말해줘!

바람을가르다 2010. 4. 29. 08:47





28일 방송된 <개인의 취향>은 9회의 부제는, '아임 유어 맨(I'm your man)'이었다. 9회의 전체적인 라인은 Leonard Cohen의 곡 'I'm Your Man'의 가사에 충실했다.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는 남자.

최관장(류승룡)이 마음에 들어 한 건축가들의 자료를 진호(이민호)에게 건네려 했던 건, 그가 진호의 마음 속에 한발짝 더 다가서기 위함이었다. 진호가 원하는 건, 담예술관 프로젝트를 따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환심을 사기 위한 애정공세. 창렬(김지석)이 개인에게 꽃다발을 선물한 것과 같은 이치. 동시에 사랑을 얻기 전까지, 그들은 상대방이 원한다면, 언제까지라도 기다릴 남자.

개인(손예진)도, 당신이 원하는 건 모든 지 할 수 있는, 남자가 되었다. 자신이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 진호가 찾아왔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개인은, 진호에 대한 고마움을 넘치도록 느낀다. 그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택한 것이 남장이었다. 여전히 진호가 게이라고 믿고 있는 개인이,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이벤트는, 하루만이라도 애인이 되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의 발로.

개인의 깜짝이벤트에, 잠시나마 그녀에게 까칠하게 굴었던 진호도 웃음을 터트린다. 두사람의 데이트는 여느 연인들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정작 바라보는 곳은 다르다. 진호는 개인의 눈을 쳐다보고, 개인은 진호의 등을 바라본다. 진호는 개인을 사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고, 개인은 진호를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마주봐야 하는 것을...



개인의취향, 폭풍전개-사랑한다고 말해줘!
 
개인은 진호의 등을 바라보며,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되뇌인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가 받아들이기엔 충격이 될 거란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한다. 여지껏 쌓아 올린 우정에 금이 가게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공존한다. 그리고 단순한 용기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개인은 말한다. 그가 자신을 바라보며 같은 떨림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그가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 남자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묻어 있다. 동시에 그에게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가 아닌, '사랑한다고 말해줘!'가 아니었을까. 그가 게이일지라도.

개인은 다시 태어난다면 남자이고 싶다고 진호에게 고백한다. 사랑과 우정의 틈사이를 가로지르는 고백. 진호는 지금의 개인이 좋다고 답한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아닌, 이상동몽(異床同夢)에 빠진 듯한 두 사람.



이미 개인이 마음속으로 들어와 버린 진호도 혼란의 연속이다. 최관장의 애절한 눈빛도 상처나지 않게 받아줘야 하고, 그가 게이가 아니란 사실을 알아 버린 인희(왕지혜)의 노골적인 대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쿨가이와 꿀가이를 오가는 진호는 단호했으나, 악녀 인희의 키스에 당혹스러웠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건, 결국 같지 않냐는 인희의 뼈있는 말에, 진호는 꼬여가는 살타래를 단칼에 베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진호는 알렉산더가 아니었다. 단칼에 베어 버리기엔 너무 멀리 왔기 때문이다. 그가 상고재에 들어온 목적을 개인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자 했지만, 상준(정성화)의 방해로 매듭을 짓지 못한 채, 가슴앓이를 이어 간다.  



9회에 전반에는 '짝사랑'이 베어 있다. '진호-개인'커플도 그렇지만, 진호를 향한 최관장과 인희의 접근, 개인을 향한 창렬이 그러하다. 그리고 그 짝사랑은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용기의 부재에 앞서, 상대가 먼저 '사랑한다'고 말해주길 바라는 욕심과 기다림이 있다.

폭풍전개 속에 '사자대면'으로 장식한 엔딩은, 앞으로의 갈등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개인-진호-최관장'라인에 창렬과 인희가 개입되어, 러브라인은 '오각관계'로 확장됐다. 재미의 불을 댕기는 데 성공하며 시청률도 상승했다. 신데렐라언니를 향한 본격적인 추격전이 시작된 것. 
 
<개인의 취향> 9회는, 마치 어제의 날씨와 같았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고, 오후를 지나서야 빗줄기가 약해졌다. 그리고 오늘 아침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인 아침을 만나고 있다. 오늘의 상쾌함을 누릴 수 있도록, 그렇게 비가 쏟아진 것처럼, 어제 방송된 <개인의 취향>도 그랬다. 마지막의 상쾌한 엔딩을 위해, 모질게 비를 뿌리기 시작한 것.

진호와 개인을 비롯해 러브라인을 구축한 인물들이, 흐릿했던 자신의 감정을 확신했고,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 욕심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고, 뚜렷한 목적속에 갈등을 구체화시킨다. 감정을 절제하는 우산을 들고 있기엔, 이미 '사랑'이란 빗줄기가 가슴속에 내린 뒤였다. 세상에서 가장 쉽게, 그리고 흠뻑 젖을 수 있는 건, 바로 당신. '결국 사람이고, 사랑이다.'를 향해가는 '개취호'에, 폭풍을 예고하는 바람이 불었고 비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