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개취'로 본, 박혜경의 취향은 홍석천?

바람을가르다 2010. 4. 28. 16:20





박혜경의 취향은 홍석천?

"홍석천은 하늘이 나에게 준 선물같은 존재!"

28일 방송된 KBS2TV 박수홍, 최원정의 <여유만만>에서, 가수 박혜경이 절친인 배우 홍석천을 두고, 한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여유만만'에 동반 출연한 두 사람은, 10년지기 우정을 과시하며, 그동안의 근황도 털어놓았다.

박혜경은 홍석천이 주변사람들에게 무척이나 잘 대한다며, 그런 오빠(홍석천)를 보면 모든 걸 담을 만한 그릇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고, 극찬했다. 또한 홍석천같은 애인을 만나고 싶다는 바램도 드러냈다. 이에 홍석천은 여자연예인들이 자신에게 마음을 많이 털어놓는 편이며, 누군가에게 작은 기운을 줄 수 있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화답했다.

한편 홍석천은 커밍아웃 이후, 방송에서 퇴출당해야 했던 설움과 그에게 쏟아졌던 세간의 비난에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을 욕하던 사람들에게 당당하기 위해, 사업가로 변신해 성공할 수 있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드라마 '개인의 취향'으로 바라본 박혜경과 홍석천

박혜경이 홍석천을 극찬했던 말을 곱씹다보면, 수목드라마 <개인의취향>에서 박개인(손예진)이 가짜게이 전진호(이민호)에게 했던 대사가 떠오른다.

"진호씨는 (하늘나라에) 엄마가 나한테 준 선물같아요."

행동 하나하나가 서툴러 자신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하던 개인. 그녀가 세입자 진호를 만나고 그의 세심한 배려속에,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줄 때마다 느꼈던 감정을, 박혜경과 홍석천이 나누고 있었을 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개인과 진호는, 만난 지 얼마 안 되어 아직은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다. 더군다나 우정과 사랑사이에 미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혜경-홍석천'의 관계와는 다르다.

오히려 극중분량은 주인공에 가려 짧지만, 이성 친구사이를 잘 표현한, 영선(조은지)과 상준(정성화)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상준 역시 가짜게이로 나오지만, 영선의 말을 잘 들어주는 편한 친구로,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묻어 난다. '박혜경-홍석천'의 관계가 '영선-상준'의 롤모델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개인의 취향, 가치있는 드라마인 이유

<개인의취향>이 비록 시청률에선 <신데렐라언니>에 밀렸다해도, 그 차이가 크지도 않을 뿐더러, 충분히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또한 '개취'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성적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게이'란 코드를 이용해, 지나치게 동성애를 희화화시킨 건 아닐까 우려스러운 시각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7회에서 알 수 있듯이, 가짜게이 진호(이민호)는 진짜게이 최관장(류승룡)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시청자에게 주는 효과는 크다.

진호나 개인과 같이 성적소수자의 자존심과 인격을 지켜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창렬(김지석)처럼 게이를 비하하는 사람도 공존하는 게 세상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사회적 분위기, 제도에서 문제가 비롯된다. 개방적인 사회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성적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존재한다.



일례로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동성애를 다루자, 일부 시청자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어났을 정도다. 픽션을 두고 이런 상황인데, 논픽션으로 굴러가는 사회에선 오죽할까 싶기도 하다. 말로만 성적소수자를 배려하자는 건,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

<개인의 취향>이나 <인생은 아름다워>와 같이, '동성애'도 공중파를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되고, 자주 노출되어야 한다. 우리 눈에 익으면 익을수록 반발 성향도 줄어든다. 자연스럽게 일부로 자리잡는 것이 정석이다.

박혜경과 홍석천의 우정을 들여다 보면 참 훈훈하다. 그러나 홍석천의 발언에서, 여전히 성적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색안경이 완전히 벗겨지지 않은 과도기에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포용 그리고 이해는 별 게 아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 세상의 불필요한 편견을 깨는 것은, 나 한사람의 생각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