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수상한삼형제, '이상-어영' 결말은 이혼?

바람을가르다 2010. 4. 27. 08:38





수목드라마에서 우위를 점한 <신데렐라언니>의 모태는 동화 '신데렐라'. 그 동화를 비틀어서 내놓은 작품이 '신데렐라언니' 라지만, 사실 드라마의 절대 다수가 동화나 고전문학작품을 토대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을 품고 있는 드라마는 군데군데 에피소드는 다를 지 모르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캐릭터는 변형 혹은 진화한 반면 줄거리가 되는 얼개는 크게 차별을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시청자는 과정을 즐기며 드라마에 빠져 든다. 롤러코스터를 한번 탔다고 해서 지루하지 않은 것처럼 똑같은 코스를 달리더라도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청자를 붙드는 가장 큰 매력, 결말이 힘을 보탠다. 해피엔딩이냐, 새드엔딩이냐. 단 두가지에 불과한 경우의 수를 놓고 시청자를 쥐락펴락한다. 그리고 모든 드라마는 결말을 위해 과정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아이리스>나 <지붕뚫고하이킥>이 시청자를 화나게 만든 건, 결말을 이끈 과정에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상한삼형제, '이상-어영' 결말은 이혼이 낫다?

시청률 40%의 <수상한삼형제>속엔,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었다. 바로 김이상(이준혁)과 주어영(오지은)이다. 연애시절 두사람은 뜨겁게 사랑했지만 아버지 김순경(박인환)과 주범인(노주현)은 오랜 악연을 끊지 못한, 원수지간이었다. 졸지에 결혼을 약속했던 이상과 어영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돼버린 것.

이들은 독약을 마실 정도의 용기는 내지 못했다. 부모를 끝까지 설득했던 이상에게 마음에도 없는 이별을 고한 뒤, 유학 길에 올라 현실을 도피하려던 어영.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없다.'고, 결국 두사람에게 백기를 든 김순경과 주범인은 극적인 화해를 한다.
 
'이상-어영'만을 놓고 볼 때, 드라마는 사실상 여기에서 끝났어야 했다. 그들의 만남과 사랑, 이별 그리고 결혼이란 코스는 시청자에게 충분한 흥분과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수상한삼형제>는 욕심을 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지 않고 살아나 결혼을 했다면, 과연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

 

 

 

'로미오와 줄리엣'은 영원한 사랑을 위해 자살을 택했기에 독자에 감동을 안겨 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죽지 않고 살아나 결혼생활을 이어갔다면 행복했을 지 알 수 없다. 로미오나 줄리엣이 연애시절 마냥 로맨틱한 말만 주고 받지도 않았을 테고, 부부싸움을 안 하고 살았을 거란 생각도 들지 않는다. 혹은 로미오나 줄리엣이 불륜을 저질렀을 지도 모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엘비라마디간>을 보면 어떤가. 귀족 출신의 젊은 장교와 서커스단에 줄타는 소녀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들의 신분차이는 결혼이란 합법적 절차를 허락하지 않는다. 동시에 경제적 어려움은 사랑보다 무섭게 다가온다. 결국 두 사람은 행복했던 사랑을 간직한 채, '두발의 총성' 죽음을 택한다. 

연애와 결혼은 다르고 시시각각 변하는 사랑은 어디로 튈 지 모른다. '수삼'에 등장하는 이상과 어영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탈을 썼지만, 결국 현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별거에 들어갔다. 그 현실이란 게 지극히 본인만의 감정에 충실한 결과물이란 게, 시청자에게 욕을 먹는 이유다.

 


 

부모님간의 악연과 반대속에도 사랑을 지키고 결혼까지 골인했다면, 최소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양보는 있어야 캐릭터의 개연성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들은 막장드라마가 선호하는, 싸움을 만들고 부추기는 캐릭터의 산물에 불과했다. 결혼과 동시에 그들의 사랑도 거품처럼 사라졌다. 단순히  옛추억을 떠올리며 데이트한 장소를 찾아가 눈물 방울 떨구며, '아직도 사랑하는데.' 따위로 포장하는 건, 일종의 트릭에 불과하다고 느껴질 뿐이다.

부부사이의 해결책으로 제시한 '애'문제도 그렇다. 아이가 생기면 부부간에 트러블이 줄 거라고 주변인물들은 말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어영의 시댁콤플렉스와 중간에서 유연하게 대처못한 이상의 태도에 있다. 드라마 속 신혼부부에겐 아이가 '데우스 마키나'인가? 임신으로 모든 걸 해결해 버리려는 진부한 극의 설정도 문제다.

지금의 '이상-어영'의 상태라면, 억지를 부려 가며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단, 결말은 이혼을 택해야 개연성이 느껴진다. 없으면 죽을 것 같이 사랑했던 '이상-어영'은, 신혼첫날부터 지금까지 싸움의 연속이었다. 사랑의 기본이 '배려와 이해'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비춰볼 때,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캐릭터에서 오는 불신에 상당한 괴리감마저 느껴진다. 변질된 '로미오와 줄리엣'도 억지 해피엔딩이 아닌, 차라리 개연성을 지키며 파탄이 나봐야 시청자에게 최소한의 피드백은 제공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