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러브스위치, 여성앞에 상품이 된 싱글남?

바람을가르다 2010. 4. 26. 12:25




 

이경규와 신동엽의 만남으로 방영전부터 화제가 됐던, 케이블방송 TVN의 예능프로그램 <러브스위치>. 매주 월요일 자정에 방송되는 '신개념 커플 매칭 Show' 러브스위치는, 20,30대 싱글녀 30명과 1명의 싱글남이 펼치는 서바이벌 미팅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러브스위치, 30명의 여성에게 상품이 된 싱글남?

30명의 싱글녀들은, 출연한 싱글남의 외모와 프로필, 라이프 스타일만으로, 데이트상대로의 여부를 결정한다. 중간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없이 탈락버튼을 누를 수 있다. 한마디로 1인의 싱글남은 진열대에 오른 상품으로 볼 수 있다.

싱글남은 1차(외모-첫인상), 2차(프로필), 3차(라이프스타일 및 여성관 등) 총 3차에 걸친 자기소개의 시간을 갖는 동안, 탈락버튼을 누르지 않은 싱글녀가 최소한 1명이라도 존재해야, 싱글남에게 역으로 선택의 기회가 부여되는 방식이다.



상식적으로 1:30의 비율로 놓고 볼 때, 싱글남에게 유리한 조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30명의 싱글녀들을 위한 잔치에 가깝다. 생각보다 까다로운(?) 싱글녀들은, 남성출연자가 한가지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보일 땐, 가차없이 탈락버튼을 누르기 때문이다. 지금껏 총 6회가 방송되는 동안, 3차 관문을 모두 통과한 싱글남이 반에도 못미친 이유다. 외모만으로 1차에서 올킬당한 비운의 싱글남도 있었다.

싱글남이 3차까지 남아있더라도, 그가 싱글녀 30명 중에 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도 아니다. 그를 탈락시키지 않은 남아있는 싱글녀중에서, '울며 겨자먹기(?)'에 가까운 선택을 부여 받는다. 싱글남의 마음에 든 싱글녀가 끝까지 남아주면 다행이나, 중도에 자신을 탈락시켰다면, 그녀는 선택에서 제외된다는 슬픈(?) 운명에 놓인다.

물론 자기 싫다는 여자에게, 남자가 매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나 오랜 시간 지켜봐 온 상대가 아닌, 맞선이나 미팅과 같이 일회성 만남에선 더욱 그런 성향을 띄기 때문에, 출연한 싱글남의 선택권이 그다지 나쁘다고 볼 수도 없다. 다만 프로그램이 싱글녀들에게 우선권을 부여하고, 3차 관문조차 통과 못한 싱글남들이 속출한다는 것. 또한 싱글남이 절대 다수인 싱글녀들의 꾸준한 지적대상이 된다는 건, 달가울 리 없다.



러브스위치, 단점보단 장점이 많은 프로그램

싱글남보다는 싱글녀를 위한 프로그램이 '러브스위치'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일정부분 불평등이 존재한다 해도, 그것은 시청자의 입장일 뿐, 출연은 본인들이 직접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 또한 예능의 성격을 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볼 것이 아닌 일반적인 미팅의 하나라고 볼 때, 별다른 거부감도 없다. 

과거 인기리에 방송됐던 <사랑의 스튜디오>가 '결혼'을 목적으로 꾸며졌다면. <러브스위치>는 '연애'가 목적이다. 즉 데이트 상대를 구하는 것에 가까워, 출연자가 프로그램에 임하는 자세부터 다르다. 덕분에 그들의 연애관이나 이성관은, 적당한 수위조절없이 거침없이 노출되고, '좋다, 싫다'의 구분이 명확하다. 

싱글남과 싱글녀의 스펙이 공개된 상황이다. 출연자가 블라인드 뒤에 숨어 '목소리'로 토크하는 등 헛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그만큼 시청자는 지루할 틈이 없다. 선택과정이 3차로 나누어 있으나, 속전속결이다. 싱글남 한 명당 길어야 20분. 철저한 인스턴스식 미팅이 이뤄진다.



'일요일일요일밤에'의 <건강보감>이후,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게 된 이경규와 신동엽은, 역시 예능의 고수들답게 서로의 영역을 지켜 주며, 유연한 진행을 이끈다. 

남성출연자 1인을 전담하는 이경규와 여성출연자 30인을 커버하는 신동엽은, 출연자들의 장단점과 속내를 끄집어 내는 데에 있어, 여타 맞선버라이어티와 달리 무리수를 동원하지 않는다. 진행에 있어 전형적인 아웃복싱. 가볍게 잽을 날리는 질문으로, 스튜디오 분위기를 웃음으로 업시키고, 출연자의 선택에 있어 은근한 강요조차 않는 도우미역할에 충실한다.

<러브스위치>도 그렇지만, '정형돈-정가은'의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 등, 케이블방송의 잇따른 실험정신이 돋보인다. 이에 비해, 공중파의 예능은 고만고만한 프로그램 일색이다. 엇비슷한 리얼버라이어티가 속출하고, 차별없는 토크쇼는 폭로로 치닫는다.

시청자로선 천편일률적인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 싫증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 싫증을 부른 건, 예능을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로 바라보고, 무시해도 될 만한 사안조차 '논란'이란 이름으로 확대시킨 것에 있진 않을까 돌아보게 한다. 

<러브스위치>는 단점보단 장점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기존의 맞선버라이어티보다 신선하고 파격적이며, 재미는 그 이상이다. 단지 공중파에서 방송되기엔, 논란을 부를 요소가 많다는 게 안타깝다. 제작진에 바라는 게 있다면, 한달에 한 번쯤은 포지션을 바꿔, 싱글남 30명이 싱글녀 1명을 놓고 선택이 오가는, 서바이벌 미팅도 그려 보면 어떨까 싶다는 것 정도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