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비, 폭로와 착각?
24일 방송된 KBS<스타골든벨>에서, 배우 강은비가 동료연기자에게 대본으로 맞은 적이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얘기인 즉, 강은비가 NG를 4차례 낸 상황에서, 주연 배우가 그녀에게 '나보다 먼저 데뷔했는데, 연기를 왜 이렇게 못해.'라며, 스태프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자신에게 대본을 던져 상처를 줬다는 것.
이후 강은비는 극중에서 자신의 비중이 줄어들며, 결국 드라마에서 하차했고, 대본을 던졌던 배우는 현재 톱스타가 되었다고 밝혔다. 강은비의 발언은 네티즌사이에 이슈가 되었고, 대본을 던진 톱스타로 네티즌이 추측하는, 배우의 실명이 거론될 정도다. 강은비의 폭로로 인해, 사실여부를 떠나 대본을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연예인은, 이미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은비, 폭로와 착각?
강은비의 폭로성 발언을 돌아보면, 그다지 충격적이거나 새로울 건 없다. 요즘 토크쇼의 트렌드가 폭로이기 때문이다. 폭로가 빠지면 앙꼬없는 찐빵이 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강호동-이승기'의 <강심장>을 폭로의 대표방송으로 뽑지만, 폐지된 <야심만만>,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를 비롯, 대다수의 토크쇼가 스타의 폭로에 목을 메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정 프로그램만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인 예능의 추세다.
어느덧 토크쇼는 여자 연예인의 성형고백 장이 되었고, 지나간 연애사를 털어놓는 고백성사의 시간이 되었다. 과거 유재석, 송은이, 지석진 등을 배출했던 <토크박스> 등이 일상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로 본인의 액션에서 마침표를 찍는 재미를 끌어냈다면, 현재의 토크쇼는 폭로와 눈물로 시청자의 리액션에 중점을 둔다. 숨기고 싶은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야 다수의 게스트를 이기고 주목을 받는 현상. 재미가 아닌 이슈를 위한 알몸토크.
여기에 자신뿐 아니라, 관련된 다른 연예인을 엮는 흐름으로 폭로도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다익선? 하나의 에피소드에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이 동반되면 파급력은 커진다. 이후는 네티즌수사대의 몫이 된다.
사실 이러한 폭로는 이니셜이 가미된 스포츠신문 등의 가쉽성 기사거리였다. 해당연예인을 최대한(?) 배려한 A,B,C 이니셜기사. 재밌는 건, 사생활을 지켜 달라던 연예인들이, 스스로 기자가 되어 폭로를 감행한다는 점이다. 스스로 기사거리를 양산한다. 이니셜이 동반된 기사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이니셜기사의 특징은, 순간 흥미를 줄지 모르나 쉽게 잊혀진다는 단점이 있다. 토크쇼에 출연한 연예인들의 폭로도 마찬가지다. 일회용에 불과한 폭로성 발언으로 단기간에 관심을 끌어 모으지만, 탄성을 이기지 못하고 용수철처럼 제자리로 돌아간다. 폭로만으로는 대중의 사랑을 살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배우는 연기로, 가수는 노래로 승부하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예능의 영향력이 워낙 커졌다. 그러다보니 인기아이돌은 물론이고, 가수나 배우들이 출연을 원하고, 어떻게든 시청자의 눈도장을 받길 원한다. 그러나 그중엔 예능감이 있는 출연자도 있고, 왜 나왔는지 이해불가한 출연자도 있다. 약점을 적극적인 자세와 솔직함으로 커버한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단순히 폭로에 의존한다면 수명은 줄 수 밖에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연기나 노래 연습을 하고, 오디션을 보는 게 낫다는 것이다.
폭로를 통해 대중의 관심이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착각에 불과하다. 폭로를 위해 섭외가 되고, 고정출연 등을 보장받는다면, 본인으로서야 못할 것도 없겠지만 말이다. 강은비만의 문제는 아니다. 단지 폭로로 연명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난다는 사실. 새로운 아이템으로 업그레이드하지 못하고, 서로를 베끼기에 급급한 국내 예능의 현실이 더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