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취향, 시청자를 낚은 최고의 반전!
극의 중반으로 넘어 온 <개인의 취향>이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고 있다. '개취' 8회는, 앞서가는 '신데렐라언니'를 충분히 따라잡을 만한 역량을, 재차 확인시켜 준 이정표와 같았다. 사실 로맨틱코미디물의 약점은, 횟수가 거듭될수록 재미의 강도는 약해진다는 반비례성향을 띄기 쉽다는 데 있다. 중반으로 접어 들면 '거기서 거기'가 파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의 취향은 '거기서 저기도 있다'를 보여 준다.
무엇보다 전진호(이민호)라는 '가짜게이' 통로가 빛을 내기 때문이다. 가짜게이가 만들어내는 소스는 다양하고 신선하다. 그 맛을 살려내는 재주 또한 뛰어나다. 물론 캐릭터에 빙의된 이민호와 손예진을 비롯한, 연기자들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지만 말이다.
'손예진-전진호' 호박커플 VS '전진호-최도진' 진도커플
동거를 통해, 호박커플에 올인했던 초반. 그들이 뭉쳐 있는 동안, 재미는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갈등이란 측면의 긴장감은 느슨했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 담미술관의 최도진(류승룡)관장이 개입하면서, 극적인 재미가 풍성해졌다. '박개인-전진호(가짜게이)-최관장(진짜게이)'이라는 삼각관계의 구축에, 지원 사격하는 한창렬(김지석), 김인희(왕지혜)가 섞여버린 러브라인은, 미묘한 갈등과 긴장감을 끌어낸다. 앞으로 풀어낼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업시킨다.
<개인의취향> 8회에서, 진호가 최관장을 찾아간 장면. 진호는 자신이 게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야 될 지 고민한다. 해야하지만 차마 할 수 없는. 진호는 개인뿐 아니라, 최관장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기가 쉽지 않다. 면전에서는 더욱. 시청자는 이해할 수 있다. 상황이 진호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진호가 갈등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난감할 수 밖에 없는.
최관장 류승룡의 미친 존재감은 진호와의 짧은 대면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진호가 담예술원 프로젝트에 다시 참여할 수 있도록 힘을 쓴 최관장에게, 진호는 자신이 게이가 아니라는 표현을 은근히 돌려 말한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최관장이 눈치챌 수 없다. 오히려 '사랑을 얻기 위해' 공과 사도 구분 못하는 남자로 만들어야겠냐며, 실망감을 드러내는 최관장. (이어 낚시하러 가자고 은근슬쩍 꼬시는 건?)
류승룡의 절제된 게이 연기는 출중하다. 분명 웃을 상황이 아닌데, 최관장을 지켜보면 연신 웃음이 터지고 만다. 재미를 주는 차원이 다르다. 이것이 '리얼' 로맨틱코미디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카메오로 잠시 등장했던 윤은혜. 재미면에서는 평타에 불과했을 지 모르지만, 그녀의 등장만으로도 전진호의 캐릭터가 한 커플 더 벗겨진다. 은수(윤은혜)를 통해, 사랑했지만 성공이 앞설 수 밖에 없었던, 진호의 과거가 자연스럽게 동반됐기 때문이다. 진호가 은수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 개인이 진호옆에 다가온다. 사랑이란 놈도, 결국 과거가 있고 현재가 있다. 개인씨 좋은 사람같다는 은수의 말. 그 말을 곱씹으며 진호는 개인을 바라본다.
8회만에 시청자를 낚은 최고의 반전?
극에 임팩트를 주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반전은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다만 풀어내는 과정에 따라, '식스센스'와 같이 관객을 당혹시키며 카타르시스를 줄 때도 있지만, 허술하고 억지스러워 실망감을 주는 예가 오히려 더 많다. 그만큼 반전이란 코드는 치밀함 속에 설득력을 가져야 하고, 관객의 몰입도가 최고조에 이를 때 터트려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개인이 진호와의 전화통화중 사고를 당해, 응급실에 실려 간 장면. 진호는 정신없이 그녀를 찾아 병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허겁지겁 응급실에 도착했을 땐, 개인의 옆에 창렬이 있다. (반전1) 진호는 갈등한다. 창렬을 무시한 채 개인의 옆에 다가갈까. 대부분의 시청자라면 진호가 발길을 돌릴 것이라고 예감한다. 그러나 진호는 창렬을 밀어내고, 개인의 손을 잡는다. (반전2) 창렬은 진호에게, 게이따위가 개인과 자신사이를 방해하겠다는 거냐며 화를 낸다. 진호는 여자를 사랑할 줄 알면 되는 거냐고 반문한다. 이어 결정타 "이 여자(개인)와 사랑을 시작할거니까 끼어들지마."라고 말하는 진호. 놀라면서도 당혹스런 개인. (반전3) 개인의 손을 잡고 응급실을 나온 진호. 그러나 이 모든 게 진호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뒤흔든 상상. (반전4-최고의 반전)
반전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바탕에 깔려 있는 '몰입'이다. '몰입'이 담보되지 않는 반전은, 임팩트가 미미하며 공감도 떨어진다. <개인의취향> 8회는, 여타 드라마가 범하기 쉬운 싸구려 반전을, 고급스럽게 포장해서 내놓았고 시청자를 제대로 낚는 수완을 발휘했다. 덕분에 배신은 없다. 오히려 여운을 남기며, 로맨틱코미디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반전으로 느껴질 정도다.
과정이 매끄러웠고, 설득력이 담보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극의 초반이 아닌 후반, 그것도 몰입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에 터졌기에, 효과는 기대이상이다. 반전이 허무하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는, 개인에 대한 마음이 우정에서 사랑으로 변해가는, 진호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의 낚시였다고 볼 수 있었지만, 낚여도 좋을 만큼 여운을 부른다. 시청자를 낚기 위해, 반전을 다음 회로 넘기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는 데, 더욱 칭찬이 아깝지 않은 장면이었다.
진호가 게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인희. 개인에게 다시 매달리는 창렬. 그리고 진호를 향한 최관장의 은근한 구애. 이들 사이에 얽힌 '개인-진호'커플에 대한 기대감을 충분히 업시킨 개인의 취향. 수목드라마 전쟁에서도 반전을 예고한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