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취향, 이민호-커밍아웃한 이유와 효과?
21일 방송된 <개인의 취향> 7회는, 내용면에서도 알찼지만 완급조절이 완벽하게 구현된 성공한 에피소드라 평할 수 있다. 달려야 할 때와 쉬어야 할 타이밍을 알았고, 장면 하나하나의 이음새가 군더더기없이 짜여져, 한시간을 뚝딱 해치웠다. 그만큼 화면에서 눈을 뗄 틈이 없었다. 무엇보다 극이 방향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앞으로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7회의 모든 장면들이 좋았다. 물론 개인(손예진)과 진호(이민호)가 야밤에 드라이브를 즐기며, 소리를 질러댄 장면 손발 오그라들게 만들었지만, 거기에서 마저 웃음이 터지고 만다. 대단한 에피소드가 아니어도, 배우들이 망가지길 두려워하지 않는(?) 연기. 바로 로맨틱코미디를 보는 재미다. 가짜게이 흉내를 내던 상준(정성화)과 오해하는 영선(조은지)의 대화도 재밌었고, 상준과 태훈(임슬옹)이 서로 옷벗기는 상황에 개인이 출현한 씬도 뿜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박개인-전진호'와 '전진호-최관장(류승룡)'의 본격 러브라인에 시동은,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여기엔 전진호(이민호)가 게이로 오해를 받는다는 사실이, 드라마의 갈등을 부추기고 신선도를 유지시키는 힘이 되고 있다. 그리고 진호의 입에서 터진 커밍아웃은, 극의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한다.
전진호, 거짓 커밍아웃을 한 이유?
개인은 사랑이란 건, 자존심같은 걸 버리는 것 아니냐고 진호에게 묻는다. 진호는 사랑은 자존심을 버리는 게 아니라,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답한다. 이어 개인에게, 앞으론 아무나 쉽게 믿지도 말고, 쉽게 사랑하지도 말고, 쉽게 용서하지도 말라고 조언해준다.
진호는 최관장의 자존심을 지켜주고자, 창렬(김지석)과 최관장이 보는 앞에서 자신이 게이였다고 커밍아웃을 했다. 그 순간을 개인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정작 거짓말을 한 진호 자신의 자존심은, 버린 격이 됐다.
그러나 그가 개인의 말처럼 자존심을 버려가며, 사랑이란 이름으로, 최관장을 지켜준 것은 아니다. 단지 창렬이 진호에게, 가짜게이 행세를 하면서까지 최관장에게 아부를 하고, 담예술관 프로젝트를 따내려고 했었냐는 비아냥에 대한 일종의 자괴감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진호가 최관장에게 친근하게 접근했던 당시엔, 최관장이 게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러나 담예술관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그가 가짜게이 행세를 하면서까지, 개인의 집 상고재에 들어가 동거를 시작한 것은 맞다. 과정에는 오해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창렬의 말이 틀린 게 아니었고, 그것이 진호에게 비수처럼 꽂혔다.
진호가 거짓 커밍아웃을 한 이유는, 사실 최관장에 대한 배려보다는, 진실을 추궁한 자가 창렬이었기 때문이다. 더럽고 치사한 방법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배신했던 자의 아들이다. 진호에게 창렬은 라이벌이자 원수같은 존재다. 진호는 그들처럼 부도덕한 방법으로 성공하려 했다는 자신을 깨닫는다. 참을 수 없는 자괴감.
그러나 남아있는 진호의 마지막 자존심만큼은, 다른 사람도 아닌 창렬에게 짓밟히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의 입으로 게이라고 밝힐 정도로, 비즈니스와 연계되어 창렬에게 비웃음을 사가며 초라해지기 싫었던 것. 차라리 게이라는 성 정체성에 약점이 잡히더라도, 차라리 프로젝트를 따내고 창렬을 이기겠다는 의지가 컸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전진호, 커밍아웃을 한 효과?
커밍아웃으로 진퇴양난에 빠진 진호. 앞으론 개인뿐 아니라, 최관장에게도, 창렬에게도 게이행세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개인과의 동거를 통해, 이전까지 자신에게 충실했던 진호가, 개인에게 이끌려 이해와 배려라는 따뜻한 감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커밍아웃은 그를 다시 차갑고, 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속은 아니어도 겉으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그는 개인에게 자신이 게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려 했다. 그러나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던 건, 그도 개인을 여자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사랑'이란 단어로 꼬집을 순 없어도 말이다. 그가 게이가 아니란 사실을 밝힐 경우, 개인과 완전한 단절을 가져올 지 모른다는 일종의 불안감이 고백을 주저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창렬과 개인앞에서 커밍아웃을 해 버린 진호는, 여지껏 당당했던 그를 초라하게 만든다. 그것이 남자로서, 여자 개인에게 빠져 드는 자신을 경계하게 만들 수 있다. 일종의 자격지심이 생겨버렸으니까.
반면 최관장은 진호에게 조금 더 적극적인 대시를 할 듯 하다. 자신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진호가 커밍아웃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진호는 난감해 할 테고. 다만 여느 로맨틱코미디처럼 싸구려스런 접근은 않을 것 같다. 최관장의 캐릭터가 워낙 배려와 절제를 아는 매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8회부터 드러날 커밍아웃의 효과는, 세기의 삼각관계를 만들었다. '개인-진호(가짜게이)-최관장'. 진호는 개인에게 쉽사리 사랑으로 다가설 수 없고, 최관장의 러브콜을 기지로 돌파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진호가 개인에게 선물한 한송이 장미. 정작 진호가 장미가 되버렸다. 진호의 커밍아웃은, 개인이 진호를 남자로 생각하며 다가올 수 없는 가시가 되었고, 최관장을 유혹하는 미와 향기를 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