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검사프린세스, 검사와 스폰서 영향받나?

바람을가르다 2010. 4. 21. 17:05





현재 수목드라마는 '신데렐라언니-개인의취향-검사프린세스'간에 이뤄지는 치열한 경쟁구도속에 놓여 있다. 물론 신데렐라언니가 한발 앞서 있는 게 사실이지만, 아직은 다른 두 드라마의 사정권에 놓였다고 보는 게 맞을 듯 싶다. 다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시청자층도 고착화된다는 점에서, 시청률의 변동은 그다지 크게 요동치진 않을 듯 싶다.

사실 시청률은 제작사나 방송사에게 중요할 뿐, 정작 시청자에겐 큰 의미가 없다. 내가 즐겨보는 드라마가 재미면에서 만족을 주며, 완주하길 바랄 뿐이다. 이 점을 놓고 볼 때, 현재 수목드라마 세 편은, 자기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다고 생각한다. 각기 다른 색깔을 바탕으로 장점을 끌어내는 내공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검사프린세스, 김소연의 눈물겨운 원맨쇼?

검사프린세스는 좌충우돌 된장 여검사 마혜리(김소연)처럼, 퉁통튀는 매력의 드라마인 것은 분명하다. '검프'를 일본드라마 <히어로>에 비교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하나무라다이스케>에 가깝지 않나 싶다.

검프의 마혜리는 히어로의 쿠리우(기무라다쿠야) 검사가 아니다. 마혜리가 아무리 아이큐가 높아도,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쿠리우와는 사건 해결 방법부터 다르다. 오히려 쿠리우와 닮은 건 서인우(박시후)변호사가 아닐까 싶다. 극의 중심인 마혜리는 '하나무라다이스케'의 리아(유스케 산타마리아)변호사를 연상시킨다. 어설프지만 열정과 끈기로 주변인물들에게 인정을 받아가는 케이스. 겉은 된장녀이나 속은 백지같은 순수한 여자가 사실 마혜리니까.

마혜리를 연기하는 김소연의 변신은 놀랍다. 김병욱PD의 시트콤 <순풍산부인과>를 거쳐서 일까. 단순히 망가져서가 아닌 생동감있는 캐릭터를 완성시킨다. 코믹한 리액션 하나에도 디테일하게 표현한다. 또한 박시후와 한정수가 받치는 힘도 좋다. 그럼에도 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바로 사건을 전개하는 방식이다. 법정드라마는 시청자에게 딱딱한 느낌을 준다. 생라면같은. 그래서 사건은 빠르고 단순하게 접근해야 한다. 라면을 끓이고 면발이 쫄깃할 때 먹어줘야 맛이 산다. 그러나 '검프'는 여기저기 사건을 벌려 놓는다. 마혜리도 사건을 담당하고, 윤세준도, 서인우도 개별적인 사건을 맡고 있다. 모든 사건이 드라마를 관통한다. 그만큼 복잡하게 얽히고 각각의 사건은 딜레이되며, 시청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복잡하게 얽히는 건, 어느정도 시청자가 빠져 드는 10회쯤에 시동을 걸어도 늦지 않다. 초반에 많은 일을 벌리고 시작하면 극전체가 무거워진다. 법정드라마는 한 회에 한 사건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해결하는 게 정석이다. 한 사건이 2,3회로 늘어나면 긴장감도 그만큼 줄어든다. 45분안에 사건을 해결하는 일드 <히어로>와 같은 방식이 통하기 쉽다는 얘기다. 검프의 약점은 배우가 아닌, 대본이 집중력을 떨어뜨림에 있다고 생각한다.



검사와 스폰서 파문은 호재일까, 악재일까?

이와 중에, <검사프린세스>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슈가 터져 나왔다. 바로 20일 방송된 MBC PD수첩의 '검사와 스폰서' 편이다. 방송을 직접 봤거나 혹은 다른 매체를 통해서 접한 국민들이라면, 검찰 내부의 비리에 또 한번 치를 떨 수 밖에 없다. 도덕성을 바탕으로 범죄를 수사하고 재판을 집행해야 하는 검사들이, 스폰서를 통해 금품과 성상납을 받아왔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버리지 못한 썩은 단면을,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에서 다시금 불거졌다는 게 역겨울 뿐이다. 이번 사건도 김용철, 노회찬 등이 폭로했던 떡값검사 파문처럼, 검찰내부에서 덮어지고 잊혀질 거라 예감하면 더욱 개탄스럽다. 그나마 외압에도 불구하고 '피디수첩'이 진실을 규명하고자, 부패한 검찰과 고위공직자들에게 '법과 정의'의 일침을 가했다는 데, 칭찬과 응원을 아끼고 싶지 않다. 

여하튼 시청률 면에서 답보중인 <검사프린세스>에겐, 김소연과 박시후의 키스신보다 '검사와 스폰서' 파문이 강한 이슈인 것만은 분명하다. 검프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드라마라 해도, 현실과 괴리된 검사들의 맹활약을 지켜봐야 한다는 건, 어느정도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기에 악재로 비치는 게 사실이다. 만약 현재 <검프>가 된장 여검사 마혜리의 원맨쇼가 아닌, 검찰내부의 비리를 파헤치는 상황에 있었다면 호재로 작용했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