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졸업시스템 도입할까?
20일 방송된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게스트로 소녀시대가 출연했다. 블랙소시 '런데빌런'으로 변신을 꾀했던 소녀시대는, 'Gee'의 발랄한 모습으로 토크쇼에 참여해, 멤버의 일원으로서 각자가 품고 있는 '소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중간에는 전 핑클 멤버 옥주현이 '몰래 온 손님'으로 출연했다. 걸그룹 1세대 선배로서 누구보다 고충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여러가지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와중에 수영이 눈물을 쏟아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눈물의 이유는, 비록 지금은 바쁜 활동으로 힘들고 지치지만 훗날 '소녀시대'를 추억하는 시기가 올 때,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란 옥주현의 말에 미리부터 공감했던 것.
그만큼 인기 정상의 걸그룹에 올라서고 유지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과 치열한 경쟁을 매일같이 감당한다는 게 녹록치 않음을 시사한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간다는 건 말처럼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인기란 밀물처럼 왔다가도, 빠져나갈 땐 소리없이 그리고 빠르게 사라지는 습성을 가졌다.
제 아무리 '소녀시대'라도 예외일 수 없다. 막강한 팬덤이 자양분이 된다해도, 결국 일반 대중을 흡수하지 못하면, 동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김승우가 어눌하면서도 날카롭게 꼬집었다. 더 이상 소녀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것. 개인에겐 칭찬같지만, 팀에겐 해가 되는 질문이었다. 이에 유리는 팬들도 이해할 거라며, 이미지보단 노력하는 아티스트로서 인정받아 정면돌파할 것임을 내비쳤다.
그러나 소녀시대에서 '소녀'라는 이미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멤버들의 평균연령이 20대 중반만 되더라도, 팬덤은 용서할 지 모르나, 일반 대중에겐 조롱거리가 될 수 있다. 소녀가 아닌데 '소녀시대' 간판을 사용하기엔 멤버들조차 멋적을 수 있다. 어차피 그 때쯤이면, 소속사와도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발전적 해체라는 이슈가 수면위로 오르겠지만 말이다.
소녀시대, 졸업시스템 도입할까?
올해로 13주년을 맞이하는 일본의 인기 여성 아이돌 모닝구무스메. 이들은 입학과 졸업시스템을 도입했고, 이러한 방식은 현재 일본 내 아이돌의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일정기간 활동한 멤버들 중, 어느 정도 나이가 차고 솔로로 독립해도 좋을 인기와 재능이 받쳐주는 멤버는 졸업을 시키고, 오디션을 통해 새멤버를 수혈한다.
소녀시대가 데뷔 당시 모닝구무스메를 벤치마킹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그룹명을 '소녀시대'로 지은 것도, 사실상 졸업시스템을 염두했다고 볼 수 있다. 단지 '정(情)'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정서상, 팬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기 쉽다는 점이 아킬레스로 작용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소녀시대'를 위해선 입학과 졸업시스템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고, 세대교체만큼 적절한 카드도 없다. 궁극적으로 '소녀시대'라는 브랜드를 지킬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다.
과정에서 업과 다운이 오가겠지만, 지속력을 담보할 수 있다면, 비록 원조의 맛을 살릴 수 없다해도 초코파이처럼 전통을 자랑하는 국민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다. 출신멤버들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졸업과 입학시엔 세간의 이목을 끌 커다란 이슈를 양산한다. 또한 영원한 이별이 아닌, 독립된 활동을 한다해도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는 버팀목이 되는 것도 장점이다.
졸업시스템은, 2PM 재범이나 원더걸스의 선미처럼 탈퇴의 개념이 아니다. 새로운 도약을 의미한다. 리더 태연, 막내 서현순으로 짜여진 라인업이, 오히려 식상함을 구축할 수도 있다. 원활한 로테이션을 통해, 서현이 리더가 되는 순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신선하다.
현재 태연의 경우, 드라마OST에 참여해 불렀던 '만약에'나 '들리나요'는, 그녀가 솔로로 전향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음을 보여 준 케이스다. <무한도전>에서 냉면을 불렀던 제시카도 가능성을 보였다.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 거듭나는 윤아 등, 개인의 역량이 두드러진 멤버들이 보인다. 반면 이들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 멤버들도 있다. 그만큼 기회는 인기와 방송 노출에 따라 편중될 수 밖에 없다.
지금보다 더 자유로운 활동을 원하는 멤버도 있을 테고, 상대적인 박탈감속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싶은 멤버도 있을 것이다. '소녀시대'가 오히려 멤버들에겐 족쇄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 누구를 졸업을 시키고, 오디션을 통해 새인물을 입학을 시키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어느 정도 생각해 볼만한 가치는 있다. 올해보단 내년, 그리고 다음을 위해서 말이다.
애프터스쿨이 졸업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지만, 소녀시대만큼 파괴력을 가진 그룹이 아니라면, 대중의 관심도 비례해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신화와 같이 롱런하는 예외적인 케이스도 있지만, 일정기간 지나면 해체의 수순을 밟는 게 현실이다. 숙녀가 되어가는 '소녀시대'가 어떤 식으로 동력을 이어갈 지 모르겠으나, 졸업시스템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