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삼형제, 인기비결이 여성비하인 이유
막장논란 속에 시청률 40%를 구가하며 인기리에 방영중인 KBS주말드라마 <수상한삼형제>. 희한하게도 삼형제는 그다지 수상하지 않은데, 며느리들이 하나같이 수상하다. <수상한며느리>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 정도다. 그만큼 드라마속에서 항상 사고를 치는 건 여자들 몫이다. 그리고 모든 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남자들이 대단할(?) 뿐이다.
특히 시어머니 전과자(이효춘)를 비롯해, 며느리 엄청난(도지원), 도우미(김희정), 주어영(오지은)은 콤플렉스 덩어리로 그려진다. 그 뿐 인가. 유부남에 관심 갖는 태연희(김애란), 이태백(윤주희)도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무언가 결핍되어 불만이 가득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원인이 되며, 자신들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무리수를 두려 한다. 그리고 시한폭탄같은 여자들의 행보는. 결국 남자들을 통해 안전한 길로 인도된다.
수상한삼형제, 여성비하가 인기비결?
주말 저녁에 방송되는 막장드라마가 시청률 40%라니, 언뜻 대단한 수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불쾌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그 40%를 달성하기 위한 꼼수(?)가 바로 '여성 비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극중에 등장하는 여자들을 철저하게 짓밟고 망가뜨림으로써, 달성한 수치가 바로 시청률 40%.
만약 드라마 속 남녀 쌍방이 사고를 치고 지지고 볶았다면, 현재의 시청률은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드라마를 보며 불쾌할 수 있는 남성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기 쉽기 때문이다. 아무리 드라마를 즐겨 보는 여자들이라 해도, 함께 보는 남자가 거부감을 느끼면 채널다툼이 일어나고, 둘 중 한쪽이 포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수삼'은 남녀 모두가 볼 수 있게끔 극적 장치를 꾸렸다. 그것이 바로 '여성비하'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을 제대로 구현한 드라마가 수상한삼형제다. 여자들이 조용하면 아무 일도 없다. 여자들이 설쳐 대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드라마를 몰고 간다. 그리고 현명하고 이해심 많은 김순경(박인환)을 비롯한, 삼형제를 앞세워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아낸다. 속을 들여다 보면,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남성우월주의가 팽배하다.
'수삼'을 보는 남성시청자들은 극중 여자들이 사고뭉치라는 점에서, 거부감을 덜 느끼며 시청하게 된다. 여성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몰입하며 인물들을 욕할 때, 동조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과는 반대로, 만일 삼형제가 매번 사고를 치고 뒷수습을 착한 며느리들이 하는 드라마였다면, 남성시청자의 이탈을 막기 힘들었을 것이다. '여자들이 할 일 없으니 저딴 드라마나 본다.'는 식으로 폄하하기 쉬웠을 테고, 드라마 잘 보다가 부부싸움하는 가정도 많았을 것이다.
즉, 남성시청자들의 비위를 맞춘 드라마가 '수상한삼형제'다. 매번 고부갈등을 부추기는 시어머니 전과자, 사기 결혼에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엄청난, 자기밖에 모르고 시댁이라면 병적인 거부감부터 드러내는 주어영. 이들에 비해, 현명한 시아버지 김순경과 아내에 대한 이해심이 바다를 이루는 건강(안내상)과 이상(이준혁). 남녀 캐릭터간에 평등이란 없다.
둘째 김현찰(오대규)도 마찬가지다. 불륜위기에 빠졌지만, 이를 부르는 것은 태연희이었다. 현찰이 아닌, 연희가 먼저 꼬리를 친 것이다. 아내인 도우미에게 가해자가 되는 동시에, 그도 피해자로 만들었다. 결국 연희에게 찜질방까지 빼앗긴다. 현찰은 별 잘못이 없는데, 여자가 꼬리를 쳐서, 일어난 불상사처럼 그리고 있다.
게다가 시부모에게 절대 순종하는 둘째 도우미가, 마치 며느리의 미덕인양 표현한다. 반면, 커리어우먼 셋째 며느리 어영이는 시댁 콤플렉스를 안고 있다. 맞벌이를 통해, 직장과 시댁을 오가며 부딪히는, 신세대 며느리의 고민을 다루지 않는다. 단지 시댁 혐오감에 빠진 개념잃은 며느리의 절규만이 쏟아질 뿐이다.
'수상한 삼형제'속에는 '여성비하'가 난무한다. 마치 여성의 본질은 이런 것이라며, 캐릭터속에 못된 습성만 불어넣고 확장시킨다. 콤플렉스와 민폐가 혼재한 여성과 이성적이며 배려가 넘치는 남성간의 대결구도로, 가족의 의미를 찾겠다는 드라마가 '수상한삼형제'다. 남성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여성을 진흙탕속에 빠뜨린 것이다.
여자 그리고 며느리에 대한 썩은 편견을 주입시키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통해 결혼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한다.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는 '가족은 멍에인가 안식처인가?'란 모토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정작 제작진이 말하고는 있는 것은 무엇인가. '여자가 문제다.' 결국 이 얘기가 아닌가? 가족의 의미? 시청률 40%의 국민드라마? 최악의 막장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