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효리', 자존심이 부른 착각
월드스타 비와 가요계의 트렌드세터 이효리가 각각 새앨범을 들고 야심차게 돌아왔지만, 대중의 반응은 생각보다 신통치 않다. 그들의 네임밸류를 생각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다. 특히 음악성보다 대중성, 인기가 그들을 화수분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단정짓기엔 무리수가 있을지 모르나, 현재 상황에선 성공 혹은 유지보단, '실패'라는 그림자가 드리운 게 사실이다.
'비-이효리', 그들이 고전하는 이유
현재 음악시장은 아이돌이 장악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해엔 소녀시대-2NE1-브라운아아드걸스-포미닛-카라 등이 걸그룹 열풍을 주도했고, 빅뱅-2PM-슈퍼주니어와 같은 굵직한 남성아이돌이 균형을 맞추었다. 그리고 이들의 전체적인 음악색깔은 댄스를 모토로 하고 있다.
'비-이효리'는 사실상 아이돌 음악의 연장선에 있다. 초록동색이란 말이다. 장르가 유사할 뿐 아니라, 장기인 비쥬얼과 퍼포먼스마저 더 이상 그들만의 랜드마크가 될 수 없다. 새로운 걸 원하는 대중들과 달리, 어느 정도 한계에 안고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던 것이다.
혹자는 이효리를 손담비-아이비라인에 넣는다. 솔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효리뿐 아니라 손담비-아이비 등도, 결국 시장을 장악한 걸그룹안에 속한 댄스가수에 불과하다. 비(정지훈)역시, 짐승돌 2PM이나 빅뱅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없다. 이효리보다 섹시하고 귀여운 걸그룹 멤버는 넘쳐나는 상황이며, 비의 야성미와 초콜릿 복근은 더 이상 이슈가 되지 못한다.
대중음악시장이 아이돌에 잠식될수록 '비-이효리'는 고전할 수 밖에 없다. 아이돌의 파이를 가져오기엔, 그들이 커다란 차별을 주지도 못할 뿐더러, 오히려 중견가수 취급을 받으며 식상한 아이콘으로 추락하기 좋은 포지션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비-이효리'가 성공하기 위해선, 시장자체의 파이가 커져야 한다. 그리고 그들과 차별된 밴드나 발라드 가수들이 나와 주고 경쟁을 해줘야 한다. 음악이 다양해질수록 그들의 색깔도 뚜렷하게 대중에게 인식된다. 그러나 현재 '비-이효리'는 차별을 주지 못한다.
'비-이효리', 자존심이 부른 착각
새음반을 내는 시기도 적절치 못했다. 그것은 천안함사태와 같은 외부적인 요소때문이 아니다. 바로 아이돌이 휩쓸고 간 자리에 둥지를 텄기 때문이다. 아무리 댄스음악이 대세라지만, 다른 장르의 음악이 물갈이를 해줘야 할 시점에, 반복된 음악으로 덧씌운 꼴이 되버렸다.
소녀시대, 애프터스쿨, 카라 등을 피해서, 음반을 내는 것이 효과적인 게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뒤를 바로 잇는다는 것은, 트렌드세터가 아닌 트렌드막차로, 묻혀 가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트렌드에 질린 대중에게 머리 식힐 타이밍을 주지 못하고 압박한 격이다.
'비-이효리'의 소속사가 이점을 간파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그들의 대척점에 있는 락이나 발라드음악 등이 지원사격을 못해준 것이 아쉬울 수 있다. 계절적으로 봄이라면, 예전처럼 발라드음악이 성행했어야 했다.
수익에 급급한 음반제작사들이 아이돌과 댄스음악에 올인하면서, 음악시장자체를 허약하게 만들었고, 음악의 편중은 시장자체의 파이를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비수기엔 싱글앨범 등을 내고, 성수기인 여름에 바짝 벌면 된다는 식이다. 수익이 불확실한 다른 장르에 투자할, 모험자체를 회피한다.
어차피 시장구조가 기형적이라면, '비-이효리'는 차라리 댄스음악이 폭발하는 여름에 나왔어야 했다. 그랬다면 대거 아이돌 출현이 예상되고, 지금보다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시장자체의 파이가 커지기 때문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 대박을, 실패하더라도 출혈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후배들에게 밀린다면 자존심에 금은 가겠지만 말이다.
후배에게 밀리고 싶지 않은 '비-이효리'의 자존심이 부른 고전이다. 소녀시대나 빅뱅같은 대형 아이돌을 피했지만, 활기가 떨어진 음반시장을 견디지 못하는 형국이다. 더군다나 대중이 댄스음악에 염증을 느끼는 가속페달이 되고 있다는 게, 현재 그들의 아킬레스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