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개인의 취향, 그들의 키스는 사랑이 아니었다?

바람을가르다 2010. 4. 16. 07:48





15일 방송된 <개인의취향> 6회는, 로맨틱코미디가 힘을 내면 무섭다는 걸 보여줬다. 웃음도 있고, 갈등도 있다. 그리고 눈물이 있었다. 그동안 보여 왔던 단순한 에피소드의 나열에서 벗어나, 에피소드가 연결되고 뭉쳐서 커다란 줄기를 형성했다. 그 줄기는 드라마가 가야 할, 그리고 시청자가 따라잡아야 할 나침반이다. 6회는 숨어있던 '개취'의 줄기가 확연히 드러났다.

사실 <개인의취향> 5회를 보고 우려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다. 스토리는 안 보이고, '동거'와 '게이'란 코드만으로 승부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가짜게이 신분이 탄로 날 '진호'와 건어물녀에서 사랑스러운 여자 '개인'으로 거듭날 두사람이, 사랑이라는 결승점에 골인하는 것이다.



그 결승점으로 가는 코스가 지나치게 완만한 건 아닐까 싶었다. 더군다나 방향판이 흐릿하게 보였다는 게 아팠다. 그러나 6회는 그 우려를 통쾌하게 불식시켰다. 16부라는 장거리 마라톤에 필요한, '진호(이민호)-개인(손예진)'의 경쟁자이자 동반자가 될, '창렬(김지석)-인희(왕지혜)'가 스퍼트를 냈기 때문이다.

특히 창렬이 진호의 매력을 따라잡는 속도가 무섭다. 창렬은 인희로부터, 절친했던 개인의 남자였기 때문에, 환상을 품었고 뺏고 싶었다는 고백을 듣는다. 그럼에도 상처받은 창렬이 화를 내거나 집착하는 대신, 인희를 쿨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보듬고는 곁을 떠났다. 창렬이 옛애인 개인에게 돌아간다해도 미워할 수 없게, 멋진 남자로 환생(?)했고 설득력이 느껴졌다.  

'진호와 개인'에게 필요한 건, 바로 '창렬과 인희'다. 진호와 개인이 사랑한다는 걸 인지하고,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은, 결국 창렬과 인희를 통해서 깨달아야 극적 재미가 폭발하기 때문이다. 레이스위에 주인공들이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진호-개인'이 결승점을 통과할 때, 과정을 지켜봤던 사람들도 희열을 느낀다. 그래서 창렬의 변신이 빛난 6회는 의미있었다.




개인의 취향 6회, 스킨쉽의 모든 것?

제작진이 벼르고 별렀던 모양이다. '게이'란 재료를 마음껏 요리했다. 여기에 '스킨쉽'이란 소스를 다양하게 쏟아붓는다. 덕분에 진호의 매력을 맛좋게 뽑아낼 수 있었다. 진호의 판타지를 구현한 6회였다. 그리고 스킨쉽을 통해, 진호와 개인의 감정변화도 읽을 수 있었다.

창렬의 앞에서 주눅 든 개인을 위해, 진호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자리를 뜬다. 마치 <파리의연인>의 한 장면을 보듯. 그러나 '남녀'라는 사실이 게이 혹은 룸메이트보다 우선이다. 잡았던 손을 동시에 놓는다. 아직은 불편한...

개인은 생리통으로 고생하고, 안쓰럽게 지켜보던 진호는 인터넷을 뒤져 생강차를 끓여준 것도 모자라, 진통제를 구하러 한밤중에 차를 몰고 어머니의 집까지 찾아간다. 개인은 한술 더 떠, 진호에게 배를 만져 달라고 한다. '아빠 손은 약손이다'란 말과 함께. 개인은 진호의 손에서 아버지를 느낀다. 동시에 진호도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그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도.

적절한 타이밍에 영선(조은지)이 등장한다. 자신이 운영하는 쇼핑몰을 위해, 진호와 개인에게 부부모델이 돼 달라고 부탁하는 그녀. 덕분에 보다 발전된 스킨쉽이 유도된다. 개인을 진호의 무릎에 앉히고, 볼에 뽀뽀까지 감행한다. '일'때문에 이뤄졌기에, 조금은 더 편안해 보였다.

스킨쉽은 친화력을 높인다. 진호와 개인사이가 더욱 가까워졌다. 만남의 광장을 찾아가 국수를 먹고 올 정도로, 개인은 어느새 진호에게 의미있는 장소를 함께 찾아가는 파트너가 되었다. 또한 일방적으로 개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진호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개인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진짜 친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게이'코드를 십분 활용해 스킨쉽을 구현한 에피소드들은, 신선했고 재미도 있었다. 두 사람간에 발전을 도모하는데 수월한 점도 있었지만, 맞닿는 부위가 다를 때마다, 그들이 생각하는 관점이 달랐다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키스를 통해, 스킨쉽에 마침표를 찍는다.

 


그들이 나눈 키스는 사랑이 아니었다?

최관장(류승룡)의 도움으로 '담예술관'에서 일자리를 얻게 된 개인. 반대로 창렬의 아버지의 방해로 인해, '담예술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없게 된 진호. 게이로 오해받으면서도 참아내며, 개인의 집 상고재에 세입자로 들어갔던 진호에겐, 청천벽력같은 일이 닥친 것.

진호는 위로가 필요했다. 특히나 술에 취했기에 감성이 이성을 짓누르고 있었다. 숨기고 싶은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고,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옆에 개인이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다. 개인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본 진호는, 그녀에게서 자신을 본다. 자신을 위로하고 싶었던 진호는, 마치 자신이 투영된 듯한 개인에게 입을 맞춘다. 

강하기만 할 것 같던 진호가 눈물을 보였다. 바라보는 개인도 눈물을 글썽였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정확히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그의 마음만은 알았다는 눈물. 진호가 게이라서도 아니고, 남자라서도 아니었다. 다가오는 진호의 입술을 거부할 수 없었던 건, 룸메이트 개인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위로였다. 그 순간엔 위로라는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에 휩쓸려 버린 듯한 개인이었지만 말이다. 

 


두사람이 나눈 눈물의 키스속에는, 흔히 말하는 사랑은 없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이해가 있고 위로가 있다. 그리고 이해와 위로는 사랑으로 가는 바탕이 된다. 진호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개인의 입술을, 개인은 진호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의 입술을 내주었던 게 아닐까하는.

드라마가 6회만에 확실한 틀이 잡혔다. 그것이 단순히 '동거'와 '게이'란 코드나 '키스신'이나 '스킨쉽'같은 에피소드 때문만은 아니기에 긍정적이다. 물론 잡힌 틀안에서 어떤 식으로 퍼즐을 완성해가느냐가 앞으로의 과제가 되겠지만, 일단 탄력을 받기 용이한 상황이다. 멀어질 듯 보였던 <신데렐라언니>나 바짝 따라오는 <검사프린세스>에게, <개인의 취향>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경고성 메세지를 날린, 칭찬이 아깝지 않은 6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