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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자격 '몰카', 왜 이경규가 의심받나?

바람을가르다 2010. 4. 12. 08:27





김태원의 '리마인드웨딩'으로 시작한 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이 1주년을 맞이했다. 한 때, 유재석과 이효리가 버티는 일요일이좋다 <패밀리가떴다>에 고전한 적도 있었지만, 현재는 강호동의 <1박2일>과 함께 일요일의 저녁의 막강한 쌍두마차를 형성하고 있다.

<남자의자격>에 성공요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진정성'과 '열정'을 꼽고 싶다. 중년에 접어든 멤버들이 주어진 과제를 회피하기 보단 어떻게든 하고자하는 의욕이 앞섰고, 성공이든 실패든 치열하게 부딪히는 모습은 브라운관을 통해 전해졌다. 특히 멤버들조차 베스트로 꼽았던 '눈물'편이나 '마라톤', '파일럿' 체험 등은, 시청자 또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멋진 에피소드로 기억된다.   

무엇보다 시청률을 뽑기 용이한 자극적인 아이템은 철저히 배제하고, 가능한 일상이란 테두리안에서 찾으려 했다. 중년 남자들의 머릿속에서만 떠돌기 쉬운 생각들이, 이경규를 비롯한 일곱 남자들을 통해 구현되고 본보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남자격'에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몰래카메라'의 원조, 이경규가 정말 속은 걸까?

일요일 저녁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남자의자격'이 1주년 특집으로 내세운 아이템은, 단식을 빙자한 '이경규' 몰래카메라였다. 지금의 '남자격'이 있기에는, 맏형 이경규의 변신과 헌신이 뒷받침되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MC'이경규'를 만든 일등공신은 몰래카메라다.

후배가수들이 존경하는 선배를 위해 헌정앨범을 내듯이, 1주년을 맞이 한 '남자격'은 이경규를 위한 헌정에피소드로 '몰래카메라'를 내세웠고, 그 사실을 이경규만 몰랐다. 24시간 동안 단식미션을 수행한 것은 이경규 혼자뿐이었고, 김국진을 비롯한 나머지 멤버들은 이경규의 눈을 피해 폭식을 했다. 그리고 24시간이 지난 후, 그를 속인 몰래카메라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경규는, 황당함과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내심 이경규의 역몰카로 반전을 기대했던 시청자들도 함께 허탈했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몰카를 당한 이경규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의 표정은, 방청객마저 속여 버린 몰카의 레전드 '퀴즈아카데미' 이범학이 당했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순간 멍해지는, 말로 표현하지 못했을 뿐 '완벽하게 속았다.' 그 자체다.

그럼에도 한편에선 몰카귀신 '이경규가 정말 속은 것일까?'라는 의혹의 시선을 멈추지 않는다. 그 예로, 몇 가지를 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1. 이경규가 공복이라 후각이 예민하다. 음식을 먹고 온 멤버들의 냄새에 반응했을 것이다?
→ 지난 주 배고플 땐 '칫솔질이 효과가 있다'는 전문의를 설명이 있었다. 그리고 음식을 먹은 멤버들은, 칫솔질로 입안에 냄새를 제거한다. 치밀하다. 그러나 사실 이것보다는, 집안에 음식냄새가 가실 수 없는 상황이었다. 멤버들 뿐 아니라 스태프들이 수시로 음식을 먹기 때문에 집안전체에 음식냄새가 풍긴다. 더군다나 이경규는 평소 담배를 태운다.(촬영중엔 안 찍혔지만) 담배를 달고 살면 냄새에 둔감해진다. 특히 공복엔 담배를 더 피우게 된다. 

2.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 '몰래카메라'를 진행했던 시절, 이경규가 가장 억울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바로 '짜고친다'는 세간의 의심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수차례 부인해왔다. 그런 그가 시청자들 한 번 웃기겠다고 '몰카'를 짜고 했을까? 특히나 리얼버라이어티가 가장 경계하는 것이, '짜고 치는 것이다.' 리액션 자체가 자연스러울 수 없고, 돌발적인 재미가 반감되는 악수중에 악수다. 굳이 짜고쳐서 득볼 게 없다. 오히려 무리수를 두어가며 '짜고쳤다'가 사실이 알려지면, 힘들게 공들인 프로그램만 추락한다. 



제작진의 실수인가, 의도인가? 

정황을 고려해 볼 때, 이경규는 속은 게 확실해 보인다. 그럼에도 시청자에게 의혹을 사는 건, 24시간을 두시간으로 편집한 방송에 있었다. 이경규가 눈치를 챌 수도 있을 만한 상황들을 막판에 편집해서 내보냈기 때문이다. 특히 '비밀의 방'앞에 멤버들이 몰려 있었다. 그것은 시청자에게 긴장감을 주기 위해, 멤버들이 일부러 그곳에 모인 것이다. 이경규가 혼자 있을 이유가 없다. 멤버들이 있는 곳에 그가 따라와 앉은 것이다. 여기에 설명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왜 그들이 굳이 비밀의 방에 근처에 있었는지 의아해 할 수 있었다.

김국진이 이경규를 앞에 놓고, 시청자에게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쇼를 감행하기 위해서였다는 친절한 설명이 없었던 것. 그러다보니, 왜 저들이 이경규에게 들킬지도 모를 일을 벌어는 지 이해가 안 되는 시청자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이경규가 써먹던 방법을 김국진이 재현해 복수(?)를 한 것이다. 이경규도 '몰카'를 통해 비슷한 극적 재미를 연출했었다. 샤워중인 유열에게 이경규가 샴푸를 연신 뿌리는 장면이 유사한 케이스다.

아침에 나머지 멤버들이 식사할 때, 이경규가 홀로 산책중인 장면도 나온다. 왜 혼자일까.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제작진이 이경규에게 단식한 다음날 아침 장면을 뽑자고 제의 등을 하면, 출연자 이경규는 응할 수 밖에 없다. 제작진은 식사중인 멤버들과 공복중에 산책중인 이경규를 대비시켜 재미를 부각하려 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설명도 없다보니 '왜 이경규만 혼자?'라는 의심이 앞설 수 있었다.

제작진은 설명이 가능한 상황들을 생략했다. 오히려 편집을 통해, 이경규가 눈치챘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사는 장면들을 넣었다. 방송에 나갈 편집본을 보며 분명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는 걸 제작진도 알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의도적으로(?) 의심스런 장면을 넣은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이경규가 완벽하게 속았기 때문이다. 이경규가 중간에 눈치를 챘다면, 제작진은 24시간중에 다른 분량들로 두시간을 편집해 방송에 내보냈을 것이다. 시청자들이 의심할 수 없는 장면들만 골라서 말이다. 그러나 이경규가 완벽하게 속았고 그들이 짜고 치지 않았기에, 겁없이 논란을 부를만한 장면들을 삽입했던 것이다. 

'이경규 몰카 대성공'이란 이슈는 하루만에 묻히기 쉽다. 그러나 '이경규가 과연 속았나?'를 두고 네티즌들이 갑론을박하면 그 이슈는 더욱 커지고, 하루가 아닌 이틀 삼일 이어지며, 프로그램은 더욱 관심을 받는다. 제작진은 지은 죄가 없기 때문에, '이경규 몰카'가 회자되는 논란조차 반가울 수 있다. 다시 말해 몰카귀신 이경규가, 제대로 속았다고 봐야 맞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