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울린 황당한 도로교통법, 1박2일-신언니는 어쩌려구?
9일 KBS 심의에서 가수 비(정지훈), '김장훈-싸이', 유승찬의 뮤직비디오가 현행 도로교통법상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비의 새음반 타이틀곡 '널 붙잡을 노래' 뮤직비디오에는 비가 도로 위 중앙선을 뛰는 장면, 김장훈과 싸이가 함께 부른 월드컵 응원가 '울려줘 다시한번'엔 밴드가 왕복 2차선 도로를 걷는 장면, 유승찬의 신곡 '케미스트리(Chemistry)' 또한 중앙선이 보이는 도로를 질주하는 유승찬이 문제가 됐다.
이와 관련해 KBS 심의실은 '심의 조항에 준법정신 고취 항목이 있으며, 방송이 위법한 일을 권장하거나 방치해선 안 된다'는 규정을 근거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에 해당소속사와 가수들은 문제가 될 지 몰랐다며, 수정을 통해 재심의를 받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KBS의 황당한 도로교통법, '1박2일-신언니'는 어쩌려구?
KBS가 가수 비를 비롯한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에 무더기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에 대해, 대다수의 네티즌은 황당하는 반응일색이다. 뮤직비디오에 '도로교통법'을 적용한다는 건, 한마디로 코미디란 얘기다.
뮤직비디오는 리얼이 아니고, 상상에서 비롯된 창작물이다. 음악이 섞인 일종의 드라마다. 거기에 무문별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대중문화에 전반에 대한 지나친 억압으로 비춰질 수 있다.
KBS가 내세운 준법정신 고취란 것도, 시민들의 의식수준을 최저로 인식한 무개념의 발로다. 상식적으로 어떤 사람이 뮤직비디오에 나온 연기자들을 따라, 도로위 한가운데를 달리는 행동을 하겠는가. '비도 중앙선을 달렸으니, 나도 한 번 달려 볼까?'라는 생각을, 과연 할 사람이 있겠는가? 정신줄을 놓지 않는다면 말이다.
KBS는 스스로 악수를 둔 꼴이 됐다. 앞으로 KBS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최소한 도로교통법을 준수해야 한다. 제작진들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 하나 더 생긴 꼴이 됐다. 만약 도로교통법을 어기는 장면이 나올 시, 해당 프로그램은 대중의 날선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쉽게 말해, KBS에서 인기리에 방송되는 '1박2일'과 같은 리얼예능 프로그램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평소에도 작은 꼬투리가 논란으로 번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도로를 통해 전국을 다니는 프로그램에서 '도로교통법'에 저촉될 만한 장면이라도 잡힌다면 큰일 아닌가? 만일 그런 경우가 발생한다면, KBS는 '1박2일'에 어떤 조치를 내릴 것인가?
뮤직비디오와 다를 바 없는 드라마는 더욱 심각하다. 유턴이 불가능한 장면에서, 주인공들이 차를 돌리는 경우가 잦다. 그 뿐 인가. 신호등을 위반하고 달리는 주인공들이 얼마나 많은가. 앞으로 엇비슷한 장면을 연출한다면, KBS는 해당 드라마를 '도로교통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수상한삼형제'와 '신데렐라언니'같은 드라마의 제작진은, 이 사실을 반드시 염두해야 한다.
KBS는 현실과 창작을 망각한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대중의 비판과 조소로 끝나지 않는다. 결국 도를 넘은 황당한 잣대가, 스스로에게 칼을 겨눈 꼴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