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취향, 이민호의 눈물-설정인가 본능인가?
"진호씨, 날 여자로 만들어 줄래요?"
<개인의 취향> 4회에서 개인(손예진)이 진호(이민호)에게 던진 마지막 대사다. 그리고 이 대사속에 지난 4회 방송동안 말하고 싶었던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 그녀가 여자가 되야 하는 이유들. 엄밀히 따지면, '여자'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하다.
지난 4회동안 건어물녀 박개인은 애인에게 차이고, 친구에게 배신당했다. 이유는 창렬(김지석)과의 대화를 통해 드러났다. '여자 개인'과 '여성 인희(왕지혜)'의 차이를. 그것이 창렬의 취향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 극 전체를 바라보는 시청자라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진호가 게이로 오해를 산 덕분에 상고재에서 개인과 동거를 시작하게 됐고, 그들이 티격태격하면서도 우정을 쌓고 사랑을 느끼는 로맨틱코미디가 <개인의취향>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진호가 가짜게이란 점이 아니다. 개인을 남자들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여자로 거듭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드라마가 품은 목적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개인의 마지막 대사, "진호씨, 날 여자로 만들어 줄래요?"는, 지난 4회 동안 그려 왔던 이야기의 밑그림에 방점을 찍는다. 그리고 '박개인 여자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개인의 취향>은 본격적인 로맨틱코미디의 본색을 드러낼 예정이다.
개인의 취향, 전반은 약하고 후반은 강하다?
앞서 수목드라마를 장악했던 '추노'는, 초반 10분과 후반 10분의 임팩트가 강했다. 전후반 10분은 레전드로 꼽힐 정도다. 마무리인 예고편까지 완벽했다. 반면 중간부분은 쉽게 늘어지기도 했고, 불필요한 장면들도 꽤나 잡혔다. 그럼에도 역시 초반과 후반의 짜임새와 강렬함이, 시청자의 이탈을 막아 낸다.
개취의 강점은 후반에 있다. 반면 초반 임팩트가 부족하다. 초반에 시선을 확 붙들지 못한다. 16부작 로맨틱코미디의 특성상 번뜩이는 에피소드가 방송내내 이어질 순 없다. 때때로 진부하거나 식상한 장면도 잡힐 수 있다. 배우나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느낌을 자아내지만 일정부분 한계가 있다.
이러한 장면이 중간에 나오는 것과 초반에 나오는 것은 다르다. 드라마가 시작하면, 일단 시청자의 시선을 붙드는 5분이 필요하다. 그 5분이 50분을 버틸 수 있는 힘을 담보한다. 그래서 시작하는 5분은, 확 눈에 들어와야 한다. 5분에 한 회의 모두를 걸어도 좋을 만한 있는 에피소드가 필요하다.
그러나 개취는 시작 5분이 약하다. 2회의 결혼식장면처럼 쓸데없이 길게 늘어뜨리거나, 4회와 같이 평범하게 5분을 보내고 만다. 처음이 지루하면, 시청자는 그 기분을 안고 10분, 20분을 버티다, 정작 재밌는 에피소드에서 마음껏 발산하지 못한다.
모든 드라마가 그러하듯, 마지막 10분은 다음 회를 위해 정성을 쏟는다. 그러나 후반 10분보다 중요한 건, 사실 초반 5분이다. 채널이 돌아가지 못하도록, 짧고 굵은 임팩트있는 에피소드를 아낄 필요가 없다. 후반이 강한 개취가 빛바래지 않으려면, 초반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민호의 눈물 - 설정인가, 본능인가?
4회에서 긍정적인 요소는, 남자배우들의 활약이었다. 특히 그동안 코믹에 치중했던 창렬(김지석)이 남자로서 업그레이드된 것이 눈에 띈다. 어린애마냥 칭얼대던 그에게서, 슬슬 남자의 향기나 베어 나온다. 앞으로 개인의 마음을 적잖이 흔들리게 할 만큼, 꽤 괜찮은 남자로의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다. 다만 인희에게 쐈던 백허그는, 뜬금없었고 되레 마이너스였다. 제작진이 창렬의 디테일에도 좀 더 신경 썼으면 한다.
이민호는 확실히 궤도위로 올라섰다. 가짜 게이 전진호란 캐릭터속에 녹아드는 속도가 빠르다. 동시에 따뜻한 감성이 개인속으로 파고들며, 게이 남자친구의 매력을 발산한다. 극중에서 그가 게이가 아니란 사실이 밝혀질 경우 꽤나 섭섭할 정도로, 현재 남자와 여자의 중간쯤에 서 있는 듯한 전진호의 모습이 매력적이다.
이민호를 두고 발음 등을 문제삼으며 연기논란이 일었지만, 그가 왜 <개인의 취향> 전진호에 어울리는 지 확실히 드러난 장면이 다시금 터져 나왔다. 바로 창렬을 만나고 온 개인이 울음을 터트리며 자책하고 아파할 때, 그녀를 바라보며 진호의 눈가에 살짝 고인 눈물이다.
아픔을 이해하면서도 내색 않으려는 그 짧은 순간을, 이민호는 전진호를 통해 완벽하게 구현한다. 다만 너무 이른 타임에, 개인의 감정선을 따라잡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진호가 눈물이 맺힐 정도로 개인의 마음을 이해해 버린 걸까?
대본상에 '개인을 바라보는 전진호, 눈물이 고이지만 참는다'는 설정이 있었다면, 이민호의 연기가 탁월함을 입증한다. 반대로 그러한 설정이 없었음에도, 이민호가 본능적으로 눈물을 보인 것이라면 상황에 대한 몰입도가 상당하구나 싶다. 그것이 비록 전진호란 캐릭터에 빗나간 모습일지라도, 그가 보인 눈물맺힘은 개인속에 녹아들었고, 그림은 확실히 살았다.
4회를 마친 터라, <개인의 취향>의 성공여부를 말하기는 힘들다. 솔직히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도 눈에 뛴다. 그러나 일단 배우들이 제 몫을 하고 있다. 손예진은 물론이고, 이민호와 김지석의 존재감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점점 얄미워지는 왕지혜뿐 아니라, 류승룡, 조은지, 정성화 등 조연진들이 감칠맛을 내고 있다는 게, 희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