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스쿨 나나, 속보인 비쥬얼 마케팅?
걸그룹 애프터스쿨이 공항에서 찍은 화장기 없는 얼굴에 평상복 차림을 한 사진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무대위에서 보였던 파격적이고 섹시한 컨셉과 상반된, 순수하고 발랄한 소녀들의 모습이 네티즌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특히 핫팬츠에 나시티를 입은 나나는, 슈퍼모델 출신답게 큰 키와 잘록한 허리라인이 그대로 드러난 명품 몸매로, 여신급 포스라는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최근 세번째 싱글앨범 '뱅!'(Bang!)을 발표한 뒤, 3월 26일 '뮤직뱅크'를 통해 컴백했던 애프터스쿨은, '파격+섹시+강렬'이란 컨셉아래, 마칭밴드(고적대)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와 의상으로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또한 새멤버 리지를 영입해 8인조로 거듭나면서, 앨범 발매 전부터 화제에 올라, 새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미 자리를 잡은 소녀시대 '런데빌런'과 잇따라 앨범발표를 선언한 가수 비(정지훈)와 이효리의 컴백은, 애프터스쿨에게 만만치 않은 행보를 예고했다. 급할 수 밖에 없었던 애프터스쿨이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난 건, 천안함 침몰 사건 여파로 지상파 음악방송과 예능프로그램이 지난 한주 동안 결방했다는 사실이다. 한창 앨범홍보에 들어가야 했던 애프터스쿨로선, 그녀들이 부른 가사처럼 정말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암울한 상황에 나나를 필두로 한 애프터스쿨의 비쥬얼마케팅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에서 애프터스쿨의 '뱅!'의 순위가 급상승중인 것. 노래가 아닌 나나의 몸매가 음반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무대에서의 섹시함과 상반된 일상에서의 순수함이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호감도를 끌어올린 것.
가수들의 속보이는 비쥬얼 마케팅?
소녀시대의 '블랙소시', 레이디가가를 흉내 낸 이효리, 복근을 공개한 가수 비의 사례처럼, 새앨범 컨셉에 맞춰 티저를 통해 가능한 파격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데 무게를 싣는다. 이어 앨범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대중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편안한 이미지를 찾는다. 예능프로그램이 가교역할을 한다. 예능을 통한 마케팅 전략이다.
나나의 비쥬얼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솔직히 새로울 건 없었다. 이러한 마케팅은 늘상 봐왔기 때문이다. 가수가 새앨범을 놓고 홍보활동을 하거나 배우가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중일 때면, 여지없이 사진들이 인터넷에 떠돈다. 고교시절 사진이라던지, 졸업앨범 사진. 애프터스쿨과 같이 일상을 담은 사진이 소속사를 통해 공개되기도 하고, 개인미니홈피를 통해 퍼져 나가기도 한다. 특히 여름엔 비키니 특수가 한몫을 한다.
문제는 예능과 비쥬얼마케팅은 실제적으로 가수들의 음반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단지 이미지를 포장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단계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가수가 팔아야 할 것은 음악인데, 현재 가요계는 티저라는 이미지로 시작해,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한 이미지로 끝난다. 결국 음악보다 이미지를 팔고 있는 역전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엔 길보드 차트란 게 있었다. 무단 복제한 불법테이프를 길가에서 팔았고, 거기에서 입소문을 타면, 무명가수도 스타가 되는 인생역전의 상황을 맞기도 했다. 불법복제는 근절되야 하고, 길보드차트는 사라지는 게 맞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길보드로 뜬 가수들은 적어도 이미지를 팔아 성공한 케이스는 아니다. 음악을 팔았고 입소문이 그들을 스타로 만들었다.
이미지를 팔지 말라는 게 아니다. 그것보단 가수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도록, 본질인 음악에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좁아드는 가요계의 현상이 안타까울 뿐이다. 현재 음악이 아닌 전략적인 비쥬얼마케팅을 통해 입소문이 번지고, 그것이 음원판매에 커다란 영향력을 끼치는 반복적인 현상. '과연 바람직한 걸까?' 되묻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