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취향, '동거불패' 이어갈까?
트렌디드라마가 국내에 성공적으로 유입된 이후, 나타난 공식중에 하나가 바로 '동거불패' 신화다. 남녀주인공이 동거를 하면, 대박을 터트리는 경우가 많았을 뿐 아니라, 최소한 기본 시청률은 뽑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왔기 때문이다.
언뜻 떠올려 봐도, 김희선-김석훈의 '토마토', 송혜교-김민종의 '수호천사', 송혜교-비(정지훈)의 '풀하우스', 김래원-정다빈의 '옥탑방고양이', 장혁-공효진의 '고맙습니다' 등, 성공한 작품은 일일이 셀 수가 없을 정도다. 반면 동거라는 소재가 실패로 돌아간 작품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시청률 10% 중반을 오갔던 황정민-김아중의 '그저 바라보다가'가 실패로 느껴질 정도니 말이다.
그리고 이들 드라마를 돌아보면, 에이즈를 다룬 '고맙습니다'를 제외하곤, 고만고만한 스토리라인으로 히트를 쳤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한지붕 아래, 남녀 주인공사이에 벌어지는 알콩달콩, 티격태격 에피소드만으로도 시청자를 사로잡은 것이다. 그만큼 '동거'라는 소재가 갖는 매력은, 진부함 뛰어 넘는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또한 남녀주인공사이에 접근 밀도가 높다는 것은, 재미와 몰입의 효율성을 높인다.
개인의 취향, '동거불패' 이어갈까?
손예진과 이민호를 앞세운 '개인의 취향'은 동거라는 코드에, 동성애의 소스를 넣었다. 가짜 게이 행세를 할 수 밖에 없는 전진호(이민호)는, 흡사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고은찬(윤은혜)을 떠올리게 한다. 흥행코드에 또 하나의 흥행소스를 뿌린 것이다.
'인기배우+동거+동성애=대박?' 일단 잘 팔리는 재료는 완비했다. 비싼 붓, 질 좋은 캔버스에 물감. 이제 구상했던 그림대로 칠 해나가야 할 제작진에 따라 완성도가 결정된다. 같은 풍경을 그리면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지 못한다. '개인의 취향'만의 시선과 질감이 드러나야 한다.
동거에 동성애를 섞는다고 해서, 반드시 새로운 색을 도출하진 않는다. 오히려 탁한 느낌(논란), 혹은 덧칠(식상함)을 야기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배경(재밌는 에피소드)라도, 눈에 익다면 과감하게 잘라내야 한다. 다행인 건, 논란을 빚고 있는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와 달리, 주인공 이민호가 진짜 게이는 아니란 점이다. 그리고 이 오해가 극의 재미를 유발하는 소스다.
1,2회를 통해 드러난 개취의 약점은 일부에서 제기된 배우들의 발연기가 아닌, 식상한 우연과 필요이상으로 늘어진 일부 에피소드에 있었다. 이런 점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신데렐라언니'나 '검사프린세스'안에서 숨쉬기 버겁다. 주말드라마나 일일드라마와 달리, 미니시리즈의 시청자는 충성도도 낮을 뿐 아니라, 시선은 더 냉정하다. 초반이기에 갈아타기도 용이하다.
그럼에도 '개인의 취향'이 선전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신데렐라언니' 역시 자주 선보였던 신데렐라 컨셉을 가진 눈에 익은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단지 문근영의 연기변신이 효과를 극대화시켰을 뿐이랄까. 법정드라마가 아직까진 고전을 면치 못하는 현실에서, '검사프린세스'의 놀라운 반전을 기대하기도 무리가 따른다. 쉽게 말해, 고만고만한 드라마의 전쟁이다. '추노'와 같이 확실히 튀는 드라마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삼사간 시청률 편차는 당분간 크게 요동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인의 취향'에 성패는 국내드라마 제작에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시청률 두자릿수 중반 이상에 안착한다면, '동거불패' 신화를 이어 간다. 그러나 만일 엇비슷힌 경쟁구도에서 맥없이 추락한다면, 당분간 '동거'드라마의 제작 편수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손예진, 이민호를 앞세우고도 '동거'라는 코드가 먹혀 들지 않았을 땐, '동거불패'가 아닌 '동거필패'로 가는 변곡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때문에 '개인의 취향'의 행보는 적잖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