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작업녀 논란 '티아라 큐리'의 진짜 실수는?

바람을가르다 2010. 4. 5. 07:40





예전에 일본드라마를 즐겨 보던 당시, 예능프로그램도 몇 차례 본 적 있다. 그중에 하나가 아사히TV에서 방영중인 인기예능 <런던하츠>. 아이러니 한 건 시청률은 높되, 일본인들이 가장 혐오하는 프로그램조사에서도 톱을 달렸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출연자들의 막말은 기본이고, <런던하츠>의 아이템들은 상당히 자극적이다. 그만큼 파격적이되, 수위가 높다. 

재밌는 사실을 하나 덧붙이면, 우리나라 예능프로그램들 중에, <런던하츠>를 베껴다 쓴 사례가 꽤 된다는 점이다. 현재 이휘재가 진행중인 QTV의 <순위를 정하는 여자> 역시, 몇년전 이미 <런던하츠>에서 사용했던 코너였다. 또한 최근 아이돌 걸그룹 '티아라 큐리'가 출연해서, 작업녀 논란을 빚고 있는 올리브TV의 <연애불변의법칙>도 <런던하츠>의 '마성의 여자'편에서 다뤘던 아이템이다.



전에 봤었던 '마성의 여자'편 에피소드 중에, 남자친구에게 그라비아 아이돌을 붙여서 유혹하는 몰래카메라가 있었다. 그리고 남자가 그라비아 아이돌의 적극적인 작업에 넘어가, 집 혹은 모텔까지 동행하게 되는 순간, 제작진과 의뢰한 여자가 현장을 덮친다. 바로 <연애불변의법칙>에서 티아라 큐리가 맡았던 역할이, 남친을 유혹하는 작업녀였던 셈이다.

제작진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그라비아 아이돌의 유혹에 넘어가는 남친을 바라보며, 믿었던 여친은 표정이 굳고 눈물까지 쏟는다. 이 정도 수위의 예능이라면, 국내 공중파에서 방송하기 힘들다. 방송내내 비판이 쏟아졌던, 이경규의 <돌아온 몰래카메라>는 그에 비하면 애교수준이다. <연애불변의법칙>은 케이블방송이었기에 시도했던 것일테고, 어떤 컨셉으로 시즌7까지 방영됐는 지는 모르겠으나,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방송중치처분을 받고 폐지됐다.  



티아라의 큐리, 욕먹을 일 아니다

작업녀 논란으로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올킬해 버린 티아라의 큐리. 그녀를 두고, 네티즌들의 반응은 '실망했다'와 '과거니 문제없다'로 엇갈린다. 개인적으로 후자의 의견에 동조한다. 큐리가 티아라로 데뷔하기 전, 2006년에 출연했던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그녀는 제작진이 고용한 일종의 아르바이트였다. 큐리가 아니었어도, 누구든 작업녀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남친을 시험에 들게 할, 몰래카메라를 의뢰한 건 여친이란 사실이다. 여친은 큐리든, 누구든, 작업녀가 남친에게 노골적인 대시를 할 거란 사실을 알면서도 의뢰했다. 단지 남친이 유혹을 이겨낼 것이라 믿은 것이 착각으로 드러났을 뿐. 그렇다면 미션을 성실히(?) 수행한 큐리가, 과연 욕먹을 일인가. 프로그램 선택을 잘못한 건, 어린 나이에 저지르기 쉬운 판단 미스쯤으로 봐줄 수 있는 것 아닐까.

질타를 하려면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돌려야 맞다. 공중파에 방송됐던 신동엽과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의 리얼시트콤 '웃자웃자'에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남친 혹은 여친을 시험에 빠뜨린 적이 있다. 유혹에 있어, 과한 스킨쉽 등 동반하지 않았음에도, 충분히 애인있는 이성의 마음을 흔들 수 있었다. 그러나 <런던하츠>의 저질 아이템을 모방한 <연애불변의법칙> 제작진은, 자극적이고 불필요한 수단을 큐리에게 강요했다. 지시를 따라야 하는 큐리의 잘못일까.



티아라 큐리, 진짜 실수는?

전후 상황은 보지 않고, '작업녀'란 거창한 타이틀로 구설수에 오른 큐리. 마치 임자있는 남자를 본인의 의지대로 작업했다가, 여친에게 발각된 것마냥 우스운 상황에 내몰렸다. 다시 말해, 논란거리가 될 수 없는 일이, 저질 프로그램 덕에 이상하게 부풀려진 상황이다.

그러나 대중은 현명하다. 큐리에게 악감정이 없다면 그녀를 질타할 사람은 드물다. 티아라에서 하차를 요구하거나, 티아라 활동에 지장을 줄 사안이 아니다. '큐리'가 각종 포털 실시간 랭킹을 휩쓸었으니, 오히려 인지도를 상승시킨 결과를 낳았다. 큐리 개인에겐 상처가 됐을 수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금방 가라앉을 논란은 깔끔하게 무시해야 했다. 그러나 큐리는 개인홈페이지에 '심심했던 기자님'이란 타이틀로, 논란을 키운 언론에 냉소적 응수로 기름을 부었다. 물론 큐리 반응에 호감을 느끼며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둘 다 똑같다'는 식으로 눈살 찌푸리는 사람도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큐리가 좀 더 현명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속상하다', '죄송하다'식의 표현이, 오히려 기자들에게 카운터를 먹이기엔 훨씬 효과적이었다. 걸그룹 소녀 이미지를 지킬 수 있었고, 긍정적인 시선이 큐리에게 쏠릴 수 있었다. 그것이 동정이든, 격려든. 그러나 그녀가 미니홈피에 남긴 냉소로 인해, '큐리=연애불변의법칙 작업녀'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지 못한 꼴이 됐다. 정작 그녀의 진짜 실수는 미니홈피에 흘린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