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취향, 남자가 모르는 여자의 눈물
1회와 달랐던 2회
<개인의취향> 1회는 박개인 역을 맡은 손예진밖에 보이지 않았다. 지나친 우연은 반감을 샀고, 상투적인 장면들은 거슬렸다. 다른 드라마와 별반 차이가 없던 서른을 앞둔 여자주인공 박개인. 그녀에게서 읽을 수 있었던, 손예진 정말 연기 잘한다 정도랄까.
첫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은 크다. <개인의취향>은 사실상 낙제점에 가까웠다. 연기변신에 성공한 문근영의 <신데렐라언니>에 포커스가 집중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개인의취향>은 반격에 시동을 걸었다. 1회의 실수를 곧바로 2회에서 만회했던 것.
1회에 대한 실망이 커서였는지 몰라도, 2회에 대한 만족감은 오히려 가파르게 상승했다. 단순히 생각하듯, 손예진의 고군분투가 빛나서가 아니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이 매끄러워 졌기 때문이다. 주인공 박개인(손예진)과 전진호(이민호)를 하루 빨리 동거시키기 위해,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설정은 진부할 수 있으나, 개연성이 있다. 과정을 보자.
개인의 애인 창렬(김지석)을, 절친 인희(왕지혜)가 뺏어 결혼식을 올린다. (결혼식은 개인으로 인해 파토가 났다). 그러나 개인은 창렬에 대한 미움보다, 10년 지기 친구 인희에 대한 배신감이 크고 아프게 다가왔다. 동성친구에 대한 배신감(->이성 친구(게이)와 동거를 할 수 있는 일종의 계기, 거부감을 줄인다).
원호(봉태규)가 개인의 집 '상고재'를 담보로 사채를 빌려 썼고, 개인은 급전이 필요해졌다. 때문에 집에 세를 놓게 된다는 설정은 진부할 수 있지만, 드라마의 큰줄기에서 쉽게 잊어버리고 쳐낼 수 있는 곁가지다.
핵심은 진호를 개인의 집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개인이 진호가 게이라는 오해를 품은 채로 말이다. 여기에 개인의 절친 영선(조은지)의 역할이 컸다. 진부하게(?) 사고 친 원호를 잊도록, 영선은 게이로 착각한 진호를 집으로 끌어들이는 자연스러운 가교역할을 한다. 이음새가 된 영선이 빛나니까 원호가 지워진다.
한편 상준(정성화)과 태훈(임슬옹)에게서 '상고재'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진호. 개인의 집 '상고재'에 찾아갈 이유가 생겼다. 그러나 동거를 자처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진호의 아버지를 배신했던 창렬의 아버지 윤섭(안석환)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도 진호의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한 키를 쥔 '담' 미술관의 관장 최도빈(류승룡) 앞에서. 윤섭에 대한 증오는, 진호가 비지니스를 위해 '상고재'에 들어가야 할 이유를 낳는다. 짧은 장면이지만, 그럴듯한 설득력이 있다.
돈이 필요했던 개인과 비지니스 목적을 숨긴 진호의 윈윈은 동거로 이어진다. 그러나 집주인과 세입자임에도 불구하고, 첫인상이 안 좋았던 두 사람은 여전히 삐그덕이다. 그리고 여전히 진호를 동성연애자로 착각하는, 개인의 오해에서 비롯된 에피소드가 앞으로의 드라마를 끌고 갈 축이며, 재미의 포인트다.
2회는 백점짜리 과정은 아니었지만, 1회같은 빡빡함은 줄었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주인공 개인과 진호를 '동거'와 '게이'라는 틀에 묶었다는 점이다. 두사람의 빠른 동거는 차후 진행에 좀 더 여유를 갖게 한다. 그리고 2회는 충분한 웃음과 재미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고, 앞으로의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이민호, 발연기일까?
전진호 역을 맡은 이민호의 발음에 문제를 제기하며, 발연기로 폄하하는 시선들이 많다. 발음이 썩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런데 진호가 게이라고 생각하면(극중에선 가짜 게이로 나옴), 그의 발음이 거슬리지 않다. 오히려 게이 느낌이 산다고 해야 될까.
게다가 꽃미남 이민호의 매끄러운 얼굴을 보면 왠지 모르게 게이삘이 난다. 꽃미남=꽃(여성)+미남(남자). 패션도 나름 잘 컨택하는 것 같고. 듣는 이에 따라 이민호의 발음이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진호라는 캐릭터로 접근하면, 쉽게 용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손예진, 남자가 모르는 여자의 눈물
전체적으로 2회는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로맨틱코미디에 충실했고, 그만큼 재미를 선사했다. 카메오로 출연한 대박도사 김준호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극 전체를 종횡무진하는, 손예진의 연기는 여전히 빛났다. 특히 1회에서 실망했던 시청자를 붙잡아 줄 수 있었던 것도, 2회 초반에 터진 손예진의 눈물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손예진이 1회 때 터트린 버스 안에서 흘린 눈물과, 2회 초반에 결혼식장을 나와 횡단보도에서 흘린 눈물은 달라 보였다. 버스안에서 박개인은 그냥 불쌍한 여자로 보였다. 남자에게 이별을 통고받고, 초라해진 자신을 스스로 추스르지 못하는 20대 후반의 여자. 그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연기정도로 보였다.
그러나 2회 때 애인과 친구에게 동시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박개인. 길을 잃은 듯한 그녀가 횡단보도에서 흘린 눈물은 불쌍하다가 아니라 사랑스러웠다. 그런 상황을 겪고 그렇게 우는 여자를 봤다면,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손예진이 아니라 듣보잡 박개인이라 해도 말이다.
여자가 우는 모습은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남자가 모르는, 남자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흘리는 눈물은 다를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여자의 눈물은 아이처럼 주체 못하고 터트리는 게 아닌, 억지로 참아내며 눈물 한방울 떨어질 때가, 남자의 가슴을 적시는 최고의 눈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횡단보도에서 손예진이 흘린 눈물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저 여자의 눈물을 본다면, 과연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남자가 몇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