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폭로를 하려면 하하처럼?
'무한도전' 원년 멤버 하하가 돌아왔다. 복귀 후 첫방송이 나간 뒤로, 여러 말들이 터져 나왔다. 특히 긍정적인 부분보단, 부정적인 시각이 눈에 띄는 게 다소 의아할 정도다. 그 이유라는 게, 공익근무요원이라서, 겸손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건방을 떨어서, 안정적인 6인체제에 방해가 됨으로, 그의 캐릭터가 2년전과 변한 게 없기 때문에 등등 다양하다.
한편 '1박2일' 김종민과 같은 시기, 같은 법원에서 공익근무를 하고, 제 7의 멤버로 합류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터라, 두사람을 비교해 손익계산서를 뽑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하하는 '1박2일'과 관련이 없고, 김종민도 '무한도전'에 필요가 없다. 둘을 비교대상에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시청자가 봐줘야 할 부분은 누가 더 예능감이 돋보이느냐 보단, 그들이 팀플레이에 얼마나 잘 녹아드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겠나.
닮은 꼴 행보를 보인 두사람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해당프로그램의 시청자에게 집중 관리대상이 될 것은 자명하다. 다만 예능 외적인 것들을 결부시키는 것은 옳지 못하다.
폭로를 하려면 하하처럼?
하하의 복귀와 함께 제작진 꺼낸 카드는 그의 예능점검이었다. 일명 무한 예능사관학교. 하하의 죽지 않은 예능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2년 전에 비해, 여유가 넘쳤고 능글맞기까지 했다. 특히 폭로전문 하기자는 멤버들의 아픈(?) 구석을 찌르며, 웃음을 끌어냈다.
압권은 하하가 뽑은 명장면. 그가 감동을 받고 눈물까지 훔쳤다는 에피소드에는, 시청자가 공감하는 지적대상들이 존재했었다. 뉴욕 식객편을 예로 들며, 명쉐프와 각을 세워 비난받았던 고집 정준하. 하하의 어머니 융드옥정여사까지 상욕을 했다고 과장된(?) 멘트를 날렸다.
권투편에서 길(길성준)은 왜 눈물을 닦지 않았냐고 박정아를 거론하며 면박을 주었고, 마찬가지로 봅슬레이편에서 정형돈의 눈물은 이해하지만, 박명수가 울었던 건 시청자의 인기를 사기 위해서였다는 독설을 마다 하지 않았다.
하기자의 독설은 자칫 분위기를 다운 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시청자가 이미 알고 있으며, 멤버들조차 웃으면서 돌아볼 수 있었던 에피소드다. 단지 하하의 입을 통하니, 마치 폭로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이에 김태호PD는 관련영상과 자막을 동원해, 웃음을 극대화시켰다.
하하의 독설에 가까운 멘트에는 공감대에 미리 깔려 있었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멤버간에 격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한 미끼를 던지거나 취조하는 방식의 폭로도 아니었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눈으로 마지못해 하는 고백도 아니었기에, 자연스런 웃음이 동반될 수 있었던 에피소드였다.
예능이 갈수록 독한 것에서 웃음을 뽑으려다 보니, 독설과 폭로가 난무한다. 그것도 예능의 한 트렌드이고, 정착된 시점이라 제어가 불가능할 뿐더러, 어느 정도 인정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토크의 주제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다거나, 폭로의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이름이 거론되는 경우다. 하기자의 폭로는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을 지켰기 때문에, 최소한 불쾌한 웃음은 유발하지 않는다.
하기자가 자신의 예능감을 시험하는 무대에서, 오히려 상대방을 분석하고 폭로와 독설을 마다하지 않는 건방을 떨었다는 시선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의 예능감은 무한도전 멤버들의 공격을 되받아 치면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하하의 예능감은 죽지 않았다
2년 전 상꼬마 하하는 '무한도전'내에서 유재석, 박명수의 뒤를 잇는, 실질적인 3인자로 재치와 센스가 뛰어났다. 무엇보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와 노홍철, 정형돈 사이를 잇는 브릿지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던 인물이다. 그가 진행을 맡았던 건 아니지만, 예능이란 지도에서 관계도를 설정하기 유연했던 조연이 하하였다.
무한재석교의 신도였던 반면, 박명수-정준하에게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렸던 것도 하하였다. 노홍철과는 오랜지기로 편안했고, 정형돈과는 어색한 컨셉으로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하하의 캐릭터는 상대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눈에 띄게 변신했었다. 덕분에 미션에 따라, 여러 가지 그림을 만들 수 있는 촉매제가 되었다.
그 좋은 캐릭터가 식상하다? 2년 전과는 달라져서 돌아와야 한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하하만 놓고 판단할 것이 아니다. 그의 캐릭터를 '무한도전'이란 프로그램내에서, 앞으로 주어질 미션과제들과 다른 멤버들과 반응하는 시너지까지 염두해 놓고 바라보는 게 맞다. 그렇다면 상꼬마 하하는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