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을 통해 본 MC와 패널의 궁합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과 같은 토크쇼는 쉽게 말해 밥상이다.
게스트가 메인 재료라면, 고정 패널은 밑반찬이다.
주방장인 메인MC는 재료를 맛나게 요리하여 시청자에게 먹기 좋게 내놓을 책임이 있다.
패널이 밑반찬이라고 해서, 포지션이 가벼워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은 프로그램을 살리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어떻게?
바로 메인MC를 받쳐주는 것.
게스트를 빛나게 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이다.
MC의 진행에 기름칠을 하고, MC의 눈이 닿지 않는 사이사이 빈틈을 메꿔주는 일.
동시에 MC의 요리에 기꺼이 재료와 양념이 되어주는 것.
토크쇼에서 메인MC와 고정패널의 궁합.
최근 <샴폐인>은 고정패널 조형기, 조혜련을 하차시키고,
붐, 김태원, 최양락을 영입한다.
신동엽, 신봉선과 이들의 궁합은 어떤가?
싼티 메신저 붐.
신동엽, 신봉선의 보좌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신동엽과 보여주는 호흡은 눈에 띄게 성장한 붐을 다시금 보게 한다.
상대방의 심리를 뚫어보고, 건드리는 말개그를 좋아하는 신동엽도 살아나는 느낌이다.
그건 바로 붐이라는 싼티나는 보조가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
붐이 분위기를 싼티나게 깔아주니, 신동엽은 자신의 끼를 부담없이 노출한다.
왜?
토크쇼에 나오는 게스트들은 1회성이다.
자칫 게스트가 토크나 리액션에 있어 자기 방어적으로 흐를 수 있다.
메인MC들은 게스트의 입에서, 또는 행동에서
새로운 면을 하나라도 더 건지기 위해 녹화장 분위기를 편안하게 몰아가야 한다.
별다른 친분없는 게스트의 출연으로 자칫 경직될 수 있는 분위기를
신동엽은 붐을 이용해 이완시킨다.
붐을 자주 건드려, 바라보는 게스트를 오픈시키며, 적극성을 띄고 동참하게끔 유도한다.
붐은 신동엽의 리드대로 특유의 싼맛을 살려 게스트들에게 리액션을 보여준다.
루즈하고 딱딱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녹이고 살리는 타임이다.
이 점에서 붐은 신동엽에게 딱 맞는 재료다.
그 동안 신봉선이 신동엽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한 것도 이 점이다.
신봉선은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가야할 지, 싸게 가야할 지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
신동엽도 신봉선이 여자이기 때문에, 그녀를 걸고 풀어낼 수 있는 진행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붐이 합류하고 나서, 붐과 신봉선을 적절히 이용하는 신동엽의 재치가 돋보인다.
신봉선 역시, 붐으로 인해 좀 더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끼를 발휘한다.
선배 조형기, 조혜련에게 가로 막힌 경계선이 사라지고, 활동반경이 넓어진 것이다.
부담없이 애드립과 리액션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붐이라는 존재는
메인MC로서 자칫 튀기 쉬운 그녀의 색깔을 보이지 않게 순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어떤 낯선 모임에서 자신과 비슷한 취향과 스타일의 상대가 옆에 있다면,
편안함 속에 말이 트이며, 모임을 녹아들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붐은 신봉선과 또 다른 공감대를 엮는 도화지가 되어준다.
이쯤에서 <샴페인>의 고정 패널을 맡았던 노사연, 조형기, 조혜련을 돌아보자.
왕언니 노사연은 <샴페인>을 거친 써포터 중 최고이지 않았나 싶다.
자신이 나서야 할 때와 죽어야 할 때를 알았고,
신동엽과 신봉선에게 꾸준히 소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마위에 올라가길 주저하지 않았다.
나이어린 MC들을 최대한 존중하고, 낯선 게스트들과 어울리는 오픈마인드가 돋보인다.
반면 조형기와 조혜련은 2%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았다.
다년간 여러 예능프로를 거친 잔뼈 굵은 그들이라 개개인 능력은 출중하나,
메인MC 신동엽과 신봉선의 코드에는 맞지 않았다.
터줏대감 조형기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수시로 치고 들어와 길게 토크를 끄는 경향이 강해, 흐름을 끊는 경우가 잦았다.
MC들은 그가 어려워서인지 적절히 제어하지 못한 채, 억지스런 웃음과 리액션이 노출한다.
현재 MC들이 김태원을 다루는 모습과 상반된다.
꾸준히 입을 맞춰 온 이경규, 김용만과 달리, 조형기와 신동엽의 호흡은 신통치 않았다.
조혜련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봉선과 캐릭터가 겹치는 부분이 많아 차별을 주지 못했고
같은 여성인데다 MC인 신봉선이 선배 조혜련을 어려워하는 것도 보였다.
더군다나 그녀는 신봉선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경우가 잦아,
마치 원거리에서 신동엽과 MC를 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 비대칭을 연출한다.
덕분에(?) 당시, 신봉선은 이름뿐인 MC로 전락한다.
메인MC가 고정패널을 다루기 힘들면, 원활한 진행도 기대할 수 없다.
게스트가 아닌 고정패널은 메인MC가 부담없이, 쉽게 써먹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MC는 게스트와의 연동에 있어, 용이한 접근과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다.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가 좋은 모델이라 볼 수 있다.
유재석이 패널들을 이용하여, 게스트에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면 답이 나온다.
단순히 본인 얘기를 하기 위해 자리를 꿰찬 고정패널은 무의미하다.
그건 게스트의 몫이지, 프로그램의 또 다른 뼈대인 패널의 역할과는 거리가 있다. .
메인MC의 진행에 순간순간 맞춰주고, 본인을 희생할 수 있는 자질이 필요하다.
최양락이 <야심만만>과 <샴페인>의 적응에 애를 먹는 것도 그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강호동이나 신동엽이 건드릴 소스를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중장년층의 또래 게스트가 출연할 시, 최양락의 존재감이 반짝 부각될 지 모르나,
젊은 게스트의 출연이 상대적으로 많은 현재 버라이어티의 흐름에 녹아들기엔 부족하다.
김태원과 비교해, 떨어지는 자질이 바로 이 점이다.
김태원이 꾸준히 토크에 참여하며, 자신의 허점을 노출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김태원은 신동엽과 신봉선이 자신에게 치고 들어올 수 있는 소스를 꾸준히 제공한다.
자신이 공격당하고 민망해질지언정, 바라보는 게스트들을 릴렉스시킬 줄 아는 힘.
바로 김태원이 고정패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긴 시간 단순히 한 두마디 깐죽대기 위해, 박수라는 음향효과를 위해,
그저 중장년층의 시선을 잡기 위해 병풍으로 남기엔 재능이 아깝지 않은가?
게스트로 출연해 자신의 토크에선 입담을 과시하던 최양락이
<샴페인>과 <야심만만>에서 고정패널의 역할을 살리지 못하는 이유도
메인MC와의 궁합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며,
MC의 좋은 재료가 되어주지 못하고 스스로 가두고만 선배라는 자존심의 울타리다.
신동엽, 신봉선과 강호동이 치고 올 수 있는 문을 선배인 최양락이 먼저 열어줘야 한다.
지금처럼 게스트와 패널을 혼동한 포지션은 곤란하다.
게스트의 경우, MC들이 직접 문을 따고 들어가야 하지만,
패널의 경우, 문이라는 자체가 불필요하다.
MC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길을 미리 터주고,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가지 최양락에게서 긍정적인 신호를 본 것 지난 주 <샴페인>의 방송분이다.
충청도 특유의 유머를 적절히 구사하며, 프로 참여하려는 적극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팀플레이를 펼쳐야 할 타이밍에, 치고 들어오는 감을 어느 정도 잡은 듯 보였다.
비록 MC들에게 좋은 재료가 되어주지 못했으나,
분위기를 맞춰가며 질질 끌지 않고, 짧게 툭툭 던지는 그의 말투엔 재기가 담겨 있었다.
그럼에도 그에겐 ‘아직’이란 단어가 붙을 수 밖에 없다.
패널이 게스트의 목소리에 고명을 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통해 MC를 살리고, 게스트를 프로그램안에 끌어당기는 바탕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
패널 스스로가 밑반찬이 되길 거부한다면, MC는 다른 반찬을 집기 마련이다.
게스트라는 메인요리에 밑반찬도 여러 종류인데, 굳이 입맛에 안 맞는 반찬에 손이 갈까?
막상 입에 넣는다한들 소화가 될까?
최양락 본인이 만든 벽을 깨고 나오려는 노력이, 좀 더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왕의 귀환’ 따위의 수식어는 예능을 시작하는 그에게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양념 최양락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을 때, 지금의 단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MC와 고정패널은 친분이 있고 없고를 떠나 아마추어가 아닌 이상,
프로그램내에선 철저히 가족같은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MC와 패널간에 눈치보고 낯가리는 어색한 상황을 연출하면,
턱밑까지 올라온 말을 내뱉지 못하고, 도로 담아야 하는 그들은 물론이거니와
찾아온 손님들조차 자리가 불편하지 않겠는가.
시청률을 떠나 현재의 <샴페인>은 전보다 분위기가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캐릭터가 확실한 싼티 붐과 4차원 김태원의 가세로
신동엽과 신봉선이 다루기 좋은 재료가 늘었으며, 더불어 진행과 입담에도 탄력을 받았다.
한 입심하는 최양락이 화룡정점을 찍어줄 수 있다면 지금보다 좋은 그림이 나올 것이다.
사실, 정해진 궁합은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맞춰가는 것. 그게 진짜 궁합의 본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