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김해인 - 낚은 걸까, 낚인 걸까?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추노>는, 주인공이었던 '대길(장혁)-언년(이다해)-태하(오지호)'에 황철웅(이종혁)만 부각된 것은 아니었다. 좌의정 이경식(김응수)과 노비당의 그분(박기웅), '업복이(공형진)-초복이(민지아)', 추노패의 '최장군(한정수)-왕손이(김지석)-설화(김하은)' 등 여러 인물들의 극의 중심에 자리했었다.
이 밖에도 극 중반에 운명했으나, 천지호(성동일), 곽한섬(조진웅) 등 명품 조연의 활약은 빛 났다. 그뿐인가. '선덕여왕'의 문노 정호빈을 비롯해, 비록 까메오로 출연했지만 존재감을 과시했던 케이스도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쏟아낸 이슈는 인기드라마라는 사실을 실감케 할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20회와 22회에 잠깐 출연했던 절구녀 김해인도 마찬가지였다.
추노 김해인 - 낚은 걸까, 낚인 걸까?
짝귀마을에서 왕손이(김지석)에게 눈에 띤 절구녀 김해인. 네티즌들은 절구를 든 미모의 노비에게 급관심을 보였고, 죽다 살아나 빈둥대던 왕손이와의 러브라인을 기대했다. 그러나 개그맨 오정태의 등장은 반전을 부른다.
아주 짧은 출연이었으나 김해인은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본인은 물론, 소속사를 통해 관련인터뷰가 쏟아졌다. 여기에 미스코리아 출신 연기자란 사실이 더해져, 네티즌의 관심을 끌어냈다. 그리고 '추노' 마지막회에 한 번 더 등장하게 될 것이란 말도 남겼다.
시청자로선 절구녀 김해인의 재등장을 반기는 분위기였던 게 사실이다. 쩌리가 된 왕손이에게 어떤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회가 시작됐고, 짝귀마을 어디에서도 절구녀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왕손이도 있었고, 최장군도 있었다. 은실이와 은실모도 있었으며 수많은 노비들이 짝귀(안길강)에 말에 귀를 기울였건만, 절구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마디로 그녀의 출연을 기대했던 시청자를 낚은 것이다. '추노'를 빙자해 본인에 대한 언론플레이만 줄기차게 한 셈이다. 그리고 명세빈의 복귀작, SBS새일일드라마 <세자매>에 출연한다고 한다.
물론 존재감 거의 제로인 절구녀였기에, 그녀의 출연여부는 극에 별다른 영향을 줄 수 없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밝혔던 약속은, 곧 시청자와의 약속이다. 왕손이와 아무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해도, 대사가 아예 없는 병풍이라도 짝귀가 연설할 때 얼굴을 비춰야 하지 않았을까. 그게 프로정신 아닌가.
만일 제작진쪽에서 별다른 대사와 역할이 없으니 녹화장에 올 필요가 없다고 했다면, 김해인이 제작진에게 낚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엑스트라에 가까운 까메오의 비애를 느끼면서 말이다. 하기사 왕손이는 고사하고, 최장군(한정수)과 작은주모(윤주희)의 미래도 불투명하게 끝낼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한 게 사실이다.
솔직히 절구녀가 임팩트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음에도, 추노를 통한 언론플레이는 언년이를 능가했고, 새드라마에 캐스팅이 됐다. 김해인의 소속사가 시청자를 낚은 건지, '추노'의 제작진이 김해인을 낚은 건지 알 수 없다. 다만 비중을 떠나, 앞으로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연기자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