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뜨거운형제들, 쩜오남의 반란과 한계?

바람을가르다 2010. 3. 28. 12:47





스타PD 김영희를 긴급수혈해, 전면적인 개편을 단행했음에도 효과를 보지 못한 <일밤>. 정작 '단비'가 필요한 곳은 아프리카 오지가 아닌, <일밤> 내부에 있었다. 특히 재미와 내용 모두 형편없었던 '헌터스'의 경우, 조기에 폐지하지 못한 것은 악수중에 악수였다. <일밤>과 같이 두개에서 세개의 코너를 선보이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형제 코너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피선데이의 '남자의자격'은 형제 코너 '1박2일'의 덕을 톡톡히 봤다. '1박2일'이 받치고 있었기에, 초반 부진했던 '남자의자격'도 버틸 수 있었고, 꾸준한 상승세를 바탕으로 탄탄하게 입지를 굳혔다. '1박2일'이 없었다면, '남자의자격'은 기본 컨셉을 지키지 못한 채, 여러차례 수술을 단행했을 것이다. 초심을 잃고 자극적인 아이템을 동원해서라도 시청자를 붙들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초조할수록 기다렸고, 이경규를 비롯한 멤버들은 진정성이 느껴지도록 미션수행을 임했다. 그것이 지금 동시간대의 1위를 달리는 '남자의자격'을 있게 한 이유다. 


지난 해 말부터 <일요일은 좋다> '패떴'이 주춤하기 시작하자, '골미다'가 써먹은 방법들은 선정과 폭로, 아이돌에 대한 집착 등 프로그램 컨셉에서 벗어난 행보를 보였다. 시청률에 눈이 멀어 본질을 잃어버렸고, 새롭게 선보인 '패떴2'가 몰락하자 디딤돌마저 사라졌다. 멤버교체로는 힘을 받지 못했다. 현재 폐지를 얘기할 시점에 다다랐다. 

<일밤>이 생각해야 할 것은, 바로 상대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코너는 '단비', '우리아버지', '뜨거운형제들'로 나뉘어 있지만, 형제코너가 안정적이어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헌터스'와 같은 코너가 있으면 '단비', '우리아버지'도 도매급으로 전락한다. 유재석이 없는 '패떴2'가 침몰직전까지 와 있다. 지금을 놓치면 <일밤>은 앞으로도 깜깜한 밤길을 걸어야 한다.


뜨거운형제들, 쩜오남의 반란과 한계?   

'헌터스'를 내리고 '뜨거운형제들'을 편성한 것은 최선은 아니어도 차선으론 충분하다. 특히 멤버들의 조합으로 신선하고 바람직하다. 유재석, 강호동과 같은 특급MC는 없지만, 박명수, 김구라, 탁재훈 등의 쩜오들의 조합은 나쁘지 않다.

특히 스스로 1인자보단 쩜오를 지향하는 박명수가 김구라와 만난 것은 윈윈이다. 비록 <해피투게더>에서 서로에게 녹아들 지 못했으나, 이후 <절친노트>를 통해 만났던 박명수와 김구라는 둘사이에서 빚을 수 있는 의외의 잠재력을 보였다. 박명수와 김구라가 밀당을 통해 진흙탕 개그의 진수를 보여줬던 것.


최근 들어 몸을 사리는 김구라에게, 동갑내기 박명수의 독설이 적절하게 작렬한다면 둘 사이에 경쟁과 조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또한 탁재훈에게도 박명수와 김구라는 최적의 파트너다. 탁재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연예인은 풀이 협소하다. 신정환같이 탁재훈을 막 다룰 줄 알아야 그도 힘을 받는다. 그에게 김구라와 박명수는 신정환을 대체하기 적합한 카드다. 쩜오MC 3인방의 조합은 재미를 뽑아내는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이들 3인방이 예전에 비해, 호감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는 점이다. 재미를 떠나, 일요일 저녁 예능의 특성상 호감도는 매우 중요하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선, 막말과 비난의 수위를 낮추고, 유쾌한 개그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불쾌한 개그는 일요일에 통하지 않는다. 또한 뭐든지 열심히 해야 한다. 하찮고 게으른 느낌을 주는 삼인방이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본인뿐 아니라 프로그램 이미지는 더욱 추락한다. 


'뜨거운 형제들'의 히든카드 한상진은 가장 주목된다. 프롤로그를 통해 보여진 그는 상당히 의욕적인데다 리액션이 좋다. 어색함없이 잘 웃고 멤버들속에 녹아들 자세가 되어있다. 드라마를 통해 아줌마팬들의 사랑을 받아왔기에 '뜨거운형제들'의 대표 얼굴로도 손색이 없다. '패떴2'의 간판 윤상현보단 훨씬 부담이 적다는 강점도 있다. 그가 '남자의자격' 김성민 만큼 해준다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버라이어티의 차세대 쩜오들도 눈에 띈다. NRG출신의 노유민은 캐릭터가 워낙 잘 잡혀 있어 긍정적이다. 개그콘서트 출신 박휘순은 기본이상 한다. 박휘순만큼 버라이어티에 안정적인 조연도 흔치 않다. 제몫을 할 것이다. '지붕뚫고하이킥' 세호역을 맡았던 비스트의 이기광은 젊은 층에 어필하는 얼굴마담에 가깝다. 오히려 슈프리팀에 사이먼디가 의외로 한방 터트릴 수 있는 자질이 엿보인다.

멤버들의 조합이 좋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를 꿈꿀 순 없다. 특히 '뜨거운형제들'의 컨셉 자체가 '무한도전', '남자의자격'과 '천하무적야구단'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 신선도를 떨어뜨린다. 후발주자가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려면, 기존 경쟁프로그램보다 두배, 세배의 열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의 흔적이 시청자에게 보여야 한다.


아류라는 비판은 어차피 떠 안고 가야 한다. 일단 재미가 있으면 용서가 된다. 그 재미라는 것에 자극적인 아이템의 조미료가 필요한 게 아니다. 멤버들이 빠른 시간내에 서로에게 녹아들고, 그 안에 맛을 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추노'의 도망노비와 같은 일밤의 '뜨거운형제들'은 분명 한계를 가지고 시작한다. 다만 잃을 게 없는 쩜오남의 반란은 흥미롭다.  

28일 첫방송에선, 한상진의 말한마디로 인해 멤버들이 한강을 헤엄쳐 건너는 고생버라이어티로 시작한다. 이어 싱글 형제 4명을 위한 '아바타 소개팅'. 맞선버라이어티로 변신한다. 시작이라 두서가 없다. 첫인상이 중요한데, 기대 못지 않은 우려가 동반된다. 기본 골격, 그것이 컨셉이든 패턴이든 확실히 드러나야 산만함이 사라진다. 멤버들을 소개한다는 식으로, 그림에 몰두하다간 빈틈만 눈에 띄기 쉽다. 지금은 경쟁프로그램을 의식하지 말고, 일단 프로그램내에서 안정을 꾀할 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