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추노, 오지호 인터뷰 욕먹을 만 했다

바람을가르다 2010. 3. 25. 09:24




24일 방송된 추노 23회에서는, 노비당에 쏟아 부은 이야기를 정리하며, 드라마가 끝을 향하고 있음을 알렸다. 노비당의 그분(박기웅)은 실체는 좌의정 이경식(김응수)의 끄나풀로 드러났다. 실질적인 노비당의 당수 이경식이었던 셈. 양반과 노비라는 신분제의 모순을 정치적으로 역이용해, 개인의 영리를 탐하려던 좌상의 계획이 밝혀졌다.

노비당원을 이끌고 장례원을 급습하려던 그분의 의도 또한, 노비들의 반란을 조종에 알리려는 미끼였다. 실제로 급습을 위장한 덫에 끝봉이(조희봉)를 비롯한 노비당원들은, 기다리고 있던 관군들에 의해 떼죽음을 당한다. 180도 달라진 그분의 태도는 노비당원들 뿐 아닌, 시청자들도 소름돋게 할 만큼 음흉하고 잔인했다. 미친 존재감 천지호(성동일)가 강림한 듯한, 그분 박기웅의 연기는, 23회 전체를 설명하는 얼굴이었다.


업복이-초복이 vs 대길-언년

한편 이를 모른 체, 양반집 재취자리로 팔려 간 노비 초복이(민지아)를 구하기 위해, 업복이(공형진)의 사랑의 추노(?)가 이뤄졌다. 업복이는 초복이를 팔아 넘긴 자신의 주인을 살해하고, 초복이의 위치추적에 성공한다. 초복이를 구해 낸 업복이는, 도망노비들의 천국 월악산으로 향하며, 사랑의 도피행각을 잠시나마 갖는다. 그러나 그들의 뺨에 새겨진 '노'와 '비'로, 살기를 원치 않았던 마음이 교차한다.    

업복이는 양반 노비 구분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살기를 바라는 대의를 끝내버리지 못했고, 초복이 또한 그의 생각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기에 붙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을 암시하듯, 두사람의 눈물속에 진한 키스가 이어졌다. 그들의 입술이 닿는 순간 더욱 선명해지는 '노비'의 눈물. 이 장면이 '추노'라는 드라마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민초들의 삶과 희망. 그리고 절망이라는 현실적인 그림이 아니었나 싶다.

당시 노비들의 혁명이란 어쩌면 꿈같은 얘기일 뿐이고, 불가능할 것이란 짐작을 하면서도 희미했던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업복이와 초복이. 그들이 진정한 '추노'의 주인공으로 비춰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실 대길(장혁)과 언년이(이다해)를 통해 풀어갔어야 했던 것들이, 복복커플을 통해 이뤄진 셈이다.


대길은 언년이를 업고서 양반과 노비가 구분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언년이의 오빠 큰놈이로 인해, 대길의 꿈은 망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올인했던 것은 추노질을 통해 언년이를 찾는 것. 추노꾼으로 살면서, 돈을 받고 노비들을 잡아들이기도 했고, 몰래 풀어 줘 월악산 짝귀(안길강)에게 보내기도 했다. 정체성은 일부 뭉게졌지만, 어쩌면 당시로서 가장 현실적인 노비해방에 일조했던 대길이다. 

그리고 '추노'를 통해 오매불망 언년이를 찾았지만, 말 붙일 틈도 없이 그녀는 태하(오지호)에게 시집을 가 버렸다. 대길에게 목적이었던 언년이가 눈앞에 사라진 셈이다. 대길에겐 혜원이 아닌 노비 언년이가 필요했다. 혜원이 신분을 위조했다고 해도, 송태하의 아내가 되지 않았다면, 대길은 노비(언년=노비)들을 위한 다음 행보에 접어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길은 언년이를 바라보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 단지 한 여자를 잊기 위한 몸부림. 그리고 결코 잊을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을 뿐이다. 


태하와 혜원도 마찬가지다. 원손을 지켜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띄었지만, 대길을 융화되면서 뒤틀렸다. 태하는 황철웅(이종혁)에 의해 부하들이 모조리 피를 흘렸고, 언년이는 민폐딱지를 벗은 대신 대길과 태하사이에서 안절부절했다. 언년이 품에 원손이 없다면, 뭘 해야 할 지 모르는 패닉상태로 접어들기 딱 좋은 상태에 놓여있다.  

주연이었던 '대길-언년-태하'에서 풀어내야 했던 신분제도의 모순과 타파를 위한 행보가, 실질적으로 업복이와 초복이를 통해 명쾌하게 그려진 것이다. 말이 아닌 행동, 뚜렷한 목적의식을 품었던 두 사람이, 일과 사랑에서도 일관성을 보였다.

양반에게 팔려 간 노비 초복이를 쫓았던 업복이. 그리고 위기에서 구해내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키스. 그러나 대의를 위해 함께 할 수 없는 두 사람. 바로 이 코스가 대길과 언년에게서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지호가 욕먹는 이유

'추노'는 업복이와 초복이를 통해, 민초들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드라마의 기획의도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엔딩을 장식할 주인공들이다. '업복이-초복이'커플이 아무리 23회에서 극강의 포스를 작렬했다고 해도, 마침표를 찍는 건 지금까지 '추노'를 중심에서 끌어왔던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마지막은 원손의 안위를 지켜내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극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 밖에 없고, 과연 누가 피를 흘릴 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마지막 순간을 만나기 위해, 많은 시청자들은 '추노'를 사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다수의 시청자가 대길의 죽음을 예견하는 새드엔딩을 짐작하고 있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 해피엔딩의 끈도 놓지 않기 마련이다. 그것이 단 1%에 불과하더라도, 마지막 방송을 보지 않는 한 확신할 수 없기에 긴장의 끈을 이어간다. 동시에 어떤 결말이 닥치더라도, 그 순간에 몰입도는 최고 점을 찍기 마련이다.


'추노' 쓴 천성일 작가의 인터뷰가 기사화 됐다. 결말은 시청자가 예상하는 방향에서 크게 어긋나진 않을 것 같다고 피력했다. <지붕뚫고하이킥>에 빗대어, 교통사고와 같은 뜬금없고 우발적인 그림은 나오지 않을 거란 말도 덧붙였다. 대신 새드엔딩인지 해피엔딩인지, 누가 죽고 사는 지에 대한 확답은 피했다.

그러나 그 앞에 한 인터넷 언론사와 인터뷰 한 오지호의 기사에선, 주인공들의 생사여부가 드러났다. 그것도 어떤 상황에서,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 지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다.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주연배우의 입을 통해 결말이 스포일러되는 상황은, <추노>와 같은 인기드라마에선 처음이지 않나 싶다.  

예측 혹은 개인적인 바램도 아닌, 결과를 미리 알려 준 친절한 오지호가 '추노'를 시청중인 네티즌에게 욕을 먹는 이유다. 그의 인터뷰기사를 읽거나 혹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결말을 알아버린 시청자는, 마지막회를 보는 긴장감이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지난 번 <해피투게더>를 통해, 9회에서 죽는다고 스포일한 데니안과 공형진이 비판의 도마위에 올랐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오지호가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특히 결말부분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