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MC몽' 반전보다 빛난 개고생
경남 통영 욕지도에서 펼쳐진 해피선데이 <1박2일>은 그야말로 아주 사소한 반전에 연속이었다. 어찌 보면, 그동안 <1박2일>이 보여 준 반전드라마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재미면에서 약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막판 저녁식사 복불복 '99초 미션'에서 터진 메가톤급 웃음은, 지난 번 신안 흑산도 편 강호동의 '돼지슬라이드'와 맞먹을 정도로 대박이었다.
예비신부에게 보내는 은지원의 프로포즈
은초딩에서, 은대장, 그리고 한 여자의 남편이 되는 예비신랑 '은지원'의 기자회견으로 훈훈하게 문을 연 <1박2일>. 카메라와 기자들 앞에 선 은지원은, 쑥쓰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인터뷰는 진솔하게 임했고, 여느 때 보다 믿음직스럽게 보였다.
축구 국가대표 이동국의 아내 이수진의 언니로 알려진 예비신부가, 은지원의 첫사랑이란 사실은 이미 방송 등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은지원이 젝스키스 활동을 시작하면서 헤어지는 아픔도 겪었지만, 운명처럼 재회하여 끊긴 인연을 이어갔고, 결국 결혼이란 아름다운 결실로 매듭짓게 됐다.
은지원은 방송을 통해,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원해주고 힘이 된다는 친구같은 예비신부에게, '사랑한다'말과 함께 무릎 꿇고 프로포즈를 했다. 품절남 신고를 제대로 한 은지원 덕분에, <1박2일>은 산뜻하게 스타트를 끊을 수 있었다.
식상했던 입수, 루즈했던 반전?
은지원의 프로포즈가 너무 강했기 때문일까. 기자들을 동반했기 때문일까. 제작진과 멤버들은 평소와 달리, 쉽게 가려는 듯 보였다. 고등어잡이에 참여할 멤버를 뽑는 방법이, 충무김밥의 유혹을 이기는 것이라니. 글쎄다 싶었다. 이수근의 '미션 임파서블'까진 좋았다. 그러나 강호동, MC몽, 김C가 차례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멤버는 4:3으로 갈라진다.
상당히 평이한 과정이다. 이렇게 갈라지는 구나 싶을 때, 김종민이 눈치없게(?) 제작진의 김밥을 뺏어 먹는다. 5:2의 불균형. 작은 반전의 시작. 그리고 이승기가 은지원에게 한방 먹였을 땐 웃음이 터진다. 끝까지 고집을 부릴 것 같았던 은지원도 마침내 항서를 쓴다. 소소한 반전과 재미가 있다.
이어진 강호동의 멘트 '고딩어잡이?'.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의 귀가 번쩍할 만한 했다. 그리고 두명의 선원을 뽑는 수단으로 택한 바닷물 입수 선착순. 사실 '1박2일'에서의 입수는 그간 여러차례 보여왔기에 신선도가 떨어진다. 지루한 바다와의 싸움, 그리고 배멀미가 걱정된다면 물에 빠지는 것이 문제랴. 그러나 서로 눈치를 본다. 그런데도 긴장감은 떨어진다. 이수근, 은지원의 낙찰.
입수에도 반전이 있었지만, 8분만에 도착, 30분만에 귀환하는 가두리 양식장을 찾아가는 반전도 있었다. 이수근과 은지원은 고등어와 참다랑어에게 먹이를 주는 소일을 했다. 덕분에 푸른 바다와의 만남, 고등어회까지 시식하는 행운까지 거머쥔다. 분명 반전의 연속인데, 생각만큼의 스릴이나 통쾌함은 없었다.
MC몽, 반전보다 빛난 개고생
계속되는 웃음의 저공비행. 이쯤되면 욕지도 편 <1박2일> 1탄에 기대감이 무너진다. 그러나 기다렸다는 듯, 저녁식사 복불복으로 최강의 재미를 뽑아내고 만다. 강호동이 예전에 진행했던 '99초 광고' 포맷으로, 해산물을 놓고 단체게임에 들어간 멤버들.
'1박2일'의 대표 게임 메뉴 제기차기는, 이미 여러 차례 웃음을 선사했었다. 그리고 MC몽이 제기로 또 한번 대폭소를 이끈다. 이수근의 딱지치기가 연이어 실패하고, MC몽은 죽어라 제기를 찼다. MC몽의 개고생을 지켜보면 배꼽이 빠질 지경이다. 강호동의 '돼지슬라이드'만큼이나 눈물나게 웃겼다.
제기 하나를 가지고, 매회 다른 형태로 웃음을 뽑아낸다는 게 신기하기까지 하다. 이런 게 '1박2일'의 저력인 듯 싶다. 김C가 왜 하이파이브를 해서 엄한 시간을 끄냐고, 화를 내는 장면마저 웃긴다. 김종민에 이어, MC몽의 레몬 먹기도 압권이었다.
종합선물세트 '1박2일'
21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은 한마디로 종합선물세트와 같았다. 종합선물세트는 겉이 화려하다. 그러나 막상 뜯어보면, 나에게 필요한 것도 있고 불필요한 것도 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임의대로 선물들을 채워 넣기 때문이다.
'욕지도' 편에 <1박2일> 재미도 그러했다. 결혼을 앞둔 은지원의 프로포즈는, 예비신부를 향한 것이었지만, 궁금해 하던 시청자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기에 나올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초딩이 아닌, 한층 성숙해진 은지원에게 더욱 호감을 가질 수 있었고, 한껏 축하해주고 싶을 만큼 훈훈했다.
반면 고등어잡이를 놓고, 멤버를 추려 내기 위해, 해수욕장에 빠지는 식상한 아이템도 이어졌다. 이수근과 은지원이 가두리 양식장에서 고등어와 참다랑어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은 볼만했지만, 과정은 평이하고 지루한 면이 컸다.
그러나 저녁식사 복불복을 통해 한꺼번에 만회하는 <1박2일>. 시청률 40%의 국민예능 답다. 예전에 강호동이 진행했던 '99초 광고'라는 낡은 아이템으로 초대박 웃음을 끌어낸다. <1박2일>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매회 터지는 결정적 한방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주에 펼쳐질 야외취침 복불복. 기자와 제작진이 한편이 되어, 과연 <1박2일>멤버들을 이길 수 있을까. 그것보다 이승기가 과연 주먹을 냈을까, 가위를 냈을까. 손모양새를 보아하니, 주먹에서 가위로 변해가는 듯 하다. 실패라면 '1박2일'멤버들에겐 고통이겠지만, 아직 웃을 기회가 남은 시청자로선 반가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