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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 '야동혁'만든 지겨운 야동사랑 '연대기-100인의 전설'

바람을가르다 2010. 3. 21. 09:50




<지붕뚫고하이킥>의 이순재가 예능MC로 처음 무대에 선, '연대기-100인의 전설'이 21일을 방송을 탔다. 그리고 첫 출연자가 인기드라마 '추노'에서 대길 역을 맡은 장혁. 이 두가지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진행은 현영이 도맡아 했고, 이순재의 존재감은 보조MC 장희진과 함께 묻혀 버렸다. 또한 파일럿 프로그램치곤 내용면에서 전혀 새로운 걸 찾을 수 없었다.

세트장은 유재석이 진행을 맡았던 <해피투게더-프렌즈>를 연상시킨다. 포맷도 그대로 가져와, 장혁의 초등학교 첫사랑이 등장하는 러브스토리, 학창시절 친구부터 군대동기, 데니안, 홍경인 등 연예인 동료 등이 자리를 채웠다. 그들의 얼굴이 한 명씩 오픈 될 때마다, 그들과 장혁간의 에피소드가 이어졌다. '몰래온 손님' 코너를 가진, 김승우의 토크쇼 <승승장구>도 닮은 듯 하다.


장혁을 '야동혁'만든 예능의 지겨운 야동사랑

어차피 국내 토크쇼야 오십보백보라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다만 '연대기-100인의 전설'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거슬릴 정도로 부실했던 내용에 실망했다. 한 시간동안 장혁의 연대기를 풀어내기에도 부족하다.

그렇다면 장혁과 '해피투게더 프렌즈'를 찍기 보단, 특별게스트를 따로 두지 않고 장혁과 이순재, 그리고 현영이든 장희진이든 보조MC 한명만 참여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단촐하지만, 좀 더 장혁에게 집중하면서, 그가 살아온 발자취를 더듬으며, 진솔한 이야기들이 오가지 않았을까. 

녹화는 상당히 길게 한 것 같다. 덕분에 가위질은 엄청나게 많이 한 티가 난다. 재미도 없는데 군데군데 산만함이 묻어난다. 장혁과 인연이 닿은 게스트들은 한마디하고 카메라에서 사라졌다. 왜 그들을 힘들게 스튜디오로 몽땅 초대했을까. 게스트로 승부한다는 강호동의 <강심장>보다 더 심하다. 한마디로 비효율적인 토크쇼의 전형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눈살을 찌푸린 게 만든 건, 초등학교 동창이 밝힌 장혁의 야동(야한동영상)체험기였다. 그 야동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옛친구를 불러낸 제작진이 한심하다. 오랜만에 만난 그 친구가 장혁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야동이었을까. 야동밖에 없었을까. 결국 제작진의 수준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짧게 끊어내지 못하고, 장혁을 '야동혁'으로 만들기 위해 현영이 분주하게 질문을 해대고, 장혁은 '그냥 웃지요'. 이순재는 실비아 크리스텔의 '차타레부인'을 거론하며 장혁을 보호한다. 이 얼마나 웃기는(?) 상황인가. 장혁이 야동을 본 게, 그의 '연대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다고 소중한 시간을 허무하게 날려보내나. 가장 길게 끈 에피소드가 바로 야동이야기였다는 사실이, 프로그램의 질 전체를 대변한다.

예능을 보다보면, 출연자간에 간간히 야동이야기를 한다. 여기엔 남녀구분도 없다. '언제 마스터했냐.' '요즘도 본다면서.' '야동사이트에 회원가입했냐.' 식으로 상대를 골려주는 방편으로 종종 사용한다. 사실 짜증이 날 정도다. 당사자가 야동을 보건 말건, 그게 시청자에게 무슨 재미를 제공한다는 건 지, 알 수 없다. '연예인이 야동 보는 게 신기하지?' 뭐 이런건가?

장혁의 말처럼 학창시절에 야동 한번 안 본 남자들이 있을까. 친구가 없으면 야동을 거의 못 본다. 친구끼리 돌려 보기 때문이다. 학생신분을 떠나 무리안에 있다보면 접하게끔 되있다. 그런 뻔하고 상투적인 이야기가, 예능에서 반복된다. 특히나 장혁과 같이 배우들이 간만에 예능에 나오면, 그런 질문들이 자주 튀어나온다. 식상한 저질 아이템 좀 그만 써먹었으면 한다.


'연대기-100인의 전설'에서 그나마 볼 만했던 건, 처음 시작한 부분. 바로 장혁의 필모그래피에 있었다. 이승환의 뮤직비디오 '애원'을 통해, 연예계에 데뷔한 장혁. 상대배우가 김현주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명랑소녀성공기'로 대박을 터트린다. 그리고 군대에서 제대해 공효진, 서신애와 함께 한 '고맙습니다'로 히트를 친다. 그리고 '추노'.

물론 이 과정속에 위의 예처럼 성공한 드라마도 있었지만, 실패한 영화와 드라마도 있었다. 그 시간들속에 장혁은 어떤 모습이었고 당시 그는 무슨 생각을 품었는 지,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오히려 볼만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추노'속 대길이란 인물을 통해, 느꼈던 지금의 그를 이야기했다면 어땠을까. 한시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어떤 주제든 일관된 이야기로 길게 끌어갔다면, 적어도 산만하진 않았을 것이다. 메인MC 이순재의 역할도 그런 테마에서 빛나지 않았을까.

'연대기-100인의 전설'이 파일럿인 게 다행이다. 고민없는 기획, MC들의 뻔한 질문, 짜깁기에 식상하고 부실했던 프로그램이 정규편성된다면, 전파낭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