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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 기생 '찬-제니'의 정체는?

바람을가르다 2010. 3. 20. 10:35





종영까지 2회를 앞둔 '추노'. 등장인물들도 저마다의 운명에 순간이 찾아온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풀어야 할 이야기들이 산더미같은 느낌이다. 주인공 대길(장혁)-언년이(이다해)-태하(오지호)의 생사여부는 마지막에 밝혀진다 하더라도 말이다. 어떠한 반전을 위해 몸을 사리는지,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시청자에게 의혹을 사고 있다.

그중에서도 그 분(박기웅)의 정체에 대해 궁금증이 쏟아진다. 이것은 노비당의 실제당수는 따로 있을 거란 판단에서 비롯된다. 실제 당수는 좌의정 이경식(김응수)이며, 그 분이 이경식의 아들이란 소리까지 나오지만, 이것은 아닌 듯 하다. 자식이라고 뇌성마비 딸 선영(하시은) 하나뿐이라고 늘 말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언년이 오빠 큰놈이의 케이스처럼, 시청자의 뒤통수를 칠 지 모르나, 같은 방법을 두 번 써먹는 건 글쎄다 싶다.


좌의정의 목적은 하나다. 정치를 통해 경제적 부를 쌓으려는 것이다. 청나라와의 전쟁이 발생하면, 그동안 비밀리에 축적한 물소뿔을 팔아 엄청난 차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물소뿔을 가진 양반들을 제거하고, 착취하듯 물소뿔을 취했었다. 이 과정에서 그 분과 노비당은 이경식에게 도움을 준 꼴이 됐다. 이경식과 거래가 있었던 양반들을 그분의 지령에 따라, 업복이(공형진)이 패거리가 제거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그 분'은 바지사장일 뿐, 진짜 당수는 좌상 이경식일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회에 인조(김갑수)가 여러 대신들 앞에서, 좌상에게 "입을 다물라."라고 말한다. 둘 사이에 묘한 균열이 느껴진다. 그리고 인조가 찾은 곳은 세자 봉림대군의 처소였다. 인조는 세자를 위해, 간신배 이경식을 언제든 내칠 수 있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노비당의 그 분(박기웅)의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인조가 심어놓은 다른 대신이나 봉림대군일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물소뿔을 불법적으로 밀거래한 좌의정의 실체를 밝혀, 파면시키고 귀향보내기 위해서랄까. 이것이 아니라면, 현재 그 분(박기웅)의 단독 지휘아래, 노비당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기생 '찬과 제니'는 정체는?

그 분(박기웅)에게 도움 주는 사람이 따로 있을 지 모른다. 만약 있다면 기생 찬(송지은)과 제니(고주희)가 떠오른다. 둘 중 한 사람이 그 분과 내통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들은 기생 본분에서 벗어나, 독단적으로 행동에 옮긴 게 없다. 단지 현란한 말빨과 시청자를 혼란시키는 미묘한 눈빛에 입꼬리가 전부다. 상대의 의중을 읽는 식견은, 좌의정을 접대할 수준의 기생이라면 갖추는 게 당연하다. 그래야 좌상의 속내를 좀 더 쉽게 드러낼 수 있다. 시청자의 편의를 위해서 말이다.


1. 그냥 기생일 뿐이다

대의를 위해 무언가 품고 있었다면, 그녀들이 감추고 있던 생각을, 시청자가 읽을 수 있는 장면들이 나왔어야 했다. 그러나 그동안 기생 찬과 제니에겐, 노비당과 연결될 만한 장면들도 잡히지 않았을 뿐더러, 좌상 이경식이 기방에 나타나지 않으면 등장하지도 않았다. 좌상의 속내를 드러내는 장소를 제공했고, 상대가 돼 주었을 뿐이다. 만일 23회나 24회에 두 기생이 노비당과 연결된 반전을 꾀한다면, 자칫 비약으로 비칠 수도 있는 대목이다.

2. 기생 찬 혹은 제니가 노비당과 연결되었다고 설정했다면?

좌의정이 조선비를 회유하여 역모를 가정하여 밝혀 낸 것을 지켜보았으나, 이를 나라에 고하는 것은 봉림대군에게 해가 됨으로 묻어야 한다. 고로 그녀들의 역할은 물소뿔과 관련된 좌의정 이경식의 부조리를 밝히는 것이다. 일종의 증인 신분이라 할 수 있는데, 신분이 기생이라 윗선과의 커넥션이 없다면 불가하다. 바꿔 말해, '기생-그분-봉림대군'식의 루트가 형성됐다는 가정이 없으면, 이경식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가 없다.


걸림돌은 '추노'의 방영분이 이제 2회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기생 찬과 제니에게 노비당과 연결짓는 명분을 보여주고 활약하기엔 시간적으로 촉박하다. 풀어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다. 23회 예고에서 보았듯이, 그 분(박기웅)과 노비당원들은 장례원을 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길-태하-언년-원손'도 급박하다. 여기에 황철웅이 개입해야 한다. 업복이와 초복이의 사랑도 미완성이다. 짝귀마을도 폭풍전야라고 볼 수 있다. 2회 동안 모두 풀어내야 한다.  

그렇다면 기생 찬과 제니는, 주막에 큰주모(조미령), 작은주모(윤주희)와 같은 선상에서 바라봐야 맞지 않을까. 좌상의 대화 파트너로 충분히 그녀들은 구실을 했다. 또한 좌상이 술을 마실 때, 늘 민초들이 피를 흘렸었다. 태하와 대길이 충신 한섬(조진웅)을 묻을 때도, 좌상과 조선비가 향락에 빠져 대비를 이루던 장소가 기방이다. 그런 장면들을 이끌어 낸 것만으로, 기생 찬과 제니의 극중 역할은 충분히 설명된 것 아닐까. 극적 반전을 위해 투입했다기 보단, 윤활유역할을 했다는 게 왠지 설득력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