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추노, 대길은 누구 손에 죽나?

바람을가르다 2010. 3. 16. 09:32




인기리에 방영중인 '추노'도 이제 4회밖에 남지 않았다. 시청자의 관심도 결말부분에 쏠릴 수 밖에 없다. 살아남는 자는 누구이며,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될 사람은 누구인가. 과연 이대길(장혁)은 마지막까지 슬픈 운명의 주인공으로 기억될 것인가.

얼마 전 장혁의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봤다. 아직 제작진사이에서 결말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그는 대길이 죽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바꿔 얘기하면, 주인공 대길 역을 맡은 장혁의 생각이 제작진에게 반영될 수 있다는 사실로 귀결된다.  


장혁 曰, 개인적인 성향이 비극적인 걸 좋아한다고 한다. '추노'가 민초들의 삶을 다뤘고 결국 그들이 흘러 온 역사의 초석임을 돌이켜 볼 때, 대길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본다는 점이다. 살고 죽는 이유보다, 캐릭터가 주는 일관된 느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대길 역을 맡은 결정적인 이유가 '여명의 눈동자'의 최대치(최재성)라는 캐릭터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란다.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지리산에서 빨치산으로 죽을 수 밖에 없던 캐릭터의 흐름이 좋았다고 평했다.

다수의 시청자들은 대길이 마지막엔 행복해지길 바라는 해피엔딩을 원한다. 반면 장혁의 인터뷰 내용를 훑어보면, 결국 대길이 안타까운 최후를 맞지 않을까 싶다. 사실 대길, 태하(오지호), 언년이(이다해) 중, 누군가는 죽어야 마침표를 찍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면 대길이 죽는 것이, 시청자에게 보다 긴 여운을 남기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대길이 죽는다면, 누구 손에 죽나?

앞으로 남은 4부는 황철웅(이종혁), 좌의정(김응수)세력, 청나라 사신 용골대(윤동환)사이에서, 대길은 태하와 함께 석견을 안위를 지켜내는 일이다. 만약 대길이 죽는다면 이 과정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1순위 황철웅?

오히려 가장 가능성이 낮은 사람이, 황철웅이 아닐까 싶다. 황철웅은 그동안 수도 없는 사람을 죽였다. 지금껏 '대길-태하'와 반대편에서, 대표적인 악의 축을 담당해 왔다. 사실상 극의 무게감은 '대길-태하'가 아닌, '대길-철웅'의 구도로 넘어갔을 정도다. 가장 위협적인 인물이긴 하나, 대길이 철웅의 칼에 쓰러진다면 주인공 역전 느낌까지 나 버릴 수 있다.

여태껏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을 돌이켜 보면, 주인공은 주적이 아닌 제3의 인물에게 당하는 케이스가 대부분이었다. 모든 게 해결되고, 평온이 찾아올 무렵의 반전. 대표적으로 영화 '게임의 법칙'을 들 수 있다. 주인공 박중훈을 살해한 것은, 예전에 무시당했던 듣보잡 똘마니. 영화 '초록물고기', '친구'... 물론 이들은 상대 보스에게 사주를 받은 것이지만 말이다. 케이스는 다르나, '여명의 눈동자'를 떠올려도, 윤여옥(채시라)을 쏴 죽인 것은 제 3자인 최대치의 부하였다.


실질적인 1순위 업복이(공형진)? 초복이(민지아)?

스나이퍼 업복이는 추노꾼 대길을 호시탐탐 노렸다. 도망노비를 돈때문에 잡아드리는 대길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도 그의 희생양이 되었었다. 그리고 두번의 기회를 맞았다. 한번은 대길이 운좋게 피했고, 다른 한 번은 업복이가 총을 거두었다. 죽은 천지호(성동일)를 보내는 대길의 눈물을 봤기 때문이다.

업복이는 "짐승도 눈물을 흘릴 땐 죽이는 게 아니다."라고 초복이(민지아)에게 말했다. 그러나 대길을 죽이겠다는 마음을 접은 것도 아니었다. 다시금 그에게 기회가 올 것이다. 그 때가 아마도 대길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될 것이다.


다만 대길이가 자신이 잡았던 도망노비들을 월악산 짝귀(안길강)에게 보내, 안돈하며 살 수 있는 후원자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을, 업복이가 알게 될 것인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특히 대길이 1회 때 잡아들인 업복이의 아내와 딸이, 월악산에서 안전하게 살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 사실을 끝까지 모른다면 업복이가 총구를 내려놓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알게 된다면, 당연히 대길을 용서할 것이다. 문제는 그 사실을 알기 전에, 업복이가 대길이를 노린다는 걸 초복이나 끝봉이가 알 경우이다. 사실 초복이는 알고 있다. 오히려 초복이가 대길에게 위험한 여자가 될 수도 있다.

만일 업복이가 아내와 딸과 극적인 재회를 할 때. 그 사실을 모르는 초복이가 대길의 뒷통수에 총구를 겨눈다면, 드라마틱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업복이가 대길에 대한 오해를 푸는 순간, 초복이가 업복이의 복수를 대신 했다는 기쁨에 미소를 지을 지 모른다.


제 3의 인물로 청나라 사신 용골대의 수하 등이 점쳐지기도 하지만, 업복이와 관련된 인물이 유력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업복이보다는 초복이가 우려스럽다. 오해가 부르는 죽음을 영화나 드라마가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론 원손마마 혹은 언년이를 지키다가, 대길이 죽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대길이 살아남는 기적의 해피엔딩도 열려 있다.     
 
마지막 남은 '추노' 4부에서의 포커스는, '대길-언년-태하'의 삼각관계나 반정보다는, 대길의 생사와 직결될 수 있는 인물들의 흐름을 지켜보는 재미에 있을 것 같다. 최근 들어, 극중에 대길이 언년이나 태하에게 어떻게 든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고 계속 말하는 게, 왠지 그의 죽음을 암시하는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