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신불사가 추노보다 나은 점도 있는 것일까?

바람을가르다 2010. 3. 14. 09:49



13일 방송된 MBC 새주말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이하 신불사)' 3회는, 여복터진 캐슬사의 실질적인 대표이자 완벽남 '마이클(최강타)' 송일국과 상대적으로 철저하게 굴욕당한 CIS팀장 '황우현' 김민종으로 압축된다. 


여복터진 마이클(송일국)vs굴욕당한 황우현(김민종)

마이클의 주변엔 세명의 여자가 있다. 매혹적인 팜므파탈 비비안캐슬(한고은), 원수 장용(정한용)의 딸이자 섹시와 백치를 품은 철딱서니 재벌2세 장미(유인영), 그리고 발랄하지만 눈치없고 빈틈많은 고려일보 기자 진보배(한채영). 이들을 적절한 레시피로 요리하는 마이클은, 밀당의 고수이자 최고의 작업남이다.

상대적으로 마이클과 각을 이루는 황우현은, 명석한 두뇌로 판단력은 CIS팀장으로 손색없다. 자존심이 센 반면, 연애에는 젬병에 가깝다. 그는 보배를 마음에 두고 있으면서도 표현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약점을 파고들 듯, 적극적으로 보배에게 대시하는 마이클로 인해, 번번이 자존심에 금이 간다.


황우현 굴욕 3종세트

댄스배틀 완패
탱고로 이미 보배를 선점했던 마이클. 블루스음악이 흐르자 우현은 이번엔 '내가'라며 어렵사리 보배에게 손을 내밀기 무섭게, 마이클은 뻔뻔하게도 또다시 보배를 채 간다. 우현의 손이 민망해지고, 얼굴은 얼어붙는다.

스토커(?)로 전락
집으로 가는 배웅 길마저, 보배를 마이클에게 양보해야 했던 우현. 이쯤되면 그는 오늘 일정이 사납다는 식으로, 쿨하게 돌아서는 게 맞다. 그러나 기어코 두사람을 몰래 쫓아간 우현. 스토커마냥 마이클과 보배의 뒤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어 불쌍하고 찌질해 보이기까지 한 남자 우현이, 90년대 청춘스타 김민종이 맞단 말인가. 

우현을 비참하다 못해 악하게 만드는, 마이클
승마장에서 위기에 빠진 보배를, 우현보다 한발 앞서 마이클이 구해낸다. 보배앞에서 이미지를 구길대로 구겼다고 생각한 완벽주의자 우현은, 즉석에서 마이클에게 승마경주를 제안한다. 그러나 마이클은 퇴물 말 '스마트'로, 명마 '유니콘'을 탄 우현의 콧대를 꺾는다.

이쯤되면 우현이 돌아버리는 것도 이해될 만한 상황이다. 마이클에 '마'만 들어도 이가 갈린 걸까. 우현은 그가 연인처럼 아끼던 애마 유니콘을, 피도 눈물도 없이 총으로 쏴버린다. 겉으론 냉정한 듯 보였지만, 이미 그는 마이클에 대한 콤플렉스로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단순히 선악의 캐릭터로 규정짓고 접근했다면 재미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상황이 매너남에, 착실한 일꾼 황우현이란 남자를 점점 조악하게 몰아가기 시작했다는 게 볼만했다. 더군다나 김민종의 사슴같던 눈망울이 흔들리고 슬슬 이끼가 끼는 게, 앞으로 그의 활약상을 기대케 한다. 그것이 굴욕이든 발악이든.


신불사, 100억은 잊어라?

신불사를 놓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다.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비 100억이 소요된 작품이라곤,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허접하다' 네글자로 요약된다.

3회까지 지켜본 바에 의하면, 2%가 아닌 20,30% 부족한 허접함이 곳곳에 드러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만약 이 드라마가 완벽한 연출에, 세련된 CG, 캐릭터와 일치하는 배우들의 찰진 연기가 동반됐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욕먹진 않았겠지만, 재미는 덜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B무비를 즐긴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신불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00억'이란 제작비가 머릿속을 맴돌면, 더욱 허접함이 부각되어 웃음보가 터지는 기폭제가 된다. 생각없이 보기엔 나쁘지 않다. 정신건강에 해롭다는 '수상한삼형제'와 같은 막장드라마보단, '신불사'가 차라리 낫다.


'신불사'가 '추노'보다 나은 점도 있을까?

'신불사'는 초반에 기대치를 바닥까지 떨어뜨렸다. 그러나 '추노'는 시작부터 10회까지 완벽할 정도의 재미를 구사했다. 이후 회를 거듭할수록 늘어지고 긴장감은 떨어졌다. '추노' 전체를 보면 훌륭하지만, 10회 언저리에서 정점을 찍고 완만한 하향테크를 타는 것이 시청자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반면 초반부터 망가진 '신불사' 더 이상 추락할 여지도 없고, 시청자가 기대하는 것도 별로 없다. 차라리 지금 수준만 유지해도 봐줄 만하다는 점이다. 만약 디테일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오히려 만족감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다만 초반에 시청자를 붙들지 못하면, 매니아 드라마로 전락할 수 있다.
 
일본드라마는 소재나 장르도 다양하지만, 이야기를 푸는 방법이나 내용의 질면에서도 정형화되지 않은 장점을 가졌다. '신불사'를 보면, 앞으로 한국드라마도 보다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겠구나 싶다. 좋은 드라마가 반드시 재미를 보장하지 않는다. 반대로 재미있는 드라마가 반드시 좋은 드라마도 아니다. 단지 무한 복제되는 드라마의 툴을, 조금은 벗은 '신불사'가 허접한 판타지를 추구하긴 해도 매력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