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최장군-왕손이' 희망과 쩌리사이
18일 방송된 '추노' 20회는, 매회 그래왔듯이 '액션'으로 문을 열었다. 대길(장혁)의 바통을 이어받은 태하(오지호)가 짝귀(안길강)와 맞붙었고, 승부는 대길에 의해 종료됐다. 그리고 언년이(이다해)를 거론하여, 염장을 질러 댄 짝귀로 인해 더욱 초라해진 대길. 긴장감을 살짝 올려 놓고는, 최장군(한정수)과 왕손이(김지석)를 등장시켜, 눈물바다로 식혀 낸다.
희망이 된 최장군과 왕손이
확실한 생사를 알지 못했던 대길은, 최장군과 왕손이의 얼굴을 보며 눈물을 쏟았다. 마찬가지로 대길과 재회한 최장군과 왕손이도 대길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대길의 눈물에서는 두가지를 읽게 만든다. 최장군과 왕손이에 대한 우정의 눈물. 그리고 태하와 언년이로 인해, 마음 고생했던 순간들을 꾹꾹 눌러왔다가 동료들을 만나 터트린 듯 보였기 때문이다.
대길이가 그동안 '태하-언년'과 만나고 동행하는 시간속에, 쓸쓸하고 외로운 그의 곁을 지켜 준 사람은 없었다. 태하와 언년이가 오해를 풀고 사랑을 확인할 때도, 대길이는 겉돌 수 밖에 없는 혼자였다. 10년을 지켜 온 사랑이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어도, 대길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가슴을 곱씹을 밖에 없던 그가,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지기 최장군과 왕손이를 만났다. 살아있다는 반가움 못지않게 그간의 외로움과 서러움이, 눈물로써 한꺼번에 터져 버린 듯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언년이를 찾겠다는 삶의 이유는 그녀와의 재회로 사라지고, 이제는 언년이의 안돈만을 걱정하는 대길. 정작 대길이 본인을 위한 삶은 없었다. 그러나 추노질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천에 집도 짓고 논밭도 일구며 살아갈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는 사랑하는 언년이가 없을지라도, 동반자가 되어줄 유일한 친구 최장군과 왕손이를 찾았으니, 대길에겐 지랄맞은 세상에서도 웃으면서 살아갈 이유가 생긴 것이다.
쩌리가 된 최장군과 왕손이
황철웅(이종혁)의 칼날에 기적같이 살아나, 극의 개연성을 어그러뜨린 최장군과 왕손이. 제작진이 밝혔듯이, 대본상 그들은 죽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의 캐릭터를 아끼던, 시청자와 제작진이 합심해 살려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최장군과 왕손이는 부활했지만, 이전만한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준비못한 상황에 그들을 투입한 꼴이 되버린 것. 그러다보니 병풍 모양새로 리액션에 치중한다. 존재감마저 짝귀(안길강)에게 밀려나 쩌리가 된 셈이다. 짝귀든 대길이든, 그들이 얘기하면 들어주고 미소짓거나 찡그리는 표정연기에 올인한 상황이다. 그나마 왕손이는 월악산에서 처자를 발견해, 예전같은 추파를 던지며 독립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사실 이들은 추노꾼으로써, 대길과 함께 다이내믹하게 움직일 때 빛났었다. 한자리에 머물기보단 누군가를 쫓거나 혹은 쫓기면서, 대길과 함께 문제에 접근하고 위기를 극복해갔다. 때론 헤어지고 다시금 뭉치면서 그들만의 성과를 올렸었다. 그러나 현재 부상이란 명목아래, 이렇다 할 돌파구가 없어진 쩌리 신세로 전락했다. '대길-최장군-왕손이'는 희미해져 가고, '대길-짝귀'사이에 관람자모드. 여기에 설화(김하은)까지 합류해, '언년이-설화'에게 짧은 분량마저 양보해야 될 상황이다.
대길에게 언년이가 없다해도,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된 최장군과 왕손이. 동시에 쩌리로 전락한 딜레마가 17회부터 20부 동안 이어졌다. 그러나 죽어야했던 그들이 살아난 만큼, 앞으로 남은 4부 동안 존재감을 불러다 줄 순간들이 올 것이다. 그들을 쩌리로 남기기엔, 활약을 기대하는 시청자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황철웅과 그들이 재격돌하는 순간엔, 칼을 꺼내기에 앞서, 무슨 말부터 쏟아낼 지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