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자격, 수애vs소녀시대-카라?
지난 7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은 '남자, 열광하라'편으로 꾸며졌다. 무언가에 열광하기 위해선 대상이 있기 마련이다. 제작진은 연예인에서 찾았다. 에피소드는 아저씨들의 팬덤문화체험이라고 할까. 이경규를 비롯한 멤버들은 두팀으로 나누어, 걸그룹 소녀시대와 카라의 공연장을 찾아갔다. 그러나 보여주기 위한 방송일 뿐, 정작 멤버들을 위한 체험의 시간은 아닌 것으로 보여졌다. 왜?
왜 소녀시대와 카라인가?
이경규는 방송에서 늘상 김태희의 골수팬임을 밝혀 왔다. 김성민 또한 이효리의 팬이란 사실은 '남자의자격'을 통해 여러차례 언급된 바 있으며, 실제로 모 시상식에서 이효리와 포옹하는 감격(?)을 누리기도 했다. 김태원은 어떤가. 그 역시 온리 수애를 부르짖다,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 그들도 연예인이지만, 또 다른 연예인을 동경하고 좋아할 수 있는 팬의 입장이 될 수 있다. 그들이 아저씨이기 때문에 마음껏, 제대로 열광할 수 없었던 게 아니라,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하고픈 대상이 성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소녀시대와 카라의 진정한 삼촌팬이 아닌, 방송을 위해 잠시 팬이 될 수밖에 없었기에, 그들은 신나는 공연장에서 지루한 시간과 싸워야 했던 것이다.
덕분에 예능다운 장면들은 많이 잡혔다. 김성민은 구하라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그녀가 카라인지도 몰랐다. 이정진은 마치 자신은 아저씨가 아니란 듯, 소녀시대 수영과 서현의 사진을 끼고 놓지 않았다. 김국진과 김태원은 기계적으로 야광봉을 흔들었고, 이윤석은 멍때렸다. 누구보다 이경규의 활약이 빛났다. 소녀시대 공연에 무던한 행보를 걷던 상황을 연출한 것도 웃겼지만. 막상 등떠밀리듯 공연장에 와서는, '유리'에게 연신 환호하고 '어리다고 안 놀릴게'를 외쳤다. 이경규는 지루함속에 예능 분량을 차곡차곡 뽑아내는 센스를 보였다.
걸그룹 중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소녀시대와 카라를 찾아갔다는 건, 시청률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나 중년아저씨가 주축인 <남자의 자격>에, 여자아이돌이 출연함으로써 약점을 커버하는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소녀시대와 카라는, 남자격 멤버들이 열광할 만큼 좋아했던 연예인은 아니었다. 김태희도, 수애도, 이효리도 아니었다. 걸그룹이란 제한된 범위에서 우상을 찾아야 했고, 김국진과 같이 소녀시대나 카라에 포함되지 않은 한선화를 못만나는 불운(?)도 겹쳤다.
이것은 이경규를 비롯한 멤버들이, 다분히 팬의 입장에서 열광하기보단 예능프로그램의 출연자로서 접근하게 만들고, 웃음에 포인트를 맞추게 한다. 물론 톱스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이돌의 섭외나 접근이 쉽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공연문화라는 측면에선 소녀시대나 카라가 아니어도, 남자격 멤버들 또래에 가수들도 많다. 그들 또래를 찾아갔다면, 좀 더 자연스럽게 열광할 수 있지 않았을까. 과거에 라디오스타가 지금은 변두리 라이브카페에서 노래를 부른다해도, 예전에 멤버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가수라면, 차라리 그들을 만나서 식은 열정에 잠시라도 불을 지피는 게 낫지 않았을까.
굳이 옷에 맞지 않는, 걸그룹의 삼촌팬이 될 필요가 없었다. 이번 컨셉은 그들이 열광하는 대상도 중요했다. 엄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따로 있음에도 '시청률' 혹은 '편의'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예능의 재미면에선 선방했지만, '아저씨여, 열광하라'에 의미는 퇴색할 수 밖에 없었다.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던지고 싶었던 질문도, 삼촌팬이 되는 방법이 아닌, 한 때 좋아했던 가수나 배우들을 열광했던 추억을 깨워주고 싶었다면 더욱 말이다.
같은 연예인이면서도 스타와 팬의 또 다른 만남과 재미가, 이번 주에 방송된다. 바로 김태원이 오매불망 그리던 수애의 영화촬영장을 직접 찾아간 것이다. 거기엔 물론 소녀시대의 콘서트장을 찾아가서 쑥쓰러워했던 모습도 있다. 그러나 '남자의자격' 다른 멤버들과 달리, 소녀시대나 카라의 만남에서 보지 못한 설레임과 행복한 기다림이, 김태원의 얼굴에선 읽혀진다. 결국 수애와 함께하는 김태원이 제대로 열광할 자격을 얻은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