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사, 송일국-한고은 죽고 한채영 빛났다
<보석비빔밥> 후속, MBC 새 주말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이하 '신불사')가 6일 첫방송을 탔다. 제작비 약 100억이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답게, 하와이 로케이션을 통해 담은 이국적인 풍경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에 부분적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허술한 구성과 CG,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는, 극 전체의 질을 떨어뜨렸다.
'신불사', 최강타(송일국)는 배트맨인가, 벡터맨인가?
故박봉성 화백의 인기 만화가 원작인 '신불사'는, 주인공 최강타의 복수를 담고 있다. 그는 현재 하와이의 대부호이자, 세계적인 그룹 캐슬의 실질적인 소유자다. 권력뿐 아니라, 악의 무리를 처단할 힘과 무예도 익혔다. 그리고 어린시절 부모와 누이를 죽인 4적을 제거하기 위해, 25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최강타의 프로필이 그대로 드러나는 첫방송이었다. 스카이다이버로 나타난 그는, 말을 타고 아지트에 도착한다. 요새를 방불케하는 캐슬은, 흡사 '배트맨'의 거처를 떠올리게끔 한다. 이어 비비안 캐슬(한고은)을 볼모로 그를 위협하는 십여명의 닌자들이 나타나지만, 강타에게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이것은 가상현실. 강타는 '배트맨'에서 '매트릭스'의 네오가 되고, 뇌쇄적인 눈빛으로 강타에게 다가오는 비비안 캐슬 왈, "Mission complete!". 손발이 오그라든다.
이어 시스템을 관리하는 운영자(?)이자 강타의 수하들이 등장하고, 다리를 꼬고 앉은 강타와 비비안 캐슬은 서로가 아닌 정면을 바라본다. 뭔가 어색한(?) 그림의 연속이다. '배트맨'에서 슬슬 '벡터맨' 느낌이 난다. 이어, 악몽같은 지난 날을 떠올리며 복수로 이글거리는 강타의 눈빛은, 어느 샌가 나타난 다국적 아이들과 만남을 통해 일밤 '단비천사'로 거듭난다. 분위기를 아동용 영화로 몰아가니 빵터질 수 밖에 없다.
대사들도 초등학생 받아쓰기 가르치듯, 한결같이 친절하고 맛이 없다. 그와중에 한고은의 발음마저 거슬릴 정도다. 한고은의 연기력이 그동안 꽤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신불사'의 비비안 캐슬은 한고은을 발연기로 이끄는 듯 하다. 팜므파탈 느낌에 섹시미는, 그녀의 대사와 함께 함몰된다.
최강타 송일국도 마찬가지다. 캐릭터가 딱딱해 부러질 정도다. 인간미는 떨어지고 로봇 느낌마저 난다. 더군다나 지나치게 완벽한 슈퍼히어로는 신선할 지 모르나, 트렌드와 어긋난다. '추노'의 대길(장혁)와 같이, 덜 완성된 캐릭터가 연기자안에 녹아들고 '영웅'의 효과를 불어넣는 것과 비교될 수 밖에 없다. 모든 걸 가진 완벽남 최강타가 오히려 극의 아킬레스가 되고 있다. 당연히 그의 복수에 긴장감이 떨어지고, 송일국이란 배우의 능력치도 감소된다.
한채영, 그나마 빛났다
방영전부터 글래머 한채영의 노출이 화제가 됐다. 그리고 그녀의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가 그대로 드러난 비키니는, '신불사'를 아동용에서 성인용으로 업그레이드 시킨다. 비키니 수영복에 달고 나온 몰래카메라도 투철한(?) 기자정신을 반영한다. 또한 단순히 몸매로 승부한 것이 아닌, 좌충우돌하는 진보배 기자에, 생기발랄하게 녹아 든 연기도 매끄러웠다.
요트를 타고 나타난 최강타. (이 친구 너무 가지가지한다) 그의 노출된 상반신을 바라보는 진보배. 야릇한 BGM. 갑자기 란제리 광고를 보는 듯 하다. 지원사격하는 한고은의 수영복차림도 브라운관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든다. 그리고 강타의 복수 첫 희생자 된 강태호(김용건). 그가 탄 요트 폭발과 함께, 날아든 파편에 피하려다 바닷속으로 빠진 보배. 이어 인공호흡을 빙자한(?) 강타와 보배의 수중키스. 그러나 키스보다, 침대에 드러누운 한채영의 가슴이 민망할 정도로 부각된다.
'신불사'의 아동용 이미지를 벗긴 일등공신은, 송일국이 아닌 한채영이었다. 그녀의 몸매를 배제한다해도 그나마 현실감이 느껴지는 캐릭터가 진보배였기 때문이다. 다른 캐릭터들은 지나치게 과장됐거나, 어색한 나머지 붕 떠버렸다. 또한 최강타의 적수이자, 그를 잡기 위한 CIS 요원 황우현(김민종)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진보배만 극에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여자가 될 뻔 했다.
'신불사' 허술한 매력, 요상한 중독성?
'신불사'가 상대해야 하는 건 시청자뿐이 아니다. '신불사'와 함께 새롭게 시작한 KBS 대하사극 <거상 김만덕>, 그리고 오늘로써 종영하는 SBS주말드라마 <천만번사랑해>와 <그대웃어요>의 후속작이다. 그렇다면 15% 중반으로 첫방송의 시청률이 나쁘지 않았던 '신불사'가, 과연 주말드라마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첫방송에 실망한 시청자들의 비판이 쏟아지지만, 비관적으로만 읽혀지진 않는다. '신불사'는 슈퍼히어로의 전형적인 권선징악 스토리로, 코드가 굉장히 단순하다.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복잡하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제작비가 100억이 소요된 볼거리에 대한 적잖은 기대감도 작용한다.
<수상한 삼형제>와 같은 막장드라마가 뻔한 설정을 가지고도,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 외에 스토리가 쉽다는 데에 있다. 등장인물들이 다음 회에 무슨 일을 저지를 지, 알면서도 보는 것이다. 시청자로선 한 두편 못 봐도 줄거리를 연결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다. 그만큼 시청자를 쉽게 흡수한다. 장르는 다르지만 '신불사'도 이와 다르지 않다.
또한 '신불사'에는 요상한 중독성이 있다. 바로 허술함이 주는 매력이다. '노출'보다 무서운 게 이러한 문제들이 불거지는 노이즈마케팅이다. 사실 요즘 드라마마다 빈번하게 사용되는 '노출'과 같은 선정적인 아이템으론 크게 이슈가 되질 않는다. 차라리 배우들의 발연기나 문제의 캐릭터가 오히려 노이즈마케팅으로 효과를 보는 실정이다.
물론 '신불사'의 이러한 매력도 단기간에 소모된다. 특히 첫방송이 실패에 가깝다는 평이 많았기에, 연속되면 식상해져 관심갖던 시청자들도 나가 떨어진다. 미흡한 모습만 부각되고 나아지지 않는다면, 새롭게 선보일 타 드라마와의 경쟁이 버겁기 마련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볼거리다. 이제 첫방송에 불과하니 '신불사'의 캐릭터를 다듬고 대사에 좀 더 신경쓴다면, 차별화된 장르로 충분히 경쟁력을 보일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