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남극행 무산, 최대수혜자는 강호동?
해피선데이 '1박2일'의 초특급 프로젝트 남극행이 아쉽게도 무산됐다. 9일 남극으로 떠날 예정이었던 '1박2일'팀은, 지난 27일 칠레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해, 결국 촬영을 잠정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남극행의 주요 경유지 칠레는, 예상치 못한 지진으로 칠레 국민의 8분의1이 피해를 입을 정도로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했고, 현재까지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1박2일'팀의 최종목적지 남극의 세종기지는, 칠레 산티아고와 푼타 아레나스를 경유해야하는 만큼, 시기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것. 또한 아무리 남극의 미지의 땅이라해도,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떠난다는 건 시청자도 원하지 않는다.
'1박2일' 제작진은 15일 가까이 소요되는 촬영 일정을 위해, 지난해 상반기부터 관련부처 등과 실무적인 문제를 처리해왔으며, 약 5개월 전부터 출연자들의 스케줄을 조정했다고 한다. 또한 아름다운 남극의 자연을 담기 위해 HD카메라로 전격 교체하는 등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던 만큼 아쉬움도 크다고 밝혔다.
'잠정유보'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추후 남극행을 재시도할 지는 미지수다. 제작진이 원한다고 해서 쉽게 결정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밝혔듯이 절차상의 문제도 복잡할 뿐더러, 출연자들의 스케줄 조정도 만만치 않다. 다시 말해, 올해 안에 재추진되긴 어렵지 않을까 사료된다. '1박2일'팀 못지않게, 기대했던 시청자로서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1박2일 남극행 무산, 최대수혜자는?
강호동을 비롯한 멤버들(김C,이수근,MC몽,은지원,이승기,김종민)의 심정도, 제작진과 별반 차이는 없을 것이다. 그들이 언제 함께, 남산도 아닌 '남극'에 가보겠는가. 그들도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였고 도전이었다. 멤버들 입으로 남극행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던 만큼, 실망스런 상황을 맞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잃은 게 있다면, 얻는 것도 있는 법. 비록 고대했던 남극행은 무산됐으나, 멤버들은 시간을 얻었다. 말이 15일이지, 남극에 다녀온다면,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회복기간이 필요하다. 꼬박 한 달은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한 휴식이 필요하다. 일단 이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방송활동에 있어 플러스가 된다.
은지원의 경우, 4월 결혼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확정된 것은 아니나, 이미 1박2일 촬영장에서 약식(?) 프로포즈를 하는 등, 결혼 준비가 진행되는 건 사실인 듯 하다. 그렇다면 남극행 무산이, 한창 바쁠 예비신랑 은지원의 한숨을 돌리게 한 격이라고 볼 수 있다.
누가 뭐라해도 최대수혜자는 강호동이 아닐까. 물론 남극행 무산은. 맏형이자 메인MC 강호동이 아마도 가장 아쉬워 했을 듯 싶다. 그의 커리어에 어울릴 만한, 스케일이 큰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은 남극만이 아니다. 방송사 입장에선 지금이 가장 그가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바로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영웅들이 기다리고 있다.
방송사로선 피겨 여제 김연아를 비롯한, 스피드스케이팅 3인방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에, 비운의 스타 이규혁, 쇼트트랙, 스키점프 선수들 등, 국민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선사한 슈퍼스타들을 잡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안방의 확실한 흥행보증수표인 그들을 가만 놔둘 리 없다. 그들 또한 국민들의 응원에 대한 보답차원에서, 예능 출연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강호동이 맡고 있는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강심장>은 물론, <스타킹>까지 올림픽 영웅 섭외에 들어갈 것이 불보듯 하다. 만약 강호동이 없었다면 섭외가 가능할까. 그가 남극으로 떠난다면, 유재석 혼자 거의 모든 영웅들을 감당해야 할 상황이었다. <무한도전>, <해피투게더>, <놀러와>를 거치며, 올림픽영웅은 '유재석과 함께'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선수들을 섭외함에 있어, MC는 중요하다. 상대방을 편하게 만드는 재주꾼 유재석과 운동선수출신이란 강점이 있는 강호동은, 국민MC 타이틀을 접는다해도, 예능이 낯선 스포츠선수들과 궁합이 맞는 편이다. 당연히 섭외가 수월하다.
예정대로 <1박2일>이 9일 남극으로 출발한다면, 강호동과 해당프로그램은 급해진다. 반면 귀국한 선수들은 당분간 각종 행사에 참여하며, 쉴 틈이 없다. 그와중에 강호동이 맡는 프로그램이 무리하게 섭외와 녹화에 들어간다면, 대중들의 눈총을 받기 쉽다. 선수들이 한숨돌린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고, 무조건 자사 프로그램의 시청률만 생각한다며 비판에 도마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남극행 무산으로 강호동과 그가 맡은 프로그램 제작진은 시간적 여유를 얻었다. '1박2일'로 인해, 자신이 맡은 다른 프로그램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MC인 그로서는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부담을 지울 만큼 홀가분해진 강호동은, '1박2일' 멤버중에 남극행 유보를 가장 아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