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떴2, 왜 윤상현을 왕따시켰나?
일요일은 좋다 <패밀리가 떴다> 시즌2가 21일 첫방송을 탔다. 기대와 관심을 반영하듯 시청률은 전주에 비해 상승했고, 뒷말도 무성했다. 가장 큰 이슈는 '깝권'이란 캐릭터로 예능에 물이 오른 2AM 조권이, 예능초보 윤상현을 대놓고 무시하는 장면들이 여러차례 잡혔다는 점이었다.
하찮은 논란거리, 윤톰vs조제리
드라마속 대표적인 캐릭터 캔디가 돋보이기 위해선, 악역인 '이라이자'와 '닐' 남매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톰과 제리는 예능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예능초보 윤상현에게 톰이란 캐릭터를 넘겨주면서, 자신이 제리가 된 조권이 잘못됐다는 시각이 얼마나 코미디인가? 상대방의 캐릭터를 죽여서 올라서는 것이 아닌, 톰과 제리는 자체로 윈윈이다.
이상하게 리얼예능이 대세를 타면서 진정성이 화두에 오르고, 예능을 다큐로 바라보는 시각들이 늘고 있다. 조권이 진심으로 윤상현을 무시하고 깔보는 마인드에서, 캐릭터가 시작됐다고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2AM으로, 깝권으로 뜨기 전까지 눈물밥을 수없이 먹었던 조권이다. 그만큼 눈치밥도 많이 먹은 그가, 과연 예의도 모르는 막장돌일까? 윤상현에게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고 덤볐을까?
패떴2, 왜 윤상현을 왕따시켰나?
패떴2의 메이커는 2PM의 옥택연도, 2AM의 조권도, 소녀시대의 윤아도 아니다. 바로 특정 안티없이 전세대에 걸쳐 호감도가 높은 윤상현이다. 일요일저녁에 간판으로 손색이 없다. 더군다나 예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그를 만난다는 즐거움은 보너스다. 당연히 패떴2의 첫방송은 윤상현을 위해, 짜여지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수단이 틀렸다.
첫방송의 문제는, 제리 조권이 아닌 멤버 전체가 윤상현을 왕따시킨 분위기에 있었다. 여기서 제작진의 수준을 그대로 노출된다. 윤상현을 철저히 왕따시키는 구도로 상황을 전개시킴으로써, 시청자를 모으려 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막장드라마의 소스를 퍼다 나른 격이다. 예능에서 '왕따'라는 자극적인 설정은, 막장드라마의 불륜이나 폭력과 다를 게 없다. 아이들도 보는 방송에서, 왕따로 웃음을 추구한다는 게 왠말인가.
패떴2의 아마추어적 발상은 왕따에서 그치지 않는다. 다음주 '윤상현 몰카'로 예상되는 뻔한 과정을 통해, 그의 눈물까지 뽑아낸다는 점이다. 예능에서 수차례 시도한 케이스다. 특히 새롭게 시작하는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은, 이 공식을 곧잘 써먹어 시청자들에게 이미 경고를 받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시청률만 잘 나오면 된다는 심산으로, 재차 우려 먹으려는 '패떴'의 제작진.
의미없는 가장제도. 라면쟁탈전과 같이 유치하고, 산만한 그림으로 시청자를 잡을 수 있을까. 참참참으로 옷벗기면 시청자 눈이 호강할까. 윤상현의 요리수준을 깔아 뭉게기 위해, 퀴즈게임으로 재료를 얻고, 기적인양 연출한 그림은 조작보다 조잡스럽다. 첫방송의 얼굴로 윤상현의 선택한 건 옳았지만, 집중하는 과정이 싸구려스럽다.
패떴 시즌1은 유재석의 힘으로 반이상이 굴렀다. 유재석이 없는 상황을, 윤상현이란 카드로 커버하고자 하는 의도가 잘못은 아니다. 그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시청자는 그를 동정하고 응원하게끔 만드는 방법은 많다. 다만 그 방법이 매끄럽지 못할 때, 결국 윤상현마저 별 볼일 없는 카드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멤버들 개개인의 역량은 생각보다 뛰어났다. 김원희, 신봉선, 지상렬은 기본적으로 예능을 알고 한다는 강점이 있다. 물오른 조권에, 옥택연과 윤아는 제몫 이상을 했다. 돋보였던 윤상현, 그의 고군분투는 놀라울 정도였다. 다만 제작진이 멤버들을 받쳐 주지 못했다. 제작진이 흙탕물에 그들을 굴려 놓고만 격이다.
담아내는 그릇이 중요하다. 그릇을 준비하는 건 제작진의 몫이다. 아무리 멤버들의 예능감이 좋아도, 그릇에 구멍이 나면 쏟아지고, 그릇이 삐딱하면 좋은 모양이 나올 수 없다. <패밀리가 떴다>는 경쟁력이 있다. 단지 그 경쟁력을 멤버들에게만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안쓰럽다.